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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간옥이네 Oct 30. 2019

완주는 지금
‘로컬에너지 1번지’로 가는 중


옥천풍력발전소옥천 향수한우 바이오매스센터옥천 대청호햇빛협동조합…….


에너지 생산과 공급을 국가가 주도하는 것이 당연한 한국 사회에서 이런 이름들은 어색하기 만 하다그런데 국가주도형의 에너지 생산과 공급이 정말 당연하기만 한 것일까. 2008년부터 10년 넘게 이어진 밀양 송전탑 투쟁은 이것이 당연한 것이 아님을 역설적으로 보여줬다. ‘로컬푸드처럼 지역에서 사용할 에너지를 지역 안에서 생산하고 공급하는 로컬에너지가 기후 위기 시대새롭게 주목받는 배경이기도 하다지리적·자연적 조건과 산업 구조 등 지역 특성을 반영한 에너지 정책을 수립·실행하는 것이 화석 연료로 인한 기후위기 문제를 일정 부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지역에너지는 한정된 공간에서 사용할 에너지 생산과 수요를 직접 관리할 수 있어 보다 효율적이다먼 거리로 전력을 보내기 위한 송배전 설비에 드는 수조원의 예산과 수송 과정에 서 발생하는 전력 손실지속적으로 필요한 유지보수비를 생각해보면 지역에너지야 말로 남는 장사가 될지 모른다.


정부 주도로 지역분산형 에너지 산업’ 구축이 논의되기도 하지만 아직 한국의 경우 이 비율 은 미미하다우리의 전력공급은 화석연료와 원전을 통해 대부분 이루어지는 중앙집중형으 로전체 발전량 중 재생에너지 비율은 2% 남짓미국일본프랑스독일 등 OECD 국가의 재생에너지 비율이 적게는 15%, 많게는 30%를 넘는 것과 비교하면 더욱 민망한 수치다다행히 우리가 본보기로 삼을만한 지역들이 국내에도 있다널리 알려진 곳으로는 서울 성대골 에너지 자립 마을이 있고, ‘로컬푸드로 익숙한 전북 완주군 등이다이번에는 옥천과 비슷한 농촌 지역인 전북 완주군의 이야기를 들여다본다.


  

일찌감치 로컬에너지에 주목했다


완주가 로컬에너지를 이야기하기 시작한 것은 민선 6기로 거슬러 올라간다당시 임정엽 군수는 로컬푸드와 함께 로컬에너지를 완주의 미래 먹거리로 삼겠다고 선언 했는데(2013년 국회포럼 등민선 7기 박성일 군수로 지자체장이 바뀐 이후에도 이 기조는 계속 되고 있다현재까지 태양광산림바이오매스 등을 중심으로 한 친환경 에너지 지원 사업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고 적정기술 박람회라 할 수 있는 나는 난로다’ 같은 행사도 매년 개최된다이런 활동을 인정받아 올해 매니페스토 우수사례 경진대회 에너지 분권 분야 최우수상을 수상하는가 하면, ‘지역 자립을 주제로 한국지방자치경연대상 사회적경제 특별상을 받기도 했다


이런 기반에는 2013년 제정된 완주군 로컬에너지 자립기반구축 지원 조례가 있다상위법인 에너지법과 신 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 등에 따라 전국적으로 에너지 관련 조례 제정이 늘고 있긴 하지만완주처럼 로컬에너지’ 개념을 명시하고 있는 곳은 드물다완주군은 조례를 통해 로컬에너지를 태양광태양열풍력바이오매스 등 지역 잠재 자원을 개발하여 이용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에너지로 규정하며 환경파괴자원 낭비형의 대규모 발전 등을 지역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을 말한다고 밝히고 있다단순히 지역 에너지 생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대규모 발전 에너지를 대체하는 과정까지 포함한 방향을 명확히 하고 있는 것이다중앙 부처의 조례 예시를 그대로 베낀 것이 아님을 보여주는 대목인 동시에 완주 만의 로컬에너지 기반 구축에 대한 의지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완주군 일자리경제과 신재생에너지팀 송용환 팀장은 로컬푸드와 마찬가지로 지역 자립 차원에서 에너지도 지산지소로 가야 한다는 게 정책의 방향이었고 이를 바탕으로 다른 지역보다 앞서서다른 지역과는 좀 다른 에너지 조례가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적정기술 학교나 흙건축 학교자전거 학교 같은 주민 대상 교육과 이 활동의 거점이 되는 로컬에너지센터 건립 등이 이 조례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이런 교육 수료생이 한 3천 명 정도 됩니다외지에서 오시는 분도 많고완주로 귀농귀촌하는 비율도 높고요흙 건축 학교 같은 경우는 교육생들이 마을 경로당 건립이나 내부 흙 리모델링 작업을 진행해요연간 18천만 원 정도의 교육비 예산이 지원되는데 이걸 통해서 배출된 교육생들이 완주 지역 마을에 흙집 한두 채를 짓는 거죠.” 완주는 이런 교육사업을 통해 완주라는 지역에 대한 외부 이미지 재고는 물론 지역 공동체 활성화도 꾀할 수 있다고 기대한다기후 위기에 대비한 에너지 전환 교육인 동시에 지역사회와의 연결고리를 만들어가는 작업이 되는 것이다.



