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내중학교 풍물단
어떤 질문이든 농담으로 돌아온다. 북 칠 때 뭐가 힘드니? “북이 아파요~” 선생님은 잘 가르쳐줘? “선생님 학교 올 때마다 똥 싸요~” 주말에도 학교에 오려면 안 힘들어? “네 주말에도 애들이랑 같이 있다는 것 그 자체로 좋습니다. 이렇게 말해야 하죠?” 장난기 어린 눈과 쉬지 않고 움직이는 입이 열 두개다. 쉬는 시간, 어떤 아이들은 걸그룹 여자친구의 ‘너 그리고 나’를 부르고, 어떤 아이들은 아이스크림을 퍼먹는다. 그리고 와글와글 떠들던 아이들은 선생님 말씀에 자세를 고쳐 앉는다. 각자 꽹과리, 북, 장구, 징을 잡고 채를 높이 들었다.
안내중학교 풍물단은 17명 전교생이 함께하는 방과후 교실이다. 매주 토요일 오전 9시부터 12시까지 연습하고, 대회를 앞뒀을 때면 평일 점심시간을 빼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는다. 학생들은 토요일마다 모여 북이며 꽹과리, 징, 장구를 치며 합을 맞춘다. 학생들은 언니, 오빠, 동생, 친구, 선생님과 가깝게 부대끼며 자란다.
5월 27일 오전 10시 안내중학교를 찾았다. 나무로 둘러싸인 아늑한 교정에는 고요함에 돌을 던지듯 높은 새소리만 들린다. 학교 건물로 들어가 신발을 갈아 신으며 풍물단 연습장소를 찾으려 두리번거렸다. 하지만 이내 들려오는 꽹과리의 경쾌한 장단소리에 두리번거리길 멈췄다. 12명의 학생이 저마다 악기 채를 손에 들고 교실을 꽉 채웠다. 이날 연습에는 황지수(1학년, 꽹과리), 배지선(3학년, 꽹과리), 천미영(2학년, 장구), 김시은(2학년, 장구), 신예은(3학년, 장구), 서성진(2학년, 징), 주영배(3학년, 북), 정지웅(2학년, 북), 박태종(3학년, 북), 김민재(2학년, 북), 김진희(2학년, 북), 박지웅(3학년, 북) 학생이 참여했다.
학생들이 물 흐르듯 합을 맞출 수 있게 돕는 건 청주 신명풍물예술단 부단장 이명호씨다. 아이들과 함께한 건 재작년부터다.
“지수야! 연습할 할 때 그 웃음이 나오면 얼마나 좋을까. 잘하는데 뭔가 아쉬워. 너네가 악기 다루면서 재밌다는 걸 표현해봐. 딱딱! 하면 고개도 움직이면서! 그래도 니들 점심시간에 연습한 티가 난다.”
풍물단 아이들은 공연을 앞두고 있을 때는 토요일이 아니어도 평일 점심시간을 이용해 연습하기도 한다. 학생들은 개교기념일에도 연습했다며 선생님에게 자랑한다. 풍물단은 여러 행사에서 공연을 펼치지만 그중에서도 매년 열리는 안남면 배바우도서관 개관식, 안남면 작은음악회는 빠지지 않고 간다. 마을축제에 빼놓을 수 없는 어엿한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셈이다.
주말에도 나와 연습하려면 힘들지 않을까. 초등학생 때부터 사물놀이를 한 김시은(2학년, 장구) 학생은 힘들다면서도 회식을 하고 싶다고 웃으며 말한다.
