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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병섭 Jan 09. 2022

우리 다시, 봄

2021년 월간 신병섭 3월호 '우리 다시 봄' 가사 이야기

봄이라는 계절은 늘 그런 맛이 있었다.

뭔가 이제서야 한 해를 새롭게 시작하는 듯한 설레임과,

무거운 외투를 벗어던지고 거리를 걸을 때 느껴지는 자유로운 움직임

그런 따뜻하고 산뜻한 맛이 느껴지는,

봄은 그런 기분 좋은 맛을 주는 계절이었다.


매서운 한파에 제 아무리 밖에 돌아다니기를 좋아하던 사람도

되도록이면 늦지않게 집으로 들어와서, 따뜻하게 보일러를 틀어놓은 후  

귤을 까먹는다던가, 유자차를 끓여먹는다던가, 호빵이나 붕어빵 같은

따뜻한 간식을 찾아 먹는 것을, 추운 겨울 속에 소소한 힐링거리로 찾게 된다.

동물들처럼 대놓고 잠을 자는 것은 아니지만

거의 그와 비슷한 수준으로 활동량을 줄이고, 체력과 에너지를 비축해 두며

본능적으로 체온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방한 대책을 강구하면서

우리는 겨울이라는 3개월의 계절을 버텨낸다.

그리고, 봄은 바로 그 다음에 찾아온다. 참으로 탁월한 위치 선정이 아닌가


봄의 대한 묘사와 노래와 찬사들은 세상 곳곳에 가득하다.

겨울을 버텨낸 우리에게 봄은 우리에게,

방금 건조기에서 나온 보드라운 티셔츠를 입는 듯한 뽀송함과

얼었던 땅이 녹으면서 자연스럽게 퍼지는 그 포근한 향기와

어딜 가나 사방 천지 흐드러지게 만개한 꽃들의 아름다움으로 절정의 봄 기운을 우리에게 퍼뜨린다.

겨울 내 움츠려 있던 우리들은, 산으로 들로 강으로, 노란 빛 분홍 빛 핀 꽃들을 찾아 여기저기

유랑을 다닌다. 친구를 만나고, 함께 산책을 하며 함께 커피를 마시고 함께 잔디밭에 앉아 음악을 듣는다.

누구하나 의심하지 않았던 우리의 봄의 풍경이었다.

적어도 몇해 전까지는..


이 곡을 만들었던 지난 2021년 3월은,

금방 끝날 줄 알았던 코로나 시국이 해를 넘어 장기화 되던 시기였으며

이제 막 각 국에서 백신을 개발하고 있던 와중이라, 사회적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 손 소독제를 비롯한

철저한 개인 방역만이, 이 시국을 빨리 종결지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던 때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는 자연의 순리는, 이 와중에도 쉬어가는 법이 없었다.

여전히 날씨는 뽀송했으며, 봄의 향기도 여전했으며, 개나리,진달래,벚꽃은 올해도 여전히 찾아왔다.

모든 것이 당연했고, 모든 것이 여전했다.

다만 하나 달라진 건, 우리는 더 이상 그 봄을 온전히 누릴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어느 날, 몇 해 전 이맘 때의 뉴스나 기사들 그리고 내 핸드폰 속 사진들을 꺼내 보았다.

여느 해와 다름 없는 봄날에 찍었던 그저 평범한 사진이었지만,

그 사진 속에는 어느 누구도 마스크를 쓰고 있지 않았다.

얼굴을 마주 보며 이야기를 하고 있는 사람들과, 무리를 지어 꽃 구경을 떠나는 사람들

특별할 것이라곤 하나 없었던 그 때의 사진들을 보다 조금은 서글픈 마음이 들었다.


사실,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에 대해 반발도 만만치 않았다.

아무리 그렇다고, 왜 거리에 핀 꽃을 보러 가는 길 자체를 막아 버리느냐,

왜 카페에 앉아있지도 못하게 하느냐, 밖에서는 마스크를 좀 벗게 해도 되지 않느냐 등등..

모두가 지칠 대로 지친 상황에, 여기저기서 불만들이 터져나왔다.


그리고 한 편에서는,

거리두기 조치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는 자영업자들의 안타까운 소식들이 뉴스를 통해 전해졌다.

국회 앞에서 눈물로 호소하는 한 카페 사장님의 모습은, 모든 자영업자들의 절박한 심정을 말해주고 있었다.

그리고 또 한편에서는,

숨을 턱턱 막히게 하는 방호복을 입고, 쉴 새 없이 방역의 최전선에서 싸우고 있는 의료진의 모습이 전해졌다.

그들이 잠시라도 공기를 마시며 쉴 수 있는 곳은, 병원 뒤 작은 골목에 차가운 바닥이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 모두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그래서 언뜻 올해 봄은 없어진 것과도 같이 느껴지지만

이 어려운 시기를 이겨내기 위해 각자의 자리에서 죽을 힘을 다해 버텨내고 있는 모든 이들이

우리에게 스스로 봄이 되어주고 있는 것 같다는

그리고, 언젠가 당연했던 봄의 풍경을 다시금 찾고 누릴 수 있을 때까지,

지금의 이 시간을 묵묵히 버텨내 준 모두가 봄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추운 겨울을 뚫고 나무에 피어난 새순 처럼.


2021년 3월., 그런 생각을 하다 이 곡을 만들게 되었다.




봄이라는 이름엔

무언가를 바라본다라는 뜻의 봄,

그런 봄의 의미 또한 담겨 있는 것 같다.

추운 겨울이 지나고 나면,

따뜻한 날에 우리 다시 보자라는 희망의 약속을 담아서

이 계절의 이름을 봄으로 지은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2022년 올해 봄은

우리 다시 볼 수 있는 그런 봄이었으면 좋겠다.



우리 다시 봄

작사,작곡,편곡 : 신병섭


봄이 오는 길목에 서서

문득 하늘을 바라본다.

낯설던 날들이 제법 익숙해질 때

당연했던 지난 풍경이 참 그립다.

몇 해 전의 봄날이 담긴

지난 사진을 넘겨본다.

평범하기만한 그날 들이

아득한 꿈처럼 느껴진다.

참 쉬웠던 일들이 계속 변해만 가는

고된 하루 속에

다시 돌아가기 위한

누군가의 눈물겨운 하루에

이미 봄이 있다.

우리 다시 봄이 오면

그 땐 손을 잡고 웃어 보아요

우리 다시 봄이 오면

그 땐 마주 보며 얘기 나눠요


늘 마주한 일상이 계속 변해만 가는

서글픈 하루에

다시 살아가기 위한

누군가의 지친 뒷모습 속에

이미 봄이 있다.

우리 다시 봄이 오면

그 땐 손을 잡고 웃어 보아요

우리 다시 봄이 오면

그 땐 마주 보며 얘기 나눠요

그 때 우리 우리 다시 만나요


곡 링크

https://youtu.be/UBsXAlcpJb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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