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려견 뭉치의 묘지를 돌아보며
내 반려견 뭉치는 부모님 텃밭
밤나무 밑에 묻혔다.
가족의 추억이 담겨있고
그만큼 자주 드나드는 곳이다.
지난 주말에 그 곳을 찾았다가
문득,
정작 뭉치는
살아 생전 한번도
이 곳을 와 본 적 없었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여긴 어디길래 왜 날 여기다 묻었지 하고
의아해 했을 뭉치 생각이 나서
아차 하고 미안했다.
살아 생전
같이 뛰놀던 공간으로 만들어 주지 못한게,
그래서 뭉치에게도 따뜻하고 익숙한 공간으로 기억하게 해 주지 못한게
조금 많이 미안했다.
그랬음 혼자 묻혀 있는 동안도 덜 외로와 했을텐데...
하지만,
죽음 뒤에 묻히는 곳이
대부분 낯선 곳이 되기 십상인
세상의 모든 생명들을 생각하곤
그만 미안해 하기로 했다.
나도 언젠간 그리 낯선 땅으로 돌아갈테니까...
그리운 뭉치 생각에 이 전직 개집사는
훈련이라곤 전혀 안 된...
앉아 엎드려 따위 다 무시하고
던져주는 간식에만 순종하던,
옆집 강아지 두 마리만 하염 없이 쓰다듬다 왔다.
문득,
모든 생명이 묻힌 자리는
어쩌면 남은 자들의 편의를 위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함께 세월을 보낸 집사로서 미안했고,
마음껏 내 편한 곳을 찾았을 때 뭉치도 함께 추억할 수 있음에 겸연쩍게도 감사했다.
나도 세상 떠난 후,
내 사랑하는 이들이 자주 찾는 곳에 묻혀
나 때문 아닌 일로 그 곳을 찾았더라도
마침 내게도 들러 나를 추억할 수 있었으면 하는 생각에
언제일지 모를 내 죽음 후를 기대할 수 있어 좋은 주말이었다.
꽤 한동안 그랬었다.
@몬테크리스토르 & 故 뭉치
#끄적이는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