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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몬테크리스토르 Feb 22. 2019

아름다움은 완벽한 자의 것이 아니다.

- 일생 내내 불운했던 천재화가, 빈센트 반 고흐의 완벽했던 삶에 대하여

붓질은 되도록 한번에 강하게, 빠르게 지나갑니다.

한 번 지나간 붓은 그곳에 다시 돌아오는 경우가 없습니다.


이 점은 인생을 사는 법에서도 찾아 볼 수 있습니다.

정열을 다 바쳐 최선을 다하고 그것을 후회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는 지나간 것에 미련 같은 것은 절대 두지 않습니다.

저의 화면에서 그러한 점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 <민길호 지은 '빈센트 반 고흐, 내 영혼의 자서전' 중 고흐의 편지>



아름다움은 완벽한 것이 아니다.
완벽한 것이라고 모두 아름답지 않다.

내가 쥔 붓이 지나간 길에 책임을 지는 일에서부터, 그 흔적을 사랑하고 부족함까지를 인정하는 데서부터 아름다움이 시작된다.

아름다움은 흠까지 안을 수 있는 자의 것이다.

최선을 다한 후에 발견되는 흠을 부끄러워 하는 자는, 열정으로 그려낸 그림보다 후회로 메울 허점을 가리는 일에 집중하기 마련이다.  

자신의 부족함과 흠을 아름답게 볼 수 없는 사람은 늘 덧칠한 거짓 아름다움을 흠모하기 마련이다.




빈센트 반 고흐 (Vincent van Gogh /1853.3.30~ 1890.7.30 -향년 37세 사망)

1880 27살때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고 그림에 전념 

그가 그림을 그린 시기는 27살때부터 37살때까지 10년간. 

그 짧지만 긴 시간동안 그가 남긴 그림은 1500점 이상.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2년간은 그림의 기초와 데생만을 익혔고 그 다음에 수채화를 배웠다

그는 잘 그리기 위해보다 그림의 기초를 익히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고흐는 실패와 좌절을 반복하던 화가였다. 하지만 그는 계속해서 그림을 그려나갔다. 그것이 오늘날의 그를 만들었다.


고흐가 그림을 정식으로 배운 건 파리 미술 아카데미에서의 수업 단 2개월 뿐

그림을 체계적으로 배우려 했지만 틀에 찍어내는 듯한 수업방식을 참아낼 수는 없었던 그는 다른 화가들과 함께 일하고 대화를 나누는 가운데 기법과 지식을 배웠으며 미술관을 찾아가 대가들의 작품을 보는 일을 즐겼다고 한다.  

 



<탕기 영감의 초상  - 1877. 빈센트 반 고흐>


어제 탕기 영감을 만났다.  

그는 내가 막 완성한 그림을 가게 진열장에 걸었단다. 

네가 떠난 후 네 점을 완성했고 지금은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 길고 큰 그림들을 팔기는 어렵다는 걸 나도 알고 있다.  

하지만 나중에는 사람들도 그 안에서 야외의 신선함과 편안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  1887. 여름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  



그가 살아 생전 그린 유화 800점과 700점 이상의 데생 중 돈을 받고 팔린 작품은 모두 네 점뿐이었다. 

그 중 두 점은 동생 테오가 형의 기운을 북돋기 위해 사 준 것. 

값다운 값을 받고 판 작품은 단 한 점.   가격은 400프랑(한화 약 47만원)

평론가로부터 칭찬을 받은 작품 또한 단 한 점. 

고흐는 언젠간 물감 값보다 자신의 그림이 더 높은 가격에 팔리게 될 날을 꿈꾸며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의 초상화를 그리며 살아갔다. 



그의 그림을 지지하고 응원해 준 것은 그 초상화의 모델이 되어 준 가난한 농부들, 그가 그린 그림으로 물감값을 대신해 주던 물감가게 주인,  고흐에게 편지를 전해주던 우편배달부, 단골 술집 주인,  자신의 간질병을 치료해 주던 의사 등이었다. 
완벽한 아름다움을 가지지 못한 평범하고 소박한 사람들, 그들이 위대한 화가 고흐의 아름다운 작품 속 주인공들이다.



<감자를 캐는 두 여자 농부 - 1885년. 빈센트 반 고흐>


밀레나 드 그루 같은 화가들이 "더럽다, 저속하다, 추악하다, 악취가 난다" 등등의 빈정거림에 귀를 기울리지 않고 꾸준히 작업하는 모범을 보였는데, 내가 그런 악평에 흔들린다면 치욕이 될 것이다.

농부를 그리려면 자신이 농부인 것처럼 그려야 한다.

농부가 느끼고 생각하는 것을 똑같이 느끼고 생각하며 그려야 할 것이다. 

 - 1885. 4. 30 동생 테오에게.  


그리고 그의 평생의 지지자인 동생 테오 반 고흐. 

테오는 파리에서 화상으로 일하며 형을 뒷바라지했으며형의 삶과 작품세계를 이해하고 공감해  파리의 인상주의 화가들에게 소개해주었던 유일한 후원자였다. 

