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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간옥이네 Nov 27. 2019

마음 편히 대화하고픈 날, 여기 어때

옥천군 이원면 강청리 해바라기 꽃카페

지난 7월 중순 이원면 강청리 도로변에 ‘해바라기 꽃 카페’가 문을 열었다.


해바라기의 꽃말은 ‘기다림’. 해바라기 꽃 카페가 기다리는 건 떼돈 버는 ‘대박’이 아닌 ‘얼굴 보고 담소 나눌 편안한 공간’이 되는 것이다. 적막한 밤을 밝히는 따뜻한 공간이 되고자 담장 앞 쓰레기를 치우고, 높은 담을 낮추고, 넝쿨로 장식할 아치형 대문을 만들었다. ‘꽃 카페’라는 이름답게 화단을 꾸미고, 내부를 정비했다. 가을꽃 핀 카페 입구에 들어서면 주인장 곽주영(51) 씨가 따뜻한 목련차를 손에 쥐어주며 말한다. 


“여기에서 일하고, 손님을 만날 때마다 살아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이원면 구룡리가 고향인 곽주영 씨는 6년 전 야생화 농장 ‘하늘농원’을 차렸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언니를 따라 서울에 살다 돌아온 때였다. 지인을 통해 이원면 윤정리 530평(1,752㎡) 땅을 사서 수십여 종 야생화를 키웠다. 농약을 전혀 치지 않아 얼마든지 덖고 말려 먹어도 되는 야생화였다. 곽주영 씨는 같은 야생화 농원을 차린 언니와 함께 아침저녁으로 부지런히 농사를 지었는데,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늘 혼자 있다 보니 ‘고립돼 있다’는 느낌을 받았고,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이 나이에 언제까지 농사지을 수 있을까’ 고민하는 데 이르렀다. 사람을 많이 만나고, 나이 들어도 무리하지 않고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또 그 일을 야생화 농사와 연결할 방법은 없을까. 답은 간단했다. 이원면에 카페를 차리는 것.


“내 나이가 70쯤 됐을 때 어떤 일을 하고 있는 게 좋을까, 생각했어요. 카페를 차리면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고, 지나가는 사람도 보고, 허송세월 하는 대신 청소라도 하면서 활력을 얻지 않을까 싶었죠. 또 이런 면단위는 자꾸 인구가 줄고, 누릴 수 있는 문화 공간이 적어요. 다목적회관에서 이런 저런 프로그램을 운영해도 한계가 있으니까 여가생활 없는 분이 많죠. 편안하게 담소 나눌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곽주영 씨가 약 1년간 빈집을 고쳐 카페 문을 열자 동네 주민이 하나 둘 고개를 내밀었다. 먼저 떡을 돌리고, 인사를 하니 호의를 갖고 카페를 찾는 주민이 있었다.


“어느 날 할머니가 지팡이를 짚고 땀을 흘리면서 들어오시는 거예요. 물을 드린다고 했더니 커피를 달라시더라고요. ‘이사 온 동네 이웃이 돌린 떡 먹었으니까 힘 날 때 가봐야겠다’ 생각했다고요. 제가 ‘2천 원만 주시면 나머지는 정으로 받을게요’ 하면 자신도 정으로 받겠다고 돌려주고, 밤도 가져다주는 이웃이죠. 옆집 아버님이 농사지은 야채를 포장해서 대문에 묶어두고 간 일도 있고요. 저도 좋은 이웃이 되려고 노력해요.”



해바라기 꽃 카페 마당에는 수국, 산수국, 무늬인동, 하와이무궁화, 오엽담쟁이 등이 봄을 기다린다. 매일 모습을 달리하는 야생화처럼 공간도 계속 변한다. 곽주영 씨가 직접 꾸민 천장등, 시럽 병에 글루건을 쏘아 만든 소품, 지인이 선물한 조화 등 셀 수 없이 많은 소품으로 카페 내부를 채웠다. 선반을 가득 채운 머그컵은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는 흐름에 따라 구비했다. 앞으로는 카페 옥상에서 경치를 감상할 수 있게 테이블과 벤치를 놔두고, 떡볶이·오뎅·토스트 등 배를 든든히 채울 메뉴를 추가할 계획이라고. 요즘 잘 나가는 카페와는 분명 다르지만, 곽주영 씨는 “제 나이에 맞는” 공간을 꾸릴 뿐이다.


시럽을 많이 넣지 않는 음료에서는 건강한 맛이 난다. 또 지역 농산물로 만든 매실청, 대추청에서는 신선함이 묻어난다. 겨울에는 지역에서 나는 사과로 주스를 만들 생각이라는 곽주영 씨. 지금은 카페를 지나는 등산객과 지인이 주 손님이지만, 앞으로는 더 많은 이에게 ‘편안한 공간’으로 다가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카페 문을 열어 둔다. 이야기 나누는 손님이 불편할까봐 밖에 나와 있기도 한다는 곽주영 씨에게서 해바라기처럼 다정한 배려가 엿보인다.




이 글은 월간 옥이네 2019.11월호(통권 29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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