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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병섭 Jan 07. 2022

바보, 고마워.

2021년 월간 신병섭 2월호 '고마워' '바보' 가사 이야기.

(작년 8월, 매 월 발매하는 곡의 가사 이야기를 이 곳에 써보자고  브런치를 시작했는데..1월호 이야기를 쓰고 나서 2월호 이야기를 쓰는데 해를 넘기고 말았다..

나는 글을 쓰고 싶어하지만 글을 쓰는 걸 그리 좋아하는 사람은 아닌가보다.

늦었지만 2월호 앨범에 담긴 가사 이야기를 어렵사리 다시 써본다. 이 다음 3월은..모르겠다.

그냥 기약 없는 글쓰기라고 맘 편히 생각해야겠다. 누가 시킨것도 아니니까, 내가 쓰고 싶어질 때 써야지..)


그냥 내가 나쁜 사람이 될께.

눈치 없는 바보가 되긴 싫어..


2021년 월간 신병섭 2월호에는 두 곡을 실었었다.

'고마워' 라는 노래와 '바보' 라는 노래 두 곡이었다. '바보'라는 노래는, 보컬 '소라' 씨가 불러주었고

'고마워' 라는 곡은 내가 불렀다.

'바보'는 피아노와 나일론 기타, '고마워'는 어쿠스틱 기타로만 연주하여 녹음했다.

문득 꽂힌 어떤 컨셉이나, 명확한 레퍼런스 음악을 참고하거나, 아니면 나름대로의 음악적 실험이

굳이 개입되지 않으면 나는 이런 식으로 어쿠스틱한 사운드로 곡을 만드는 편을 좋아한다.

사실은, 요즘 유행하는 음악 작법과 사운드 메이킹에 자신이 없기 때문도 있는 것 같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렇게 한 두가지의 어쿠스틱 악기로 노래를 만드는 것이 어떤 면에서는 더 어렵다.

녹음도, 후반 작업도 되려 더 정교하게 하지 않으면, 자칫 엉성하게 들리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앨범의 실린 두 곡의 스토리에 대해 이야기 하자면

'바보'라는 곡은 2016년에 만들었던 곡이고, 이 앨범 작업을 하면서 '고마워' 라는 곡을 만들었다.

'바보'라는 곡은 이별 상황을 여자의 시선에서 풀어낸 이야기인데,

이건 내 이야기도 아니고 상상해서 지어낸 가사도 아니다.

가끔, 드라마나 영화, 혹은 다큐멘터리 등의 TV 프로그램을 보다가 음악을 만들게 되는 경우도 있었는데

이 곡이 바로 그런 경우였다.

2016년에 JTBC에서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 라는 드라마가 방영 되었던 적이 있다.

그 당시 친했던 배우가 그 드라마에 출연을 했기에 자연스럽게 매 회 거르지 않고 챙겨보았었던 드라마다.

그러던 중 드라마 8회에 나온 한 장면을 보고 나서, 이상하게 그 장면의 여운이 쉽사리 가시질 않던 어느 날

이 '바보' 라는 곡을 만들게 되었다.


8회의 그 장면 전까지의 대략적인 이야기는, 어느 날 주인공 현우(이선균)는 아내 수연(송지효)의

불륜 현장을 목격하게 된다. 이 상황을 어떻게 해야 할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고민에 빠져 있던 그는, 한 커뮤니티에 자신의 이야기를 남기면서 익명의 많은 사람들의 조언을 들으며, 간신히 멘탈을 부여잡고 있다. 아내의 불륜으로 자존감이 바닥을 치던 어느 날, 문득 예전에 사귀었던 여자친구 준희(정유미)의 sns를 알게 되고, 결국 그녀를 만나러 간다. 그리고 둘이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나오는데,

'바보'라는 곡은 준희(정유미)의 대사와, 그 둘의 과거 이야기를 떠올려보면서 만든 것이다.


8화 해당 장면 링크

https://youtu.be/QIfU41Y-KU8


현우 : 나 뭐 하나 물어봐도 돼?

준희 : 뭐?

현우 : 아니 뭐 별건 아닌데 진짜 별건 아닌데..조금 궁금해가지고..

준희 : 뭔데?

현우 : 아니..나랑 헤어지고 왜 다른 남자랑 연애 안한거야?

준희 : 다른 남자 만날 뻔 했지.

현우 : 아 그랬어?

준희  : 근데 안 만났어.

현우 : 아..

준희 : 저기 오빠, 이렇게 오빠 다시 보니까 예전 생각난다.

현우 : 아 그치. 예전에 우리..

준희 : 그래서 앞으론 안 찾아왔으면 좋겠어

현우  : 어?

준희 : 남자는 헤어진 여자에 대해서 좋은 기억..아니 자기한테 유리한 기억만

남겨 놓는다며..오빠한테 나는 비련의 여주인공이야.

오빠만 그리워하다가 연애도 못하고 심지어 이혼까지 한..

현우 : 아니 꼭 그렇다기보단..니가 나랑 헤어지고 다른 남자랑 안만났다 그러니까..

