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쿠타가와상 후보로 오른, 작년의 화제작
소설 『일렉트릭』에 대해 말하기 전에 우선, 짚어봐야 할 사실이 몇 개 있다.
치바 마사야는 1978년생으로, 책날개에 적혀 있는 것처럼 "토치기 현"에서 태어났다. 그는 어린 시절을 토치기 현의 우츠노미야(참고로, 우츠노미야는 교자가 유명한 곳이다)에서 보내고 현역으로 도쿄대학에 입학했다. 이후 도쿄대학 교양학부를 졸업하고, 사상적으로 라이벌 관계인 아즈마 히로키와 동일한 인생 코스를 밟는다. 표상문화론 대학원에서 질 들뢰즈를 전공하던 석사 삼 년간의 이야기가 바로 그의 데뷔작인 『デッドライン』 이었다. 이후로 치바 마사야는 들뢰즈의 <차이와 반복>으로 박사학위를 받는다. 운이 좋게 리츠메이칸 대학교의 연구 기관인 '선단 총합 학술연구과'에 조교수로 임용되어 지금은 정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또 하나 짚어봐야 할 사실은, 그는 커밍 아웃한 게이라는 점이다. 데뷔작인 『데드라인』에서부터 스스로가 게이라는 사실을 밝히고 있으며, 신주쿠 2쵸메와 게이 클럽, 핫텐바(게이들만 모이는 장소), 일시적인 애인과의 성관계가 여지없이 드러난다. 데뷔작 다음 작품인 『오버 히트』에서 R대학의 교수로 살고 있는 그의 정체성과, 연하의 남자 친구를 사귀고 있는 정체성이 교차되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리고 『일렉트릭』의 시간대인 고등학생 시절부터 그는 게이라는 정체성에 눈을 뜬 것으로 밝혀진다. (오버 히트와 일렉트릭의 기묘한 점이라면 소설의 주인공이 게이임에도 불구하고 여자들과의 관계, 여성의 신체에 대한 성적 욕구가 묘사된다는 것이다. 예컨대 『오버 히트』에서 '나'는 집 근처에 있는 바를 자주 방문하고, 바텐더로 일하고 있는 중성적인 외견을 한 여성과 친해진다. 주인공은 은연중에 그녀와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결국 여성과 성관계를 하지는 않는다. 『일렉트릭』에선 여자와 접촉하는 장면은 없지만, 그가 처음으로 AV를 빌려 보면서 여성의 신체를 보면서, 비록 그것이 모자이크 처리가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성적인 끌림을 느꼈다고 묘사된다.)
이제 『일렉트릭』으로 돌아오자. 이 소설은 '전기electricity'라는 현실의 대상이자 메타포를 자유자재로 구사하고, 또한 전화선을 연결한 모뎀 인터넷의 등장으로 전기는 자신과 세상을 연결하는 유일한 매개체가 된다. 첫 장면부터 치바 마사야는 애매하게 넘어가지 않는다.
책상 위에 접힌 종이가 서 있고, 고등학생인 '나'는 뺨에 손을 문지르고 나서 종이에 손을 갖다 댄다. 그러자 종이가 뒤로 물러난다. TV의 "선글라스를 쓴 매지션"은 이 현상을 보고 "핸드 파워"라고 말한다.
그것을 본 예능인들은 스스로 따라 해 보고 나서, 정말이야, 대단해! 하고 흥분해서 떠들지만, 비밀을 물어보는 것은 금지되어 있는 듯, 그저 "핸드 파워입니까", "핸드 파워네요"라는 대화를 반복할 뿐이다. "모든 사람은 핸드 파워를 갖고 있습니다"
매지션은 자신의 눈을, 어떤 것도 떠오르지 않는 우주의 한가운데인 것 같은 짙은 어둠으로 덮어씌운 채로 말했다.
"얼마나 슬픈 순간이라도, 힘든 순간이라고 할지라도, 당신에게는 신비한 힘이 있다는 걸 떠올려주세요. 악수는 소중합니다. 힘이 전달되니까요."
그건 여름의 끝자락이었다.
