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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간옥이네 Oct 28. 2019

지구의 경고장, 우리의 답장은


전 지구적인 기후 위기의 심각성이 대두되면서 지역에서도 기후 위기와 관련한 다양한 움직임이 하나 둘 이어지고 있다. 월간 옥이네 10월호에서는 충북녹색당이 지난달 청주에서 개최한  기후 위기 강연-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의 ‘기후위기 시대의 전환적 변화’(9월 2일)와 고은영 기후위기비상행동 조직팀장의 ‘1.5 모두의 생존을 위해 기후침묵을 깨는 정치적 행동’(9월 17일)-을 정리해 싣는다. 위기의 시대,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을 잡는 데 도움이 되길 바라며.     


살아온 방식 완전히 뒤집는 '대전환'이 필요하다     

“빙하기에서 간빙기까지 1만년의 시간 동안 지구의 평균 기온은 약 4도 상승했어요. 그런데 지난 100년 동안 1도 더 올랐습니다. 빙하기에서 간빙기로 가던 속도보다 25배  빠른 거예요. 평균 기온 상승 그 자체보다 이 속도가 더 문제 입니다.”     

전 국립기상과학원장인 조천호 박사는 현재 기후 상승 속도가 불러올 변화가 ‘인류를 비롯한 지구 생태계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커다란 충격’이 될 것이라 말했다. 현재 추세대로 간다면 2040년엔 1.5도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인간이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세계’로 들어가는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인간이 제어할 수 없는 완전히 다른 세계, 지구 측면에서는 모든 회복력을 상실한 상태가 될 것이라는 게 조천호 박사의 말이다.     


이 같은 기온 상승은 단순한 기후 변화 그 이상의 문제를 낳고 있다. 조 박사는 ‘제트기류’와 ‘시리아 난민’을 대표 예 로 들었다. 북극의 차가운 공기를 묶어두는 제트기류와 중 동의 시리아 난민이 대체 어떤 연결 고리를 갖는 걸까. “적도는 햇빛을 많이 받고 극 쪽은 적게 받죠. 극의 차가운 공기가 적도로 내려오고, 적도의 뜨거운 에너지는 북쪽으로 올라가야 해요.  그  과정에서 비바람 등 온갖 기상 현상이 일어나는 거고요. 지구는 이렇게 나름의 시스템을 갖고 돌아가는데, 온난화로 이게 붕괴되기 시작한 거죠. 빙하가 녹으면서 드러난 어두운 바다가  태양 에너지를 그대로 흡수하고 이 때문에 북극 기온이 다른 지역보다 3배 정도 빠르게 상승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고위도와 저위도의 기온차가 줄어들게 되고, 바람을 통해 열을 분산시키던 지구 조절 시스템, 제트기류가 예전 같지 않은 겁니다. 시리아 내전이 바로 이것과 연관돼 있어요.”     


제트기류가 약해지면 날씨가 좀처럼 순환되지 못하고 멈춰버리거나, 반대로 전에 없던 혹한이나 혹서를 불러오기도 한다. 2010년 러시아에서 폭염으로 5만6천 명 넘게 사망한 것이 그  결과 중 하나다. 폭염은 밀 생산량을 감소 시켰고 자연스레 세계 밀 가격 폭등으로 이어졌다. 2005년부터 심각한 가뭄에 시달리던 시리아도 두 배 이상 오른 밀 가격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당장 먹을 것이 없는 상황에서 발생한 폭동은 시리아 내전의 시작이 되었으며 국경을 넘어 유럽으로 향하는 시리아 난민 문제의 진원지가 됐다.     


“이것이 지구 평균 기온이 1도 더 올라서 나타나는 현상 입니다. 폭염과 가뭄이 전혀 다른 공간으로 번져 예상할 수 없던 결과를 낳은 거죠. 앞으로는 이처럼 생존을 위협하는 극단의 상황이 더 자주 일어날 거예요.”     


지난 6억년 동안 발생했던 5대 멸종에 이어 곧 6번째 대멸종이 올 수 있다는 게 학계의 견해다. 기온이 1도 오르는 동안 상당한 수의 포유류와 조류, 어류, 파충류, 양서류 등 이 지구상에서 사라졌다. 멸종은 ‘현재진행형’이라는 것. 조천호 박사는 “스스로 온도를 올리는 등 지구 안에는 생명을 멸종시킬 수 있는 작동원리가 엄청나게 많다”며 “인류는 그 문을 여는 방아쇠를 당겼다”고 말했다.     


