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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몬테크리스토르 Feb 22. 2019

복지는 '덤'인가 '나머지'인가

- 진정한 복지가 '덤'의 마음에서 출발해야 하는 이유.

<영화 '광해' 중에서 왕이 음식을 많이 남겼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 음식에 침을 묻히는 수랏간 상궁들> 



영화 '광해'에는 수랏간 상궁들이 왕이 남긴 음식을 먹으며 즐거워하는 장면이 나온다.

궁중 문화에 낯선 가짜 임금 광해는 자신이 남김없이 비운 수랏상에 상궁들이 실망하자, 그 이유를 듣곤(왕이 남긴 음식은  따로 상을 차리지 않는 수랏간 상궁들의 끼니가 된다) 일부러 수랏상을 풍성히 남겨 그녀들의 즐거운 식사를 돕는다.

아랫 사람의 배고픔과 설움을 익히 알고 있던 가짜 임금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우리의 옛 조상들은 3덕(三德)이라 하여 식구 수에 세 명 몫을 덤으로 얹어 밥을 짓고 찬도 꼭 먹을 분량에서 덤을 얹어 만드는 것이 부덕(婦德)이 되어 있었다. 지나가는 행인이나 걸인이 찾아올 수도 있고 어렵게 사는 이웃들이 갖다 먹을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옛날 농촌이 그토록 가난했으면서도 각박하지 않게 살아날 수 있었던 것은 조상님들의 3덕 때문이었다 해도 대과는 없다."

- 이어령 지음 <생각> 중에서 인용된 '이규태 칼럼' 


'덤'이란 '제 값어치 외에 거저로 조금 더 얹어 주는 일, 또는 그런 물건'을 말한다.
그저 풍성하게 남으니 통 크게 더 얹어주는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진짜 덤은 행여 모자랄까 행여 부족할까 걱정하는 마음으로 얹은 애틋하고 정겨운 마음 한 술이다.
덤은  '마음'이고, '정(情)'이었다.
내가 먹을 밥의 일부를 덜어 내야 하는 나눔이었다.


요사이 세상이 각박하고 팍팍해지면서 '덤' 따윈 기대하기 어려운 세상이 되었다.
경주 최부자집의 유훈(遺訓) 중에는 '사방 백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 라는 
내용이 있어 흉년이 들면 언제든 쌀을 퍼갈 수 있는 구멍을 따로 내어 놓았다.
우리의 조상들은 백성과 더불어 나눠 먹는 나눔을 책임이자, 명예이자, 한 세상을 함께 살아가는 방법으로 여겼다.



2017년 발표된 사회복지 예산보고서에서 사상 처음으로 각종 사회복지기금을 뺀 사회복지 예산이 국가 총지출 보다도 적은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아시아경제는 이를 "복지 후퇴 원년(?), 복지예산 증가율<정부지출 증가율." 이라고 간단하게 표현했다 한다) 

사회복지지출이 세금으로 지원되는 예산과 기금을 제외한 이유는 기금 성숙에 따른 자연증가분이 전체 사회복지 예산 증가로 보이는 착시현상을 막기 위함이다.

사회복지기금 지출은 국민연금, 사학연금, 공무원연금, 고용보험 등 정규직 이상 중산층 위주로 지출되는 경향이 있는데, 조세 베이스 일반 회계에서 지원되는 기초생활보장이나 기초연금처럼 취약계층 지원 예산과는 결이 다르다. 이는 곧 기금 성숙에 따른 자연 증가분만 상승하고 2017년처럼 사회복지 일반예산이 줄어 들면 취약계층 지원 예산은 사실상 감소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119조 복지지출 중 공적연금이 45조원, 주택기금이 21조. 합치면 절반이 넘는 수준이고(56%), 공적연금 지출은 정규직 이상 중산층 위주 지출이고, 주택기금은 사실 OECD기준으로는 사회복지 지출에 포함되지도 않음을 명시하고 있다

결국 우리나라만 주택 관련 지출을 사회복지 지출에 포함시켜서 사회복지 지출금액이 과장되어서 보는 것으로, 즉 우리나라 복지 지출의 현실은 취약계층이 아닌 중산층 이상을 선별적으로 지원하는 복지지출임을 알 수 있다.  <출처: http://www.narasallim.net/1358 >



덤은 배부른 자들이 다시 출출해 질 때를 위해 준비된 것이 아니어야 한다.

먹고 남은 나머지를 해결하기 위해 두리번거리는 모습보다

함께 나눌 기쁨에 쌀 한 줌, 밥 한 술을 옮겨 퍼 담는 바로 그 때에

정녕 기꺼운 마음으로 '덤'을 올리는 그런 밥상이 우리에게 풍성했으면 좋겠다.

내 입에 들어갈 것을 생각할 때, 함께 다른 이의 입도 떠올리는 마음이 '덤'을 담는 마음이어야 한다.

행정에 필요한 재정을 모두 지출하고  나서 남은 예산을 나누는 것이 복지가 아니듯이

먹고 남은 것, 버리느니 주지 뭐... 

먹고 남은 것, 그것도 내 것인데 왜 남을 줘... 가 아닌

주변의 주리고 어려운 이를 살펴 그를 위한 한 줌의 한 술의 덤을 예비하고 이를 기꺼이 나누는

복지국가 대한민국의 내일을 기대한다.



임금 한 사람의 수랏상이 물려진 후에도 상궁들에게도 넉넉한 밥상의 기회가 돌아갔듯이,

소박해도 함께 배부르고 함께 행복해지는 시대,

배고픔 때문에 슬픔과 아픔과 설움을 당하는 일, 속상해지는 이 없이 

서로 같은 한 끼의 식사를 행복하게 마치며 살아가는 시대가 우리의 시대이길 빈다.

나머지가 아니라 덤이 복지다..

배려와 살피는 마음으로 내 밥상의 한 술을 덜어 나누는 덤이어야 한다.

@monte-chris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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