준희 : 맞아. 그 남자들 한테서도 오빠가 보였거든.

현우 : 그게 무슨 말이야?

준희 : 그 남자도 쓰레기더라고.

현우 : 어?

준희 : 우유부단하고 스스로 나쁜 놈 되기 싫어하는 사람, 그래서 오히려 상처를 더 주는 사람

오빠 제대하고 나서 오빠 지금 와이프 맘에 두고 있는거 내가 몰랐을거 같아?

그래도 나는 오빠가 먼저 헤어지자는 말 안할 줄 알았어.

오빤 나쁜 놈 되기 싫어하니까, 내가 먼저 헤어지자 말하기 기다린거야 그치?

현우 : 아니 그건 너한테 상처줄까바..

준희 : 오빠가 헤어지자고 했으면 욕이라도 퍼부을 수 있었는데, 헤어지자는 말을 내가 꺼내서

나는 화를 낼수도 없었어. 오빤 결국 헤어지면서 상처 받은 거 하나 없이 끝까지 좋은 놈 될 수 있었던 거고

그나마 내가 타이밍 맞게 얘기해줘서 오빠 지금의 와이프랑 결혼할 수 있었던 거고

그게 아니었으면 멍청하게 어영부영  계속 나랑 그러고 있었을걸?..


'바보'라는 곡에서는 여성 보컬 '소라' 씨가 곡의 전부를 다 불러서,

이 곡을 들은 분이 계시다면, 아마 이 이야기는  모두 여자의 시점에서의 이야기라고 느껴졌을 수도 있겠지만, 사실은 이 곡에는 여자와 남자의 시점이 모두 담겨 있다.

헤어지자는 말은 차마 하지 못한 채, 꼭 닫은 입술로 무표정 하게 앉아있는 남자와

그런 남자를 바라보며 먼저 이별을 이야기 해야만 하는 여자 시점에서의 이야기가 모두  담겨 있기에

이 곡을 듀엣으로 불러볼까도 생각했었다.

결국 그렇게 하지 않은 건 굳이 이 곡에서 여자의 시점과 남자의 시점을

남 녀 보컬이 따로 부르는 것이 그렇게 중요한 부분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냥, 누군가 이 노래를 들었을 때, 가만히 가사에 귀 기울여 듣다보면

뭔가 노래 속의 이야기가 영화의 한 장면처럼 혹은 언젠가 겪었던 나의 이별 상황처럼(다소 건조하게)

자연스럽게 펼쳐지기만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이어서 만든 '고마워' 라는 곡은 극 중 현우(이선균), 혹은 이별 앞에서, 현우와 같은 비슷한 스탠스를 취했을

어떠한 남자의 속 이야기를 담아보았다.

드라마에서 처럼, 상처 주기 싫었다는 이유로 애써 회피하고 외면했던 이별의 말을

끝내 상대방에게 떠넘겨 버린 비겁한 이별의 모습도 있겠지만,

결국 끝이 날 수 밖에 없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직면 하기보다 바득바득 오기를 부리며 관계를

이어가고 있는 한 남자에게, 여자가 이별을 먼저 통보하는 그런 상황도 한 번 떠올려보았다.

모질게 이별을 고한 사람이었지만, 시간 좀 지나고 나중에 생각해보면..

아마 고마워할지도 모르겠다라는 상상을 가사에 담아보았다.


수화기 너머

이별한 친구의 이야기를 가만히 들어 주듯

두 곡을 들어봐 주세요:)















고마워

작사,작곡,편곡 : 신병섭


시간이 지나고 보니 알겠더라.

너는 왜 그랬는지 나는 왜 몰랐는지

보고싶은 것만 보고  

네 마음을 알고있다고 생각했어 너도 나도

항상 엇갈린다고 생각했는데

그냥 다른 길을 가고 있었던 거야

돌아보면 난 멀쩡하지 않았지

돌아설 줄 모르는 바보였을 뿐이야.

눈 앞의 현실보다 두려운 건

시간 너머의 일을 상상하는 거였어

그 날 너의 말들은 꽤나 모질었고

그 말들은 내 모든걸 무너뜨렸지만

시간이 지나고서야 이렇게 얘기해

나를 놓아줘서 정말 고마워.


말 하지 않은 게 문제는 아니었어

어차피 바뀌지 않을 나였으니까

돌아보면 우린 괜찮지 않았지

아무렇지 않은듯 버텨왔을 뿐이야

말 없는 니 표정을 보았을 때

모른 척 하긴 했지만 사실 많이 아팠어

그 날 너의 말들은 꽤나 모질었고

그 말들은 내 모든걸 무너뜨렸지만

시간이 지나고서야 이렇게 얘기해

나를 놓아줘서 정말 고마워

진심은 사라지고 오기만 남았던

그 때의 나의 모습은 참 볼품 없지만

시간이 지나고서야 이렇게 얘기해 나를 놓아줘서

그 모진 일을 대신 해줘서 정말 고마워


곡 링크

https://youtu.be/y134yaLNi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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