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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간옥이네 Sep 04. 2020

서울 사는 막내딸도 불러 먹이고 싶은 맛

옥천전통문화체험관에 자리 잡은 '송고가'


다시 옥천에 오고 싶은 이유

쏟아지는 여름 장맛비에 옷을 적셔가며 이곳의 간판과 ‘셀카’를 촬영하는 표정이 밝다. 슬쩍 다가가 식사가 만족스러웠느냐고 묻자 “이 식당에 대해 할 말이 많다”며 인터뷰를 자청한다.


“저희는 인천에서 왔는데요. 전골이 메인으로 나오는 ‘송고 정식’을 먹었어요. 국물이 진하고 시원한데, 깨끗하고 맑은 느낌이 나서 좋았어요. 둘째론 모든 버섯의 질이 좋아서 놀랐어요. 정갈한 밑반찬도 너무 맛있고요. 먹으면서 건강식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어요. 셋째론 전통문화체험관 안에 있는 식당답게 한옥 건물인 것이 마음에 드네요. 한옥에 앉아 초록빛 식물들과 떨어지는 빗방울을 바라보면서 느긋하게 식사를 하니 양반이라도 된 것 같아요.”


“이제 옥천이라고 하면, 송고버섯 생각이 제일 먼저 날 것 같아요. 사람들한테도 여기(송고가)에 가보라고 옥천을 소개할 거예요. 국물이 좋아서 겨울에도 한 번 더 와보고 싶어요.”


이제 막 식사를 마치고 옥천을 떠난다는 그의 말 속에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가 모두 담겨있는 듯하다.


한옥의 고즈넉한 분위기에 차분한 음악이 운치를 더하고, 빗소리가 전골의 풍부한 맛을 더 깊게 만든다. 자리를 가득 메운 손님들이 국물을 입안에 떠 넣고는 그 맛에 대해 한마디씩 한다. “미끄덩거리지가 않고 쫄깃해.”, “식감이 정말 고기 같아.”


향은 송이버섯과 같고, 식감과 맛은 고기와 같다는 뜻에서 이름 붙였다는 ‘송고버섯’. 그 맛이 일품이라는 ‘송고버섯’의 고향 집이자 옥천전통문화체험관 안에 슬며시 자리 잡은 ‘송고가’. 빗줄기가 멈추고 다시 내리기를 반복하던 7월의 어느 날 이곳을 찾아가 보았다.



경건한 농촌 생활 꿈꾸며 찾아온 옥천

‘송고가’를 운영하는 박난희 씨 부부는 옥천에 오기 전까지 서울 중심가에서 숨 가쁜 인생을 살았다. “고된 서울 생활을 오래 하다 보니, 귀촌해 경건하고 평화로운 삶을 사는 것”이 부부의 오랜 바람이었을 정도.


귀촌을 앞두고 충남, 전북 등 전국을 돌아다녀 봤지만 허탕. 옥천에 와 땅을 보는 순간, “이곳이다”라는 결심이 섰다. 옥천으로 귀촌을 결정하며 묘목 농사를 생각했지만 계획처럼 되지 않았다고. 그때 새롭게 눈에 들어온 것이 바로 ‘송고버섯’이었다. 이제는 당당히 옥천의 특산물이라 불릴 만큼 찾아주는 이도, 알아주는 이도 많이 생겼지만, 오늘이 있기까지 그 과정만큼은 절대 쉽지 않았다.


“중국에서 종균을 나누어 준다고 해서 받아오긴 했는데, 이 버섯(송고버섯) 재배가 처음이다 보니 어디 물어볼 곳이 없잖아요. 스스로 연구하고 끊임없이 노력했지요. 때론 외롭기도 했지만, 신앙의 힘을 빌려 한 발 한 발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시행착오 끝에 고문수 씨는 질 좋은 버섯 재배에 성공했다. 송고버섯이라는 이름도 그가 직접 붙이고, 특허청에 고유 브랜드 등록도 했다. 옥천에 사는 이라면 제법 더욱 익숙할 ‘송고버섯’을 닮은 로고 역시 만들었다. 본격적으로 ‘송고버섯’의 브랜드화를 시작한 셈이다.



