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간옥이네 9월호는
선선한 바람에 지난여름의 고생이 아득하게만 느껴집니다. 아직 무더위가 완전히 가신 건 아니어도 아침저녁 시원한 공기가 가을의 문턱을 실감하게 하는데요. 한풀 꺾인 더위에 “이제 좀 살만하다”고 외치게 되는 9월의 첫날은 한국 여성들이 써내려 간 중요한 역사가 깃든 날이기도 합니다. 바로 ‘여권통문의 날’인데요. 1898년 9월 1일 서울 북촌의 양반 여성들이 주축이 돼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인권선언(△여성도 교육받을 권리가 있다 △여성도 직업을 가질 권리가 있다 △여성도 문명개화 정치에 참여할 권리가 있다)을 발표한 날입니다. 2019년, 이를 ‘여권통문의 날’로 지정하면서 법정기념일이 됐지요. 그러나 최근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는 불법촬영이나 리벤지 포르노를 넘어 이제 ‘딥페이크’로 상상할 수 없던 수준으로 벗어나고 있습니다.
이 암울한 시대에 ‘여권통문의 날’을 선언했던 여성들의 기개를 지역 여성의 삶에서 찾고 싶었습니다. 진로를 고민하는 여성 청소년부터 ‘나이주의’가 뿌리 깊은 우리 사회에서 자신의 꿈을 찾아가는 여성 노인, 아직은 가부장제가 굳건한 농촌에서 마을 살림을 맡는 여성 이장, 마찬가지로 우리 농업에서 없어선 안 될 소중한 여성 농민, 장애를 매개로 서로를 돌보는 연대를 보여주는 여성 장애인과 활동지원사, 소소한 기술을 배우며 생활의 자치를 시작하려는 여성까지 한정된 시간과 지면 안에서 다양한 지역 여성의 활동을 담아보려 했습니다.
1898년 9월 1일의 여권통문 선언은 이후 서민, 기생 등 계층을 막론한 여성들이 동참하며 2주도 채 지나지 않은 9월 12일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운동단체 ‘찬양회’ 설립에 이릅니다. 이 힘은 이듬해 2월 ‘순성여학교’ 개교로, 이후 여성교육운동, 농촌운동, 항일투쟁과 독립운동 등 다양한 형태로 번져갔고요. 그때나 지금이나 여성에겐 “이제 좀 살만해졌다”고 외칠 수 없는 덫이 사회 곳곳에 놓여 있습니다. 그럼에도 일찍부터 싸워온 여성들이 있었음을, 또한 동시대를 살아가는 여성들이 있음을 기억해보며 조금 더 힘을 내보겠습니다.
■ 월간옥이네 9월호 목차
특집
-[여학교의 기억(1)]
꼭 끌어안고 싶은 ‘마음의 고향’, 옥천여중 | 옥천여중 17회 졸업생 조명숙 씨
-[여학교의 기억(2)]
옥천여자고등학교가 생기고 없어지기까지 | 옥천여고 졸업생 김학분, 강영선 씨
-[여학교의 흔적]
옥천여중 시작점 구읍 고택에 얽힌 이야기 | ‘그냥찻집’ 김선기, ‘향수를 담은 집’ 고재만 씨
-[꿈을 좇는 여성 청소년]
“40년 뒤에 우리 뭐 하고 있을까?” | 옥천 청소년 김진미, 추세린 씨
-[꿈을 찾는 여성 노인(1)]
평균연령 80.8세, 마을에서 피워낸 ‘배움의 꽃’ | 안남면 종미리 한글학교
-[꿈을 찾는 여성 노인(2)]
‘더 살기 좋은 곳’ 바라는 마음 담아 매주 한 편의 글을 씁니다 | 옥천시니어기자단
-[‘살림’의 여성 농민]
여성 농민으로 살아남기 | 안남면 청정리 배태숙 농민
-[돌봄과 자치의 여성 이장]
마을 일에 성별이 어딨나요 | 여성이장 김효순, 장명순 씨
-[기술 배우는 여성]
내 손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늘어나요 | 주거관리기술학교 수강생, 임미경 씨
-[서로를 돕는 여성]
요리로, 돌봄으로 새로운 세상 만드는 | 옥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 자립쿡& 박재란, 윤여송 씨
자치X자급X생태
-[길에서 만난 풍경]
바람이 분다, 씨앗을 받자
-[현장]
우리가 마시는 물, 우리 손으로 깨끗하게 | EM흙공 던지기 캠페인 현장
공간X공동체
-[길에서 만난 풍경]
다리 밑 피서
-[현장]
마을 갈등? 인사만 잘해도 문제 없지! | 2024 개심리 선주민·이주민 어울림 한마당 현장
-[길에서 만난 풍경]
햇살 반가운 계절
-[현장]
직접 만든 이야기로 전하는 장애인식 개선 인형극 | 옥천군장애인복지관 ‘그랜마더스클럽’ 장애인식 개선 인형극 현장
-[길에서 만난 풍경]
거리의 텔레비전
-[현장]
밥상으로 전하는 위로 | 옥천군 수해지역 찾아가는 밥상나눔
-[현장]
저희가 바라는 옥천은 어떠하냐면요 | 제4회 옥천군 아동·청소년 정책한마당
사람
-[길에서 만난 사람]
움직이는 여름
-[인터뷰]
“부지런한 일꾼으로, 안 가본 곳이 없다네” | 안남면 종미리 전옥식 씨
-[길에서 만난 사람]
쉰 살 된 날다람쥐
-[독자를 만나다]
“오래도록 기댈 수 있는 매체로 지속되길” | 죽곡농민열린도서관에서 만난 오송이, 메이, 박진숙 독자
문화X역사
-[길에서 만난 풍경]
바가지에 담긴 것
-[현장]
여름밤 화선지에 새기는 마음 | ‘세상의 모든 글쓰기’ 현장
-[현장]
자립을 향한 여정, 소소한 생활기술부터 | 고래실x두두랩 자립역량 프로젝트 ‘생활근육강화기’
https://smartstore.naver.com/monthlyok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