열아홉살부터 서른 일곱살 생을 마칠 때까지 18년동안  빈센트가 동생 테오와 주고 받은 편지는 668통. 
절망과 좌절 속에서도 붓을 놓지 않았던 빈센트를 끝까지 믿어 준 단 한 명의 팬이었다.
그가 형에게서 본 것은 그저 천재성이었을까 아니면 부족하지만 도전을 그치지 않는  도전의 열정이었을까?

안타깝게도 빈센트는 외로운 삶을 살다가 1890년 스스로 목숨을 끊어 테오의 곁을 떠난다. 



닥터 가세는 어딘지 아파 보이고 멍해 보인다.  

그는 나이가 많은데, 몇 년 전에 아내를 잃었다고 한다.  

그는 이 초상화를 아주 좋아해서,  가능하면 똑같은걸 하나 더 그려서 자기에게 줄 수 없겠냐고 했다.  

나도 그럴 생각이다. 

   - 1890. 4  동생 테오에게.
 

 1990년 크리스티 경매,  빈센트 반 고흐의 친구이자 주치의였던 닥터 가셰를 그린 초상화  <닥터 가셰의 초상화>가 당시 최고 경매가인 8,250만 달러 (당시 환율기준  한화 약 1,000억원)에 낙찰된다. 

이 그림은 빈센트가 자신을 돌봐 주고 치료해 주던 친구이자 의사인 닥터 가셰에게 감사의 의미로 준 것이었으며, 고흐의 사후에 닥터 가셰의 어머니가 그림이 우울하다는 이유로 닭장의 가림막으로 사용하기도 했던 것이었다.    

그림과 더불어 사는 동안 참으로 우울하고  외롭고 고통스러웠을 테지만, 자신과 자신의 작품 가치에 대한 믿음을 놓지 않았던 화가 빈센트 반 고흐. 

꿈에 대한 식지 않는 열정과 재능을 과신하지 않는 부단한 노력.  그리고 그를 포기하지 않도록 북돋은 동생 테오와의   삶의 무게를 나누는 편지들...
그 어느 하나 완벽한 것은 없었다.

하지만, 그 완벽하지 않은 것들과 어울리며 그림을 그렸던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은 후대의 사람들에게 완벽한 아름다움 그 자체로 평가 받는다.

고흐이기 때문에, 그 작품들을 남긴 이가 우리가 아는 위대한 화가 고흐이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일까? 

위대한 작품을 남기기까지 치열하게 노력한 고흐의 삶의 열정이 결국  그의 삶을 위대한 작가로  남기게 한 것일까?

테오는 그저 형으로서의 빈센트가 안쓰러워 격려를 멈추지 않은 것일까?

비록 삶은 피폐하고 궁핍하지만 형의 재능 안에 감춰진 가치를 꿰뚫어 보았던 것일까?
그들이 살아 내던 당시의 그들 인생에겐 모두가 다 부족하고 절망스런 상황들 뿐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고스란히 우리에겐 아름다움으로 남는다. 

그것도 위대하고 완벽한 아름다움으로..

 

 





형의 죽음이 저에게 얼마나 큰 슬픔을 안겨주었는지 상상도 하지 못하실 것입니다.  

저는 평생 이 슬픔을 짊어지고 가야만 합니다.

흔한 일이지만 이제와서야 형의 작품 을 칭찬하는 사람들이 나타납니다.

하지만 이젠 늦었습니다.

모든 것이 끝나버린 지금, 형은 홀로 밀밭 속에 누워 휴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형은 제게 그 무었과도 바꿀 수 없는 유일한 형이었습니다.                 

 -동생 테오가 어머니께 보낸 편지 -

  

우리는 때로, 

성공이라는 것을 아주 높은 꼭대기의 것으로 이야기 하는 경우가 있다. 

성공의 가능성이란 것을 눈에 보이는 확실한 증거나 확률로 이야기 하는 경우가 있다. 

해발 8,848m의 에베레스트 정상은 해발 0m에서부터가 시작이다. 

산을 오르는 사람에게 힘을 주는 사람은 정상 정복의 성공을 빌어주는 사람보다 

산을 오르고자 하는 결심에 박수를 보내주는 사람이다. 
아름다움은 붓을 쥐는 순간부터 만들어진다.
아름다움은 완벽한 것이 아니다. 아름다움은 완벽한 사람의 창작물이 아니다.

 

가치란, 삶이란, 결과란,  성공이란, 열정어린 도전이란 모두 흠있고 부족한 것들의 조합이다.

그 부족함마저도 아름다움의 일부라는 사실을 우린 잊지 않아야 한다.

빈센트 반 고흐는 위대하고 완벽한 화가다.
절망하고 좌절하고 실패한 거라 여겨지던 그의 삶조차 포함해서 그는 아름다왔다.

살며, 살아가며 우리는 아름다울 자격이 있다.
아주 충분히...

 



사람이 왜 평범하게 된다고 생각하니? 

그건 세상이 명령하는 대로 오늘은 이것에 따르고 내일은 다른것에 맞추면서, 

세상에 결코 반대하지 않고 다수의 의견에 따르기 때문이다.

- 1883.7 동생 테오에게 빈센트 반 고흐



@monte-chris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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