재배부터식탁 위에 오르기까지

남편 고문수 씨는 농업회사법인 주식회사 ‘송고’의 대표다. 청성면 궁촌리에서 친환경 무농약 송고버섯 재배단지를 운영 중이다. 귀농인들에게 기술을 가르쳐주고 그 방법을 함께 공부한다. 재배단지 농가 식구들이 땀 흘려 농사지은 버섯을 구입해 아내 박난희 씨가 운영하는 ‘송고가’에 제공한다.


“송고버섯을 어떻게 먹어야 맛있는지 요리법을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재배단지 농가 식구들의 버섯도 팔아줄 수 있고요. 예전에는 재배단지 안에서 ‘식사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했는데, 아내의 손맛 덕분에 인기가 대단했어요. 유명인사들도 찾아와 엄지를 세웠을 정도니까요. 그 경험을 바탕으로 식당을 운영하게 됐네요.”


고문수 씨는 일주일에 사나흘은 농원에서 일하고 농원에 가지 않는 날에는 버섯을 실어다 ‘송고가’로 조달하며 식당 일을 돕는다. 장을 봐서 재료를 날라주는 일 역시 고문수 씨의 역할. 화구가 세 칸밖에 안 되는 아담한 크기의 부엌이지만, 이제는 제법 손님이 많아져 부부가 각자의 역할로 바빠졌다.



서울 사는 딸도 불러 먹이고 싶은 맛

‘송고가’의 대표메뉴를 묻자, 망설임 없이 송고버섯전골이 메인으로 나오는 ‘송고 정식’을 추천한다. 송고버섯조림, 송고버섯탕수 등을 비롯한 밑반찬이 상을 가득 채우고 향긋한 송고버섯 밥에 보글보글 끓는 전골까지, 한 상 가득이다.


전골에는 송고버섯을 비롯해 목이, 은이, 느타리, 팽이버섯 등 다양한 버섯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있고, 질이 좋은 소고기와 채소도 인심 좋게 수북하다. “조미료는 일절 사용하지 않고 100% 버섯가루로만 맛을 내는 것”이 깊은 맛의 비결이다.


“전골은 끓을수록 맛있으니, 맛에 집중해서 천천히 잡수세요. 전골에 들어가는 고기도 어디 내놔도 부끄럽지 않을 만큼 아주 좋은 고기입니다. 버섯장사 한다고 버섯만 좋은 것 내놓으면 그게 어디 대접인가요.”     

젊어서부터 대접하기를 좋아했다는 부부의 정직한 신념 덕분인지 모든 음식이 전부 빛깔도, 모양도, 맛도 신선하다.


“얼마 전 나이 지긋하신 할머님께서 아드님과 오셔서 드셔보시고는, 다른 자식들도 다 한 번씩 데려오셨어요. 서울 사는 딸도 불러 먹이고 싶은 맛이라고 하시는데 큰 보람이 느껴지더라고요.”



옥천 대표 송고가에서 더 멀리

“사람들은 농작물이라고 하면 유독 ‘싸고 좋은 것’만 찾으려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좋은 것엔 합당한 가치를 지불하는 사회가 되었는데도 농작물만큼은 그 기준이 참 박하네요. 같은 가격이면 버섯보다는 고기를 먹겠다고 하잖아요. 비싸게 팔면 그만큼 먹어볼 사람이 줄어들 거란 생각에 조금 저렴한 가격에 가성비 있는 요리를 내놓았습니다. 더 많은 사람이 알았으면 해요, 이 좋은 것을.”


신선한 재료와 반찬의 가짓수, 맛에 비해 저렴한 가격을 책정한 이유에 대해 묻자 박난희 씨는 명쾌한 답을 내놓는다.


두 부부는 각자의 자리에서 ‘송고버섯’을 알리기 위해 오늘도 누구보다 열심이다. “기왕 시작한 일 책임감 있는 모습으로 오래도록 잘 해보고 싶다”는 두 사장님. 이제 옥천이 아닌 더 먼 곳에서도 ‘송고가’ 이야기를 들을 날이 머지않은 듯하다.


· 충북 옥천군 옥천읍 향수길 100(옥천전통문화체험관 내)
· 화~토요일 오전 11시 ~ 오후 8시(쉬는 시간 오후 3시 ~ 오후 5시),
· 일요일 오전 11시 ~ 오후 3시
· 휴무 월요일     
· 송고정식 1인 15,000원(2인 이상)     
· 043-733-2233



글 사진 서효원

월간옥이네 2020년 8월호(VOL.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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