이것은 온실가스의 특성과 연관된 문제이기도 하다. 배출하지 않으면 금세 ‘0’이 되는 미세먼지와 달리 온실가스는 배출된 이후 수백년을 대기 중에 남아있다. 긴 시간 축적되면서 강도는 더 세진다. 그러면서 기온이 상승하고 해양이 산성화 되며 온갖 자연재해 등 나열할 수 없는 피해가  발생한다.     


“현재의 기온 상승은 최소 20~40년 전 배출했던 온실가스 때문입니다. 우리가 지금 배출한 온실가스로 인한 기후 변화는 앞으로 20~40년 후에나 나타날 거고요.”     


그렇기 때문에 지금의 기후 위기는 ‘국가 간 정의’의 문제이면서 ‘세대 간 정의’의 문제이기도 하다고 조천호 박사는 말한다. 화석 연료를 사용해 경제 발전을 이룩한 서구 선진국가가 원인  제공자이지만 현재 이 피해를 직격탄으로 맞고 있는 건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등 그 반대편 국가. 마찬가지로 현재 원인을 제공한 세대가 아닌 미래 세대가 이 피해를 고스란히 받을 수밖에 없다는 데서 기후 위기는 곧 ‘정의’의 문제이기도 한 것이다.     


조천호 박사는 기후 위기에 대한 경고가 학계와 다양한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오랫동안 제기됐음에도 제대로 대응 하지 못하는 원인을 ‘욕망’에서 찾았다. ‘경제 성장’은 필연적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동반할 수밖에 없고 경제 성장이 가속화할수록 지구는 훨씬 빨리 위험 상태에 빠지게 되는 데 인간의 욕망이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지 못하는 것이다.     


“탄소 배출량과 GDP 증가율은 비례합니다. 경제가 발전하면 자연스레 배출량이 증가하는 것이고 이게 기후에 영향을 끼치게 되는 거죠. 기후 위기에 대한 대응은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하나는 우리가 변하는 기후에 적응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탄소 배출량 자체를 줄여가는  거예요. 이제 우리가 어떤 사회로 갈 것인지 방향을 잡아야 합니다. ‘적응’과 ‘저감’을 통해  지속가능한 사회로 갈 것인지, 아니면 지속적인 발전만 바라보며 갈 것인지 말입니다. 적응도  저감도 할 수 없다면, 분열과 불평등한 사회로 가는 것이겠고요.”     


기후 위기로 인한 파국을 막을 수 있는 시간은 앞으로 약 10년. 새로운 통찰력으로 전환적  변화를 가져와야 한다는 말로 조천호 박사는 강연을 끝맺었다.     


“당장 우리는 자가용 대신 대중교통이나 도보를 이용하고 싶어도 애초에 도시 설계가 자동차  중심으로 이루어지다 보니 어려움이 많습니다. 반면 유럽 선진국은 사람 중심으로 도시를 설계해 걷거나 자전거를 타는 게 수월하고요. 이런 건 결국 사회 시스템을 바꿔야 가능한 일입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기후 위기를 인정하지 않지만, 뉴욕시의회는 기후위기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뉴욕시 내 유리빌딩 건설을 금지했죠. 우리도 이렇게 바뀌려면 이런 변화를 불러올 수 있는 정치적 의사결정을 해야 합니다. 궁극적으로 우리가 살아온 방식을 성찰하고 뒤집어야 합니다.”     



정의로운 전환을 위해 우리는 계속 요구해야한다     

한여름 난데없는 우박으로 2미터 넘는 얼음더미에 덮인 멕시코, 42도가 넘는 폭염에 시달린 프랑스, 최근 몇 년 간 여름마다 산불이 발생하는 알래스카, 해수면 상승에 결국 수도를 이전하기로 결정한 인도네시아. 기후 위기로 인한 변화는 전세계에서 급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역시 폭염으로 4천500명이 넘는 온열질환자가 발생했고 이 중 48명이 사망했다. 이것은 어쩌다 한 번 발생하는 ‘기상 이변’에 불과할까? 올해 5월 호주 국립기후복원센 터는 2050년 기후 변화로 대부분의 문명이 파괴돼 생존이 불가능해질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현재 인류는 ‘핵전쟁에 버금가는 전시상황’에 직면해 있다는 게 호주 기후복원센터의 입장이다.     