▴산림 바이오매스홍보관을 찾은 어린이들.



바이오매스로 로컬에너지 기반 조성


완주가 주목하는 재생에너지는 바이오매스’. 이미 임업 부산물을 활용한 산림 바이오매스를 운영하고 있고현재 우분연료화 작업을 추진 중이다재생에너지 중 탄소배출저감 기여도가 크다고 알려져 있는 바이오매스그렇지만 국내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하는 분야인데완주는 이 바이오매스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을까?


먼저 산림 바이오매스 분야를 살펴보자숲 가꾸기 사업 등을 통해 발생하는 각종 부산물(가지치기 하고 남은 나무 따위)을 펠릿우드칩 같은 형태로 바꿔 쓰는 것을 생각하면 이해하기가 쉽다. 2000년대 중후반부터 목재펠릿 보급 사업이 시작돼 옥천과 같은 농촌 지역에서는 훨씬 더 익숙한 형태하지만 목재펠릿 보일러의 잦은 고장과 사용 불편 등으로 오랫동안 시장의 외면을 받아온 분야이기도 하다


완주는 현재 고산자연휴양림 내 숙박시설에 이 바이오매스를 사용하고 있다. 2016년 12월부터 가동 중인 400kW급의 우드칩 보일러로 연간 약 450톤가량의 우드칩을 사용해 온수를 생산한다휴양림 계곡을 따라 설치된 열배관과 각 건물마다 설치된 열교환기를 통해 온수가 공급되고 필요한 온도에 맞춰 난방이 이루어지는 방식이다이 보일러는 설정 온도 이하로 내려가면 자동으로 가동되는 시스템으로이런 전 상황이 웹서버를 통해 실시간으로 운영팀에 전달된다또한 산소 센서가 달려있어 목재를 사용하면서도 미세먼지 배출이 기준치의 절반 수준에 불과 하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휴양림 숙박시설 이용자들의 만족도도 크게 증가했다신재생에너지팀 김용범 주무관은 휴양림 내 50개의 숙박시설과 식물관 등 내부시설 모두 산림 바이오매스로 난방을 하는데 전기 패널로 하던 때 보다 이용자들 만족도가 굉장히 높아졌다며 지자체가 이런 식으로 운영하는 건 완주가 첫 사례이다 보니 전국에서 벤치마킹 견학을 많이 온다고 설명했다이어 산림 바이오매스 홍보관을 함께 운영하고여기서는 거의 매일 어린이 대상 교육·체험 프로그램도 이루어지고 있다며 재생 에너지로 관광객을 유치하는 부분도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소똥으로 연료 만듭니다


완주군은 휴양림의 성공을 바탕으로 바이오매스 사업 확산을 추진하고 있다최근 190억 원에 달하는 국비 지원이 결정된 우분연료화’ 사업도 그 중 하나소 배설물을 이용해 펠릿을 만들고 이걸 열병합발전소에서 사용해 산업 단지 내에 있는 공장들이 사용할 수 있게 하는 방식이다완주 지역 축산 농가에서 발생하는 우분은 일 평균 400이 중 300톤은 거름 등으로 사용되지만 나머지 100톤 이 지역 내에서 소화되지 못하는 데서 착안한 것이기도 하 다신재 생에너지팀 송용환 팀장은 여기에도 지산지소’ 원칙이 적용됐다고 설명한다.


이런 걸 광역단지로 만든다고 하면 주민 반발이 심할 수밖에 없어요시설이 세워질 지역에선 당장 왜 우리가 다른 동네 소똥을 치워야 하냐’ 같은 민원이 발생하는 거죠하지만 지역에서 발생한 것을 지역에서 해치운다고 했을 때는 이런 민원도 최소화할 수 있고요완주 한우 농가에서 나오는 축분 중 거름으로 쓰고도 남는 게 100톤 정도라고 하는데이런 게 지역 수질과도 연관돼 있으니바이오매스를 활용하는 동시에 환경 개선의 효과도 있다고 볼 수 있는 거죠.”


