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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특집

기후재난의 연속,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기후위기시대, 생존을 모색하다’ 토론회

by 월간옥이네

9월 한 달 간 지구 생태계와 인간의 생존을 위한 기후정책 수립을 요구하는 기후위기비상행동의 집중 행동이 전국에서 펼쳐진다. 환경, 농업, 노동, 인권, 과학, 종교, 청소년 등 200여개 사회단체가 모인 ‘기후위기비상행동’이 9월 2일부터 25일까지 전국에서 ‘기후비상 집중행동’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그 첫날인 2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후위기 대책을 요구하는 ‘코로나, 폭우, 폭염, 기후위기 - 우리는 살고 싶다’ 기자회견을 연 데 이어 ‘기후위기 시대, 생존을 모색하다 - 1.5도 탄소예산을 기초로 한 배출제로 사회 전환을 위한 토론회’가 온라인으로 중계됐다. 2050년 온실가스 배출 제로 목표 수립 및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강화하기 위한 시민사회의 입장과 의견을 모으는 자리였던 이날 토론회 내용을 정리해 싣는다.


과잉생산, 과소비 막을 정책 변화 시급

코로나19와 50일이 넘는 장마 등 기후재난이 이어지면서 기후위기를 어느 때보다 실감할 수 있는 올해. 우리 국민의 90% 이상이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지만1),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정부 정책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라는 지적이다. 우리 정부의 장기 저탄소발전전략안(올해 8월 기준)을 살펴보면 2050년 탄소배출 제로(0) 실현을 위한 목표가 불확실하고 주된 전략 역시 구조적 전환보다는 기술 수단에 편중돼있다는 것. OECD 국가 중에서도 온실가스 배출 증가 속도가 빠른 한국이 제대로 된 목표 설정 및 실현 계획을 만들지 못하는 상황에서 또 다시 ‘기후 악당국’으로 낙인찍힐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2일 진행된 ‘기후위기 시대, 생존을 모색하다 - 1.5도 탄소예산을 기초로 한 배출제로 사회 전환을 위한 토론회’에 참석한 발제자들 역시 같은 내용을 지적했다. 환경정책평가연구원 이창훈 선임연구위원은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재생에너지 등 저탄소·탈탄소 에너지원 개발 등의 전략이 필요하지만 우리의 경우 이 같은 고민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OECD와 EU회원국 등 120개 국가가 탄소중립2)을 선언했는데 기본적으로 에너지 소비를 강력하게 억제하고 저탄소·탈탄소 에너지원을 공급하겠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며 “하지만 우리는 재생에너지 개발이나 관련 인식이 부족하고, 특히 산업분야의 에너지 사용량이 굉장히 높다는 문제 등이 있다”고 말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태양광이나 풍력 등 자연에너지를 활용한 재생에너지전력의 효율적인 저장 및 활용에 대한 연구와 함께 전체 에너지 소비의 감축을 모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철광 등 석탄연료를 많이 사용하는 산업의 경우, 현재 한국 상황에서 생산 공정에 필요한 에너지 수요를 충족시킬 만큼 재생에너지를 공급하기도 어렵다”고 설명하며 “우리나라 1인당 철강소비량은 약 1.1톤으로 독일, 일본에 비해 2배, 미국에 비해서도 3배 이상에 달하는 등 세계 최고인데, 결국 이런 식의 소비 자체를 줄여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과잉생산, 과소비 등 기존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를 벗어나야 한다는 진단은 계속 이어졌다. OECD 국가 중에서도 국내 온실가스 배출 속도가 매우 빠르다고 지적한 기후위기비상행동 이지언 집행위원장은 “탈탄소화 정책을 빠르게 진행해야 하는 상황임에도 한국 정부가 갖고 있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우리 생존을 담보할 수준이 되는 것인가에 대해 의문이 남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정책에서 ‘탄소예산3)’에 대한 개념을 찾아보기도 힘들 뿐 아니라 정책 수립 및 결정 과정에도 여전히 많은 이해 당사자가 배제돼 있다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구 평균 온도 1.5도 상승을 막기 위해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8년 혹은 10년도 아닌 1년 6개월뿐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대선과 지방선거가 예정된 2022년 기후위기 대응 정책을 공약 1순위로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사실상 대책을 마련할 수 있는 마지막 전환점을 모두 놓쳐버리게 된다는 것. 기후변화청년모임 빅웨이브 조은별 운영위원은 “한국 정부의 그린뉴딜이 목표가 없다는 비판과 함께 해외 석탄 산업 수출4) 등 여전히 기후위기와 관련해 제대로 된 대응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며 “기후위기는 환경 혹은 정치 의제에 머무는 수준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임을 강조했다.


발제 후에는 에너지, 노동, 교통, 농업 분야 및 정부 관계자가 참석한 토론이 이어졌다.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권필석 소장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 구준모 기획실장 △비아캄페시나 김정열 국제조정위원 △기후위기대응에너지전환지방정부협의회 박정연 사무국장 △공공교통넷 김상철 정책위원장 △산업통상자원부 온실가스 감축팀 성시내 팀장 △환경부 기후전략과 오일영 과장이 분야별 기후위기 대응 전략 및 정책에 대해 이야기 나눴다. 이 자리에서는 개개인의 행동 양식 변화는 물론, 정부 그린뉴딜 정책의 명확한 탈탄소 계획 수립, 정의로운 전환을 위해 다양한 분야 관계자의 정책 수립 과정 참여 및 상시 논의 채널, 지방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논의됐다.


한편 기후위기비상행동은 오는 12일 전국 동시다발 기후행동을 조직하고 온라인 집회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25일에는 전 세계 청소년이 동참하는 ‘2020년 세계 기후정의를 위한 행동의 날’을 통해 기후 시위를 진행한다. 관련 활동 소식은 기후위기비상행동 페이스북 페이지(https://www.facebook.com/climatestrike.korea) 및 홈페이지(http://climate-strike.kr/)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1) 녹색연합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전국 만 14~69세 국민 1천500명을 대상으로 8월 20~25일 진행한 설문조사. 응답자의 97.7%가 기후위기가 심각하다(‘매우 심각’ 65.3%, ‘약간 심각’ 32.4% 응답)고 답했다. 또한 응답자의 90.6%가 지구 기온 상승 폭을 1.5도 이내로 제한하기 위해 2050년까지 온실가스 순 배출량을 제로(0)로 만들어야 하며, 한국 역시 이에 동참해야 한다(‘대체로 동의’ 57.1%, ‘매우 동의’ 33.5%)고 밝혔다.

2) 이산화탄소를 배출한 만큼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대책을 세워 이산화탄소 실질 배출량을 ‘0’으로 만든다는 개념.

3) carbon budget. 지구 평균온도가 1.5도 이상 오르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인류가 앞으로 배출할 수 있는 이산화탄소의 양을 뜻한다. 2018년 기준 그 양은 420기가 톤인데, 전 세계에서 해마다 42기가 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현재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10년도 채 되지 않는다.

4) 한전을 비롯해 두산중공업, 삼성물산 등 국내 기업이 베트남, 인도네시아에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것. 그 규모는 베트남 2조 5천억원, 인도네시아 1조 7천800억원 등. 기후위기의 주범인 탄소를 배출하는 석탄 활용 발전사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라는 점에서 ‘탈석탄화 등 기후위기 대책을 실천해야 하는 파리협약 당사국으로서의 의무를 방기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OECD 국가 중 해외석탄사업에 공적 자금을 지원하는 국가는 한국과 일본뿐이다.



글 박누리 기록 소혜미

월간옥이네 2020년 9월호(VOL.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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