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밀공작소 ‘시골발굴 캠프 in 옥천’ 진행
지역에 청년이 없어 큰일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각종 장려금에 갖가지 지원 정책을 펼친다는 전국 지자체 이야기를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그런데 이상하다. 이렇게 많은 지자체가 청년이 없어서, 그 청년을 데려오기 위해 발 벗고 나선다는데, 정작 내가 살만한 지역을 고르기란 쉽지 않다. 산다는 건 결국 관계를 만든다는 건데, 이런 시한부 제도만으로는 삶터를 옮길 용기를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지역 곳곳에서 청년 대상 귀농귀촌 캠프가 열려 눈길을 끈다. 지난 5월 옥천순환경제공동체 ‘알음알음 귀농귀촌캠프’에 이어 7월에는 농밀공작소의 ‘시골발굴 캠프 in 옥천’이 열렸다. 서울 청년에게 지역과 지역 언론 체험 기회를 제공하는 ‘별의별 이주 기자’도 7월 말부터 10월까지 옥천신문사에서 진행된다.
지역사회와의 관계 형성을 기반으로 한 청년 이주 정책의 필요성이 높아지는 지금, 이런 다양한 활동을 통해 지역을 찾는 청년들의 모습은 더할 나위 없이 반갑다. 그들이 옥천이 아닌 다른 지역을 택한다 해도, 서울에 계속 남는다고 해도 이런 경험은 서로에게 피가 되고 살이 될 것이기에.
더 많은 청년이 더 많은 지역을 만날 수 있길 바라며, 이번 달 월간 옥이네는 7월 18~20일 열린 농밀공작소 ‘시골발굴 캠프’ 현장을 살짝 담는다. 캠프에는 서울·경기 등 수도권을 비롯해 대구, 울산, 경북 김천·경주·포항, 경남 합천 등 다양한 지역 청년 13명이 참가했다.
“우와, 이런 데가 있어? 정말 멋지다.”
18일 오후, 비가 내릴 듯 흐린 하늘에도 용암사(옥천읍 삼청리)에서 바라본 풍경은 탄성을 절로 자아내게 했다. 참가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휴대전화 카메라로 눈앞의 풍경을 담기 바빴다. 20분 가량 산길을 오르느라 진땀을 뺀 것도 잊은 채.
보통의 귀농귀촌 캠프가 농사 체험을 하거나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요리, 지역의 ‘성공한’ 귀농귀촌인 강연 등으로 채워진다면 이번 시골발굴 캠프는 조금 달랐다. 전 일정은 옥천이라는 지역을 참가자 개개인의 관점에서 ‘발굴’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단체 티셔츠에 ‘돋보기’를 그려 넣은 것도 이 때문. ‘생태발굴’이라는 세부 주제로 진행된 이 날 일정은 ‘경관이 아름다운 힐링 플레이스(이번 캠프의 경우 용암사와 부소담악이 그곳)’부터 ‘내가 버린 쓰레기가 가는 곳(옥천군 폐기물 종합처리장)’까지 지역 생태를 둘러보는 순서로 채워졌다.
풍경이 좋은 장소야 그렇다 치더라도, 폐기물 처리장이라니. 조금 의아한 장소 선택이라고 생각한 건 기자의 식견이 좁은 탓이었을까. 폐기물 처리장을 방문한 참가자들은 약 30여 분간 이어진 김승환 소장의 설명에 반짝이는 눈빛을 감추지 못했다.
이미 6년 전 경남 합천으로 귀농했지만, 더 많은 지역 청년을 만나고 싶어 캠프에 참가했다는 김예슬 씨 역시 가장 기억에 남는 방문지를 ‘폐기물 처리장’이라 꼽았다. 예슬 씨는 “어떤 지역에 갔을 때 내가 버리고 간 쓰레기가 어떻게 처리되는지 보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더 신선했다”며 “우리 지역은 어떻게 처리하는지 궁금증도 생겼다”고 말했다. 이어 “‘시골발굴캠프’라는 이름처럼 옥천이라는 지역에 어떤 공간이 있고, 어떤 사람이 살고, 자연환경은 어떤지 등 다양한 측면을 볼 수 있어 좋았다”고 덧붙였다.
캠프 둘째 날에는 지역 풀뿌리 언론인 옥천신문사와 축산 농가 호미농장, 마을 경제 공동체인 안남배바우공동체 등을 방문하고 저녁엔 지역 귀촌 청년과의 교류 시간이 마련됐다. 참가자들은 이런 시간을 통해 미래 귀농귀촌 모습을 그려볼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경북 경주·포항 쪽으로 귀촌을 고민 중이라는 참가자 손종호(서울) 씨는 “먼저 귀농귀촌한 청년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귀농한 내 모습을 그려보거나 귀농귀촌의 형태를 고민할 수 있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종호 씨는 다양한 공동체 역시 기억에 남는다고 전했다. “옥천신문사나 안남배바우공동체, 저희 숙소가 있던 군북 향수뜰 권역 등 살기 좋은 지역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움직임이 흥미로웠고, 이런 얘기를 직접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농밀공작소 이상윤 대표는 참가자들이 직접 체험하며 관계를 만들어가는 데 중점을 두고 캠프를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이상윤 대표는 “시골에 ‘농사’만 있는 건 아니기 때문에 지역의 다양함을 만날 수 있는 방향으로 구성하려고 했다”며 “귀농귀촌에 ‘성공한’ 사람의 강연을 듣는 것이 아닌 지역 청년과 직접 만나는 자리를 주선한다는 느낌으로 만든 것도 중요한 차이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대전 중구 대흥동에 소재한 농밀공작소는 2030 청년 세대를 위한 농촌문화 웹진 ‘헬로파머’를 발행하며 농촌을 주제로 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월간 옥이네 VOL.26
2019년 8월 호
글 사진 박누리 기자
사진 농밀공작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