월간 신병섭 1월호 '다시 시작하자' 가사 이야기.
2020년에서 2021년으로 해가 바뀌어가던 12월 말 쯤이었었나
2021년에는 매월 한곡씩 노래를 만들어서 앨범을 내보겠다고, 그 때 처음 마음을 먹었던 것 같다.
그때는 그냥 누구나 새해를 맞이하면서 계획하는 목표나 다짐 정도의 다짐이었다.
이렇게라도 목표를 세워놔야, 조금이라도 더 곡을 쓰고 작업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해가 바뀌고, 연초부터 꽤 열심히 곡 작업을 한 끝에 1월 27일 월간 신병섭 1월호
'다시 시작하자' 가 발매 되었다.
사실 곡을 작업하는 과정보다 더 어려웠던 점은
만약에, 내가 올해 12월까지 한 달에 한곡씩 꾸준히 발매해서 12곡짜리 정규 앨범 하나가
탄생한다고 상상해봤을때, 그 1번 트랙을 어떻게 시작할까라는 고민이었다.
뭐든 첫 삽을 뜨는게 제일 중요한 법이니까.
그러다 결국은, 애초에 내가 왜 한달에 한 곡씩 앨범을 발매하자라는 마음을 먹었는지에 대한
내 나름의 고민의 결과를 첫 번째 노래에 담아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2018년 3월 '개나리' 라는 노래를 발매했었다.
그 때 속으로는 장범준의 '벚꽃엔딩'을 잡겠다고 야심차게 만든 노래였다.
그리고 그 해가 가기 전에는 꼭 다섯 곡짜리 ep앨범을 발매할 계획도 가지고 있었고 곡도 여러개
준비를 해놨었다.
하지만 일이 안될라고 그랬는지 그 후에 앨범 작업은 여러가지 일로 지지부진해졌고
2019년 2월 나는 음악을 그만 두게 되었다. 그렇게 '개나리' 라는 곡이 내 음악생활의 마지막 곡이 되었다.
원래 나의 전공은 요리였다. 그리고 음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는 이태리 레스토랑에서 일을 했었다.
모두 다 뜯어말렸지만, 기어코 나는 음악을 하겠다고 회사를 그만뒀다.
그 때는 음악이 너무 하고 싶어서 요리를 포기했었다.
그렇게 8년이 지나고, 나이도 먹을만큼 먹은 나는 이제 좀 안정적으로 살아보려고 다시 음악을 포기했다.
그랬는데, 이태리 레스토랑에서 다시 일한지 1년 반이 지난 작년 이맘 때쯤 나는 오른 쪽 어깨 수술을 했다.
오랜시간 좋지 않았던 어깨의 통증이 심해져서 병원엘 가보니, 관절와순이라는 것이 파열이 되었다고 했다.
수술후 회복과 재활까지는 짧아도 6개월 이상이 걸렸기에, 나는 또다시 요리를 그만 두게 되었다.
수술 후 오른쪽 팔을 보조기에 의지한채 몇 개월을 지냈다.
모든 선택이 괴로웠고 힘들었음에도, 살아보겠다고 이리저리 삶의 방향을 바꾸어 봤는데도
결국 다시 모든게 제자리로 돌아온 것만 같았고,
나는 이도 저도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았다.
이제 앞으로 뭘 하고 살지..
여러가지 선택지를 놓고 참 많이 고민했다.
근데, 고민을 아무리 해봐도 지금의 내가 할수 있는 일은 뻔했다.
어느 정도 오른팔이 움직일 수 있게 되던 작년 연말, 오랜만에 기타를 치면서 노래를 불러보았다.
그리고 그 때 이렇게 생각했다.
'뭐 다른 방법 있나.. 누가 뭐래도 이게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일 아닌가..
됐어..뭐 음악이 뭐 별거라고, 그냥 한번 다시 시작해보자'
그런 내 마음을 담아서 가사를 써 내려갔고
그렇게 2021년 1월의 노래 '다시 시작하자'가 발매 되었다.
가사를 쓰는 내내 머리속에 떠올랐던 게 있는데
어린 시절 컴보이에 팩을 꽂고 했던 게임 중에 '남극탐험' 이라는 게임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게임이 이렇게나 단순하고 지루할 수 있을까 싶다.
남극에 사는 펭귄이 뒤뚱뒤뚱 집을 향해 가는데
중간중간 물 웅덩이도 있고, 물 웅덩이에서 바다표범 같은 애들이 갑자기 튀어나와서
툭 부딫혀서 넘어지기도 한다.
가끔은 물 웅덩이에서 새우나 생선같은 것들이 튀어올라서, 그걸 주워 먹기도 한다.
한참을 뒤뚱뒤뚱 걷다보면, 해가 지고 끝내 저 멀리 집이 보이고, 그 집에 도착하면 게임은 끝난다.
가사를 쓰면서 계속 그 남극탐험 속 펭귄이 떠올랐다.
어차피 가야할 길 그냥 앞만 보면서 묵묵히 가는 남극의 펭귄.
작사,작곡,편곡 : 신병섭
한껏 들뜬 마음으로 이 길을 나섰지만
마음 처럼 되지않는 일들 속에 발길이 무거워져
다시 돌아갈까 여기까지인걸까
할만큼 해본것 같아
아직 모를 일이잖아 잘 봐, 꽤 잘해왔잖아
그냥 힘들어서 괜히 그런거야
어차피 가야할 길인데
부풀었던 처음 마음은 아직 그대로인데
잘 모르면서, 쉽게 얘기하는 말들에 맘이 무거워져
이게 아닌걸까 내가 못난걸까.
결국엔 나를 탓하곤해.
아직 모를 일이잖아. 잘 봐, 꽤 잘해왔잖아.
그냥 힘들어서 괜히 그런거야.
어차피 가야할 길인데.
다시, 다시 시작하자. 별다른 방법은 없잖아
누가 뭐라해도 이게 내 길 사실 잘 알고 있어.
별 거 아냐.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
다시 시작하자. 다시 시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