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땅몰타 독립출판 이야기 - 크라우드펀딩
사실 돈 많이 들였다.
다행히도 가장 큰 부담이었던 '인쇄 비용'은 크라우드 펀딩으로 충당할 수 있었다.
일 년이 채 지나지 않은 작년 5월 20일이 우리 책 <몽땅몰타>의 크라우드펀딩 시작일이었다. 당시에 느꼈던 온몸의 긴장과 전율은 잊을 수가 없다. 누군가 몽땅몰타의 배경에 관해 물어보면 언제나 준비된 아이돌 가수처럼 “저희는 3년 전 같은 회사 인턴 생활을 하다 몰타라는 국가를 알았고 몰타 어학연수 준비하는 과정에... blah blah”라고 막힘없이 이야기한다. 항상 태연하게 '3년'이라는 준비 기간을 이야기하지만, 사실 태연하지만은 않았던 그간의 과정이 펀딩 시작일에 하나하나 떠올랐고, 그래서인지 한 번의 클릭으로 개시될 펀딩이 그토록 떨렸다.
크라우드 펀딩이 뭐예요?
크라우드펀딩 : 자금을 필요로 하는 수요자가 온라인 플랫폼 등을 통해 불특정 다수 대중에게 자금을 모으는 방식으로, 종류에 따라 후원형/기부형/대출형/지분투자형 등 네 가지 형태로 나뉜다.(네이버 지식백과)
독립출판물 <몽땅몰타>는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책 제작 자금을 마련했다. 정의하는 것과 같이 몰타 콘텐츠 ‘몽땅몰타’를 제작하는 데 필요한 목표금액을 콘텐츠가 필요한 수요자에게 투자를 받고 투자금으로 만든 책과 리워드 상품을 보내주는 형태다. 즉, 판매를 하고 돈을 받는 것이 아니라 판매금액을 미리 투자받아 제작 금액으로 사용하는 것. 우리는 책이 메인 콘텐츠였으며 리워드 상품은 몰타 배경 엽서 그리고 출간 파티 초대권이었다. 리워드 종류는 제작자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몽땅몰타 책 제작 금액은 두 번에 걸친 몰타 현지 취재비용과 우리 두 명의 인건비를 제외하고 오직 책의 인쇄 비용만을 뜻한다.)
크라우드 펀딩을 선택한 이유?
책으로 크라우드펀딩을 이야기하지만 위 사진과 같이 카테고리는 무궁무진하다. 평소 좋은 상품이 있다면 우리는 인터넷 쇼핑하듯 종종 펀딩 플랫폼에서 책이나 물건을 산다. 기존 쇼핑몰과 다른 점은 신규 브랜드도 기획력과 품질이 좋다면 제작비 투자를 받고 동시에 마케팅 효과도 얻으며 데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몽땅몰타>도 기존 출판과 달리 독립 출판물이고 기획 과정에 스토리가 있으며 일반적인 책보다 작은 사이즈라는 특징이 있어 펀딩 제작을 선택을 했다. 그리고 직장인인 우리가 외부 압박(?)이 크게 없다면 출판 작업이 계속해서 늦어질 거라 직감했고 펀딩 마감일을 우리의 작업 마감일로 두고 진행했다. 우리가 작업한 것이 아니라 마감이 작업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단기간에 효율적으로 작업에 임했다.
+) 대표적인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은 텀블벅(www.tumblbug.co.kr), 와디즈(www.wadiz.kr)가 있다. 우리와 같은 도서 콘텐츠는 텀블벅에서 조금 더 활발하다. 어떤 기획이냐에 따라 플랫폼 선택이 달라질 수 있다.
크라우드펀딩은 어떻게 진행되나
펀딩 과정은 크게 1. 게시물 등록 및 심사 2. 펀딩 기간 콘텐츠 및 리워드 제품 제작 3. 상품 발송 순으로 이어진다.
1. 게시물 등록 및 심사
쇼핑몰 상세페이지처럼 크라우드 펀딩도 콘텐츠를 소개할 수 있는 상세페이지가 필요하다. 제품별로 펀딩 기간에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3주에서 4주 정도 소요된다. 예를 들어 펀딩 기간이 한 달이라면 구매 후 한 달 뒤에 배송받더라도 꼭 가지고 싶을 만한 매력적인 제품 설명이 필요하다. 어떻게 상품이 기획되었는지, 어떤 특징이 있는지, 제작자는 어떤 사람인지 알릴 수 있는 상세한 설명을 해야 한다. 아래 사진처럼 일반적으로 펀딩 받는 메인 콘텐츠 외에 펀딩금액대 별로 리워드가 책정된다. 그리고 펀딩을 등록하기 전 최종으로 플랫폼 자체 펀딩 심사를 한다. 보통 빠르면 3일, 늦어지면 일주일까지 걸리니 일정을 잡을 때 고려해야 한다.