완주는 수소에도 주목한다수소연구센터를 중심으로 지역 산단에 수소 에너지 공급수소 교통시스템 등을 구축 한다는 목표가 그것현재 자동차 수소 연료 충전소를 만들고 있고 이를 바탕으로 대중교통 수소차 상용화를 추진 한다송영환 팀장은 수소 충전소는 올해 12월까지 완공 될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 일반 주민 대상 수소차 구입 지원 계획이 55대에내년 완주 지역 시내버스 교체 대상 17대를 모두 수소차로 바꿀 예정이라 미세먼지 감축에 있어 서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바이오매스와 태양광수소 발전 등을 중심으로 한 재생에너지로 현재 완주군 전력자립률은 11%. 지역 주민 52명이 참여해 꾸린 완주군 에너지 기획단이 지난 9월 ‘2030년까지 에너지 소비 10% 저감재생에너지 중심 전력자립도 22%까지 높인다고 결정한 청사진이 앞으로 어떻게 실현돼 나갈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에너지 문제 해결공동체 회복부터

전환기술사회적협동조합 박용범 상임이사 


‘적정기술’이나 ‘전환기술’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알고 있을 ‘나는 난로다’. 대중적으로는 완주군 에너지 정책보다 더 잘 알려져 있는 이 행사 역시 완주군이 갖고 있는 에너지  전환에 대한 기본 방향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2012년부터 완주군과 함께 ‘나는 난로다’  를 개최하고 있는 전환기술사회적협동조합 박용범 상임이사는 “에너지 문제는 결국 공동체  회복, 관계의 회복에서 해결점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옛날에는 집짓고 고치는 걸 한 마을에서 다 해결 했잖아요. 마을 사람들이 모여서 같이 집짓고 아궁이도 만들고……. 지금은 이게 모두 전문가의 영역이 됐죠. 기본적으로 우리 삶을 영위해갈 수 있는 기술을 복원해 한 마을이 다양한 기술의 집합체가 돼야한다고 생각해요. 이게 태도의 변화를 불러오는 부분이 있거든요. 당장 장작을 직접 해서 난방을 하면 이게 쉬운 일이 아니란 걸 알아서 자연스레 절약하게 되고요. 스위치 하나 딱 올려서 난방 하는 거랑은 마음가짐이 달라지는 거예요.”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아궁이 디자인 학교(난방장치 제작 교육), 농부를 위한 기술학교(귀농귀촌인 대상 생활기술 교육), 열린 공방(간단한 목공예, 금속공예 등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상시개방. 월 1회 공예교육 실시) 같은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기술을 토대로 ‘지역 순환을 이끄는 마중물’이 되고 싶다는 전환기술사회적협동조합의 지향처럼 실제로 이곳을 통해 다양한 전환기술 단체가 배출되고 있다. 나무로 협동조합과 아궁이 협동조합이 그것. 나무로 협동조합은 우드칩 보일러 등 산림자원을 활용해 40~50가구에 에너지를 공급하고, 아궁이 협동조합은  에너지 효율이 좋은 난방기구를 보급해보자는 데서 시작됐다.      





“기름이나 우드칩이나 연료 비용은 비슷해요. 석유가 조금 싸다고 해도, 우드칩은 동네에서 만들고 동네 사람들이 운반하면서 지역 순환을 불러오는 거잖아요. 석유는 그 이익이 모두 중동 석유 재벌에게 가는 거고요. 환경적으로도 그렇지만 지역 경제 활성화 차원에서도 우드칩으로 가는 게 맞죠. 아궁이 협동조합은 농민들이 부업으로 하기에도 좋을만한 일이에요. 귀농귀촌인 중에 소득이 없는 분들 이 목수로 많이 일하시는데, 그러면 사실 농사짓기가 어려워져요. 하지만 아궁이 협동조합이 만드는 난방시설은 길어야 일주일 안에 제작이 가능한 거라 기존 농사를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부업으로 할 수 있거든요.”     





조합은 내년 연장도서관을 열고 ‘연장의 순환’도 만들어간다. 고가의 연장을 주민에게 대여하는 것을 넘어, 각자 쓰지 않는 연장을 모아 함께 사용하는 쪽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공동체  형성과 순환의 고리를 만드는 또 다른 장이 될 거라는 게 조합의 기대다.     



 


“안 쓰는 연장 모아서 함께 쓰고 사용법도 공유하고, 그러면서 ‘적정기술’을 접할 기회가 생길  거고요. 그 과정에서 새로운 협동조합이 탄생할 수도 있겠죠.    

 

기후위기나 로컬에너지 같은 이야기가 계속 나오는데, 결국 인식을 바꾸지 않으면 해결되지 않아요. 태양광 보급의 부작용 중 하나로 오히려 전기를 마구 쓰는 것을 꼽기도 하는 것 처럼요. 태양광으로 전기가 넘치니까, 에어컨 켜고 문 다 열고 있거나, 난방하면서 답답하다고 창문 여는 식으로. ‘그거 얼마 한다고 아끼냐’는 거죠. 새로운 기술이나 도구를 개발하는 게 아니라 기존에 있는 걸 충분히 활용할 방법을 찾는 게 인식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걸 직접 해보는 활동이 그래서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보고요. 저희는 그런 차원에서 활동을 계속 이어가고 있어요.”          



월간 옥이네 VOL.28

2019년 10월 호

글 박누리 사진 박누리, 완주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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