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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간옥이네 Oct 30. 2019

내일을 위한 미래세대의 외침


인류는 선택의 갈림길에 섰다. 죽느냐, 사느냐. 이 갈림길에서 가장 먼저 반응한 세대는 청소년이다. 열여섯 살, 스웨덴 청소년 그레타 툰베리의 시위는 세계 곳곳으로 번져 한국의 청소년 역시 함께하고 있다. 9월 27일에는 서울 광화문에서 ‘청소년 기후 행동’의 ‘기후를 위한  결석시위’가 진행되기도 했다. 기후 위기에 관심 있는 이라면 SNS나 미디어를 통해 한 번쯤은 접해봤을 소식이다.     


<월간 옥이네>는 같은 날, 지역에서 기후 행동에 나선 청소년들을 만났다. 충북도의회와 청주 성안길에서 기후 행동을 펼친 영동 추풍령중학교 학생들이다.     



“먼저, 서울 광화문에서 기후 행동에 나선 청소년들에게 연대의 인사를 전합니다.”     


9월 27일 충북도의회에서 진행된 제73회 청소년 의회 교실. ‘안녕하세요, 저는 00중학교 000입니다’라는 소개에 앞서 전해진 색다른 인사가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날 청소년 의원 자격으로 참석해 ‘기후 위기’와 관련한 조례안 건의와 자유발언 등을 진행한 영동군 추풍령중학교 학생들이다. “현재 학교 급식 식단에는 과도한 양의 동물성 단백질이 들어있습니다. 실제로 많은 학생이 채소보다 고기를 더 많이 배식 받습니다. 이런 식의 식단이 지속된다면 각종 질병은 물론 육식으로 인한 지구 환경 파괴를 피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학생들과 지구에 휴식을 줄 수 있는 ‘주 1회 고기 없는 채식급식 의무화’를 제안합니다.”     


‘주1회 채식식단 제공 의무화 조례안’ 제정을 건의한 추풍령중학교 3학년 윤현지 학생의 발언 중 일부다. 제안 설명 이후 증평군 형석중학교 청소년 의원들이 함께 참여한 투표에서 이 조례안은 찬성 12, 반대 13, 기권 5로 최종 부결됐다. 그렇지만 윤현지 학생은 ‘희망을 봤다’고 말한다.     


“육류 섭취를 줄이는 것만으로 경작지에 숲이 형성되고 탄소 배출량도 감소한다는 걸 알게 됐어요. 1주일에 한 번만 채식식단을 구성하는 거라 어렵지 않게 동참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고요. 비빔밥, 버섯탕수, 단호박 샐러드 등 맛있는 채식 메뉴도 많더라고요. 비록 이번 조례안 건의는 부결됐지만 이런 제안을 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었던 거 같아요. 12표의 찬성이 있었잖아요. 다음에 기회가 생긴다면 또 이런 제안을 해 보고 싶어요.” 

    


학생들은 ‘교내 일회용품 사용을 제한하자’는 취지의 건의안을 내놓기도 했다. ‘행동’은 도의회 바깥에서도 진행됐다. 충청북도청 앞부터 성안길까지 기후 위기 관련 메시지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행진하고, 다이 인 퍼포먼스(die-in, 여러 사람이 한 장소에 죽은 듯이 드러누워  항의하는 것)를 진행한 것. 이때 손에 든 팻말은 종이상자를 재활용한 것이었다.     



3학년 정예주 학생은 “결국 우리가 살아갈 세상인데 우리부터 관심을 갖고 무언가를 해야한다고 생각했다”며 “저희 말고 다른 지역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아 뿌듯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앞서 추풍령중학교는 국제 기후 행동 주간이던 9월 20~27일 기후위기 강연 및 기후 위기 마을 행진, 각 교과목 기후위기 관련 수업 등의 활동을 진행했다. 이날 추풍령중학교 전교생 41명과 함께한 임근수 교장은 “영어, 수학 같은 교과목 뿐 아니라 학생들이 살아가는 세상에 관심을 가지고 배워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역시 학생들의 사회 참여가 중요한 교육 활동 중 하나라는 점에서 전교생이 함께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추풍령중학교는 10월에도 이 같은 활동을 이어간다. 2학기 시작에 앞서 학생들의 기후행동을 제안했던 김기훈  교사는 “10월 7일~12일까지 지속가능한 발전 주간 활동으로 양말을 활용한 방석과 컵받침 등을 만들어 추풍령면민체육대회 벼룩시장에서 판매할 예정이고 그 수익금을 그린피스 등 환경단체에 후원할 생각”이라며 “앎과 삶이 일치해야 한다는 방향에서 이런 활동을 계속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월간 옥이네 VOL.28

2019년 10월 호

글 사진 박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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