“저는 버스 타고 학교 오는데요, 오늘은 버스 출발하기 10분 전에 일어나서 잠옷 그대로 왔어요. 주말에도 오려니까 힘들어요. 공연 끝나고 회식하면 좋겠어요. 1학기 끝나고 여기서 짜장면 시켜먹고 그랬었는데 고깃집에도 가고 싶어요.”(김시은)
며칠 뒤 공연할 ‘삼도 사물놀이’를 연습하는 소리가 예사롭지 않다. 그렇긴 해도 채를 힘껏 내리치는 모습에 팔이 아프지 않을까 걱정된다. 학생들은 각자 악기를 다룰 때 굳은살 내려앉는 부분을 이야기한다. “장구는 어깨가 아파요”, “북은 오른쪽 팔이 부러질 것 같아요”, “꽹과리는 쇠를 받치는 손가락이 마비될 것 같아요. 그럼 안 움직여서 짜증 났어요.”, “피부 약한 사람은 북 한번만 쳐도 물집 생겨요”. 징은 말이 없다. 학생들은 징이 제일 쉬워서 다들 하고 싶어 했다고 말한다. 징을 치는 서성진 학생 역시 쉽다고 생각해 골랐으나 나름의 고충이 있으리라.
사실 사물놀이가 누구에게나 흥겹고 좋진 않다. 토요일 방과후 교실도 스포츠반과 풍물반 두 개였지만 스포츠반에 사람이 부족해 하나로 합쳐졌다. 그래서 3학년인데 올해 처음 풍물반에 들어온 학생도 있다. 그럼에도 왁자지껄한 풍물단 분위기를 보니 심심한 토요일, 친구들과 함께한다는 의미가 더 큰 것도 같다.
“주말에 집에 있어도 딱히 할 게 없어서 나오는 게 좋아요. 즐거워요.”(서성진, 2학년, 징)
“북 칠 때 내가 최고가 된 것 같아요.”(주영배, 3학년, 북)
“옛날에 난타를 한 적이 있어서 여기서도 북을 쳐요. 다른데 살다 이사 와서 학교에 다 모르는 사람뿐이라 힘들었는데 이제 괜찮아요.”(정지웅, 2학년, 북)
“저는 원래 신나는 것보다 조용한 걸 더 좋아했거든요. 그래서 처음에는 안 맞았어요. 꽹과리 치면 좀 박자를 타고 해야 하는데 처음에는 흥이 안 나더라고요. 지금은 괜찮아요. 하다 보니 박자감각도 좋아지는 것 같고 노래방 탬버린이 손에 착착 감겨요.”(배지선, 3학년, 상쇠)
조곤조곤 이야기하는 배지선 학생의 말에 주변에서 이런저런 제보가 이어진다. “저번에 연습하는데 언니가 꽹과리 너무 세게 쳐서 채가 두 동강 났어요!” 학생회장이기도 한 배지선학생은 내년에 갈 고등학교가 가장 고민이라고 했다. 옥천이 아닌 다른 지역으로 가보고 싶기도 하고, 문과에 들어가기 위해 옥천고등학교로 가고 싶기도 하다. 지난 5월 옥천에서 열렸던 제16회 정지용 백일장에 나가기도 했다. 드라마작가를 꿈꾸고 있기 때문이다. 다들 꿈꾸는 것들이 있다. 박태종학생은 팝송과 클래식을 좋아해 즐겨듣는 밴드의 고장인 영국에 가고 싶단다. 정지웅학생은 대학생이 되어 미술을 배우고 싶다고 말한다.
연습이 끝난 뒤 학생들은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고, 구멍가게에서 군것질거리를 사 버스정류장으로 모인다. 처음 만나 우스운 농담만 던지던 학생들이 사물놀이 연습하는 것을 보고 고민하는 것들을 듣고 나니 사뭇 달라 보인다. 누가 성년과 미성년을 구분 지었을까? 학생들은 의연하고 또 능청스럽다. 삼도 풍물가락을 다 칠 때마다 학생들은 뿌듯하게 웃어 보였다.
청소년 참정권 이야기가 오가는 세상, 옥천은 아직 조용하다. 대신 안내중학교 풍물단 문틈으로 우렁찬 풍물소리가 새어나간다. 툭 던지는 농담부터 큰 고민까지, 모두 시끌벅적한 세상을 만드는 아이들 목소리다.
글 사진 김예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