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는 때로 거대 담론으로 다가온다. 나 하나 플라스틱 안 쓰고, 채식 좀 한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을지 모른다는 무력감에 사로잡히는 이유다. 그러나 기후위기가 더 이상 남의 나라만의 것이 아닌 내 일상 속 작은 행동 양식까지 바꾸는 문제가 됐다는 점에서 언제까지고 이런 허탈함에 사로잡혀있을 순 없다. 모든 사회 변화의 시작이 사실은 한 사람의 생각과 태도 변화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떠올려보면, 오늘 이 자리에 있는 우리가 어떤 행동을 선택해야 하는지는 명확하다.
옥천을 비롯해 인근 지역에서 기후위기를 알리고 개인적, 지역적 차원의 대책과 실천을 모색하는 움직임은, 그래서 희망이 된다. 코로나19로 예정됐던 활동도 축소된 상황이지만, 그 속에서 여전히 대안을 찾아나가려는 이들의 활동기를 간략히 소개한다.
기후위기, 얼마나 알고 있나요?
옥천고등학교 동아리 ‘유네스코러브’
옥천고등학교 동아리 ‘유네스코러브’는 8월 기후위기와 환경을 주제로 온라인과 교내에서 캠페인을 진행했다. 유네스코러브는 평화와 인권, 지속가능발전 등 유네스코가 지향하는 가치와 이상을 학습하고 알리는 것을 주요 활동 방향으로 삼고 있는 동아리. 이들은 이번에 플라스틱과 일회용품의 무분별한 사용, 기후위기가 불러온 코로나19 등의 감염병 창궐, 전 지구적으로 발생하는 각종 기후재난을 알리는 캠페인을 진행했다. 누구 하나 ‘기후위기’를 큰 주제로 정하자고 제안한 것이 아님에도 이런 내용을 공통적으로 다루게 된 데는, 그만큼 청소년의 기후위기 인식이 다른 어떤 세대보다 절실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부분일지도 모른다.
1학년 학생들은 인스타그램 등 온라인을 통해, 2학년은 직접 만든 손 팻말을 활용해 8월 19일 교내 현장 캠페인을 열었다.
일회용품의 무분별한 사용을 주제로 캠페인을 진행한 유네스코러브 기장 박채은 학생은 ‘코로나19 이후 일회용품 사용 증가’와 관련한 문제를 인식하고 이를 친구들과 나눠보고 싶었다고 말한다. 채은 학생은 “코로나19로 전 세계적으로 매달 1천290억 개 이상의 일회용 마스크와 650억 장의 일회용 장갑이 사용된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며 “플라스틱 등 일회용품 사용이 환경에 미치는 해악에 대해 저나 친구들이 제대로 알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고 그래서 이런 내용을 먼저 알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각자 일회용품 사용을 줄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쪽지로 의견을 나눠보는 활동도 함께 진행됐다. 하다연 학생은 “이번 캠페인을 통해 친구들과 함께 일회용품을 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볼 수 있어서 뜻 깊었다”며 “2학기에도 가능하다면 이번 내용보다 더 구체적인 실생활 속 지구 온난화 예시를 찾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일회용품 분리수거 방법을 동영상으로 제작해 공개한 1학년 윤영주 학생은 ‘일상 속 작은 실천의 중요성’을 함께 나눌 수 있었다고 전했다. 영주 학생은 “심각한 환경 파괴에 대해 모르지 않지만 대책을 실천하는 데는 많은 사람이 주저하는 것 같다”며 “저희는 거창한 무언가가 아닌 일상에서 각자가 할 수 있는 작은 일을 통해 환경보호를 실천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플라스틱 등 일회용품 문제는 개인의 실천과 함께 정부 정책과 기업의 변화가 필요한 만큼 이에 대해서도 많은 사람이 함께 대책 마련을 이야기할 수 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옥천고등학교 동아리 담당 황송주 교사는 “코로나19로 동아리 부스 운영 등이 모두 취소되고 계획보다 많이 작아진 규모로 진행이 돼 아쉽지만, 그만큼 학생들의 좋은 아이디어가 모여 의미 있는 내용을 전달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평했다.
대전, 청주 등지서도 청소년·청년 중심 기후행동 ‘꿈틀’
가까운 대전이나 청주에서도 기후행동이 준비 중이다. 대전의 경우 시민사회단체와 지역 학교, 청소년이 연계해 소규모 기후행동 활동을 계획하고 있다. 사회적협동조합 혁신청과 대전환경운동연합, 페토사회적협동조합이 청소년을 주체로 한 기후행동 프로젝트를 하반기 진행할 예정이다. 대전환경운동연합은 지역 청소년과 공동체와 연계해 일종의 리빙랩 사업을 진행한다. 페토사회적협동조합은 유성중학교, 노은중학교 자유학기제 수업을 통해 기후위기 논의가 교육 현장에서도 이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9월 한 달 간 참가자를 모집한 다음 하반기 관련 활동이 진행된다. 이 활동을 지원하고 있는 사회적협동조합 혁신청 김영진 이사장은 “활동의 방향과 내용, 실행 계획 등 처음부터 끝까지 참여 청소년이 직접 결정하는 쪽으로 가려고 한다”며 “학교 안팎은 물론 지역사회 전반에서 기후위기와 관련한 대응 활동을 확산시키고 지속적인 관련 활동이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밖에 청주에서는 충북기후위기비상행동과 함께 ‘기후위기충북청년행동(가칭)’이 모임을 준비 중이다. 기후위기 문제의 당사자인 청년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지역 내 기후정의 실현을 위한 다양한 정책 제안 등을 이어나가겠다는 것. 우선 기후위기와 관련한 학습, 세미나 등을 진행한 후 향후 활동 방향을 수립할 방침으로, 관련 소식은 충북기후위기비상행동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공유될 예정이다.
글 박누리
월간옥이네 2020년 9월호(VOL.39)
월간 옥이네는 자치와 자급, 생태를 기본 가치로 삼아 지역의 공동체와 문화, 역사, 사람을 담습니다. '정기 구독'으로 월간 옥이네를 응원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