2. 펀딩 기간 콘텐츠 및 리워드 제품 제작
'우리는 이런 걸 만들 거고, 몇 월 며칠에 일괄 배송할 거다!'라고 알렸으면 진행 중이던 작업을 마무리해야 한다. 몽땅몰타는 펀딩 기간 두 명이 할 수 있는 총력을 다해 회사 출근도 하면서 밤을 지새우고 작업을 이어갔다. 글 수정 작업을 하며 동시에 책 디자인을 진행했다. 공식 계정이 있다면 작업을 열심히 하고 있다는 과정을 노출하는 것도 좋다. 한 달 뒤에 받을 책이 어떻게 진행되고 마무리되는지 구매자가 알 수 있다면 더욱 신뢰가 가지 않을까.
3. 상품 발송
발송 전 모든 제품이 실물로 나왔다면 잘못된 부분이 없는지 마지막까지 확인해야 한다. 한 달간 기다렸는데 파손품이 온다면 그것만큼 실망스러울 수 없다. 그리고 당연한 부분이지만 리워드를 잘 구분하여 포장해야 한다. 제품을 보낼 때 우리는 가장 믿을 수 있는 우체국 택배를 이용했다. 우체국 택배의 경우 수기로 송장을 기재해야 하는 수고로움이 따른다. 배송 며칠 전에 꼭 송장을 받아 미리미리 기재해두자. 펀딩 배송지가 200군데라도 넘어버린다면 종일 주소만 쓰고 있을지도 모른다.(경험담..) 우체국 택배는 기사님 방문 택배 비용이 많이 들어 직접 지점에 가서 등록하는 편이 낫다. 이렇게 최종 발송되면 끝! 이 아니다. 송장 번호별 제품 배송 사항을 수시로 확인하고 모든 제품이 배송 완료되면 마무리된다.
성공적으로 끝난 몽땅몰타 크라우드펀딩 프로젝트
우리는 약 3주간의 펀딩 기간에 100만 원이었던 목표금액을 500퍼센트 달성하여 약 5,261,000원을 펀딩 받았다. 힘들었지만 하루하루가 행복이었다. 열정으로만 달려온 3년의 시간을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기분이었다. 누군가로부터의 금전적인 지원 없이 자발적으로 진행하는 작업이었고, 몰타 재취재를 포함하여 작업 과정 동안 들었던 비용 때문에 더는 개인 자금으로 책 제작이 힘든 상황이었다. 너무나 다행히도 열심히 준비한 크라우드 펀딩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어 책 제작, 리워드 제작, 출간 파티 자금을 모두 충당할 수 있었다. 우리처럼 크라우드펀딩으로 책 제작을 하려는 분들에게 우리의 경험담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면 좋겠다. 그리고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에게도 '할 수 있다'는 용기에 힘을 더하고 싶다.
크라우드 펀딩 꿀팁 7가지
1. 목표액이 높더라도 목표 금액 설정을 낮게 하길 추천한다. 구매자는 펀딩 금액보다 목표금액이 얼마나 달성되었는지 비율을 주로 보기 때문이다. (ex. 이 펀딩은 200만 원이나 채웠네? X / 이건 무슨 펀딩이길래 벌써 200%나 달성한거지? O)
2. 게시물을 등록하고 초반에 많은 금액이 펀딩 된다면 다른 콘텐츠에 비해 상위 노출될 가능성이 높으니 초반 스퍼트를 위해 지인들에게 홍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리미리 펀딩을 한다고 소문을 내자!
3. 기존에 성공한 펀딩 중 자세하고 스토리 있는 상세페이지를 많이 참고하면 좋다.
4. 리워드 제작에 너무 집중하지 않도록 하자. 가장 중요한 건 메인 콘텐츠다. 사사로운 욕심에 리워드 가짓수를 너무 늘린다면 자칫 주객이 전도될 수 있다.
5. 펀딩 기간은 너무 긴 것보다 한 달 내외가 가장 적당하다고 생각한다.
6. 펀딩 금액은 쉽게 결제할 수 있는 금액 선에서 촘촘하게 설정하는 걸 추천한다.
7. 펀딩 기간 중 상품 제작과정을 면밀하고 자세하게 알리면 좋다. 일자 등 변경되는 부분이 있다면 공식 계정 그리고 펀딩 페이지에 즉각 공지해야 한다.
0. 프롤로그
1. 여행기로 책을 낸다고?
2. 책을 핑계로 몰타에 다시 갔다.
3. 그래서 회사 다니면서 어떻게 책을 냈다고?
4. CMYK는 처음입니다만
5. 내 돈 하나도 안 들이고 출판하기 (a.k.a 크라우드펀딩)
6. 갑출사 (갑자기 출판사 사장이 되었다)
7. 내 책이 세상에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