주인공 타츠야가 살고 있는 우츠노미야 시는 오래전부터 '뇌도雷都' 즉 번개가 자주 내리는 도시라고 불렸던 모양이다. 1995년은 이상한 해였다. 그 해 3월에는 옴진리교 사린 가스 테러가 벌어졌고(이 사건은 나중에 무라카미 하루키에 의해 『언더그라운드』라는 르포 형식의 글로 출판된다), 1월에는 한신&아와지 대지진이 발생해서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우츠노미야에 살고 있는 타츠야는 급박하게 변하는 일본=세계를 오직 TV 브라운관을 통해서만 목격할 뿐이다.
타츠야는 자신의 아버지를 '영웅'이라고 호명한다. 고등학생인 그에게 있어 아버지는 너무나 대단한 사람이다. 이 위대한 영웅의 철학이란, "뭘 하든지 간에 외관부터 들어간다"라는 것이다. 내용보다 형식이 중요하다. 용기 안에 들어가 있는 내용물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바깥을 둘러싼 용기의 디자인이 더 중요하다. 타츠야는 자신을 왕위 계승자로 생각한다. 왕은 당연히 아버지고, 자신은 왕위를 물려받을 왕자라는 사고 방식이다.
아버지는 '공작'을 타츠야에게 숨기지 않는다. 혹은, 너라면 알잖아, 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그런 사실이 왕위 계승자인 타츠야에게는 직관적으로 전해졌다. 그것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을 타츠야는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이다.
(父はその「工作」を達也に隠していない。あるいは、わかるだろ、というメッセージを送っている。ということが王位継承者たる達也にはピンとくるのだった。それを読み取れることを、達也は誇らしく思うのである。)
아버지는 웨스턴 일렉트릭이란 회사의 아주 오래된 진공관 앰프를 수리하기 위해서 '노무라'라는 사람에게 헬프를 친다. '노무라'는 전문가다. 전문학교를 나와서 사진가가 된 아버지와는 다르게, 노무라는 공대를 졸업하고 나서 복잡한 회로를 고치는 엔지니어가 되었다. 소설 안에서 아버지와 노무라는 막역한 친구 사이지만 한편으로는 서로 대립하는 관계로 그려진다. 노무라는 앰프를 수리하다 말고, 거의 다 수리가 된 시점에서 갑자기 사라져버린다. 아버지는 노무라를 찾지 못하고, 대신 마무리 작업만 남은 진공관 앰프를 가져온다. 그것도 잠시, '노무라'는 아버지의 스튜디오를 예고도 없이 찾아와서 앰프를 가져가버린다. 낡은 시트로앵을 타고 도망을 간다. 타츠야와 아버지는 노무라를 쫓아서 카 레이싱을 벌어지만, 결국 노무라를 잡지 못한다.
마지막 장면에서 노무라가 가져간 것이 분명한 앰프는 거래처 회사의 사장인 오카의 사무실에서 발견된다. 이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다, 타츠야는 생각한다. 노무라의 손에 있어야 할 앰프가 사장님의 사무실에 떡하니 놓여 있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이 방도 이 건물도, 현상인 걸까?
없지만, 존재한다.
앰프는 노무라 씨가 가져간 그대로다. 그것이 사실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그게 사실의 전부는 아니다. 우주 전체가, 없으면서 존재한다. 우주도 또한, 어느 순간에, 누군가에 의해 빼앗긴 적이 있을지도 모른다. 우주도 또한, 빼앗긴 채로 있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에 우주가 존재한다.
"타츠야군, CD를 가져온 게 있으려나? 있다면 걸어 주게."
그래서, 자신의 가방을 뒤져 보았더니 K에게 빌린 채로 돌려주지 않은 애시드 재즈(Acid Jazz)의 디스크가 있었다.
소리가 출현한다.
스피커 사이에서, 둘러싸인 공기의 가운데서 뭔가가 뛰쳐 나온다. 방! 하는 최초의 소리. 오래 전 어느 장소에서 이 세계에 패대기쳐진 압력, 어린 아기가 울어버릴 듯한 힘이, 여기서 다시 한번 되살아온다.
정말 좋은 소설이었다. 치바 마사야 작가님과 동시대를 살고 있음에 감사한다.
(2023.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