“제주 역시 최근 40년 간 20cm가 넘게 잠겼습니다. 그나마 제주는 인도네시아 같은 나라에  비하면 나은 상황이죠. 지반이 낮은 국가는 실제 침몰 위기 앞에 생존 투쟁을 해야 하니까요.”     


921기후위기비상행동 조직팀장을 맡고 있는 고은영 녹색당 미세먼지 기후변화 대책위원장은  이런 상황에서 절대적 피해자는 사회적 약자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국가적으로는 경제  발달이 상대적으로 더딘 약소국이 피해를 입는 모양새다.     


기후 위기 피해 양상이 상당히 불의한 상황에서 우리는 그저 피해자이기만 할까. 역사적 맥락 속에서 본다면 한국은 피해자국으로 분류될 수 있지만 이대로 간다면 가해자 국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     


“노르웨이나 뉴질랜드, 벨기에, 심지어 우리가 환경 문제에 있어 규탄해마지 않는 중국조차 기후 위기와 관련해 ‘탈 석탄’이나 ‘탄소 제로’ 정책을 내놓고 실행하고 있어요.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인정하지 않지만 미국 주요 지방정부들도 기후위기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관련 대책을 만들고 있고요. 그런데 우리는 어떨까요?”     


한국은 기후 위기와 관련한 녹색 정책이 사실상 부재하다. 우리 정부가 내놓은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은 영국 기후변화 연구기관 ‘기후행동추적’으로부터 ‘매우 불충분’하다고 평가받는가 하면, ‘세계 기후 악당’으로 꼽히기도 했다. 온실가스 배출 목표가 너무 낮고 이행  방법 역시 소극적이라는 이유에서다. ‘지구온도상승 1.5도 억제’를 위해서는 한국 정부가 설정한 2030년 배출량 5억3천600만 톤보다 3억 톤 이상 낮은 2억400만 톤 이하로 탄소배출량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 기후행동추적의 지적이다(실제 한국 배출량은 한 해 약 7억3천만 톤 가량). 바꿔 말하면, 한국이 내놓은 목표량이 세계 7위의 온실가스 배출 규모와 GDP 기준 세계 11위의 경제규모에 비해 적절하지 않다는 것. 게다가 한국은 해외의 석탄 프로젝트(광산 개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등)에 수많은 예산을 투자하는(세계 2위) 나라이기도 하다.     


“EU는 ‘2050년 탄소제로’를 목표로 각 부문별 시나리오를 만들고 구체적인 감축목표를 제시하고 있어요. 평범한 시민들이 참여하는 공론장을 계속 열어두고요. 반면 우리나라는 탄소제로 목표가 없고, 그나마 올해 4월 만든 저탄 소 사회 비전 포럼에는 다양한 시민이 참여하고 있지도 않아요. 6개 분과 70명으로 구성돼 있는데, 시민사회진영의 요구로 청년 분과를 만들어 20대 청년 6명이 포함된 게 다 입니다. 좀 더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해야 하는데 말이죠. 기업 지원을 받는 연구소 관계자나 기업 임원들이 있다 보니 ‘기후 변화에 대해 인정 못  하겠다’는 이야기가 이 안 에서 나오는 거고요. 포럼 논의 내용조차 ‘비공개’를 원칙으로 하고 있어요. 폐쇄적이고 제한적인 논의체인 거죠.” 


고은영 대책위원장은 탄소 배출량이 많을 수밖에 없는 제조업 중심의 국내 산업 구조에서 기후 위기 대책에 대한 산업계의 압력을 피할 수 없고, 그렇기 때문에 시민 행동이 필요하다는 견해도 내놓았다. 시민들의 지속적인 요구와  행동이 정부를 바꾸고 기업의 태도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현재 제주도의 상황을 언급했다. 


“제주도는 현재 전기차 보급이 상당히 진행됐어요. 렌트카 업체 중엔 전기차만 취급하는 곳도 있을 정도고요. 그러면서 1년 사이 차량(내연차) 정비소 100곳 정도가  폐업했습니다. 하지만 제주 지역 특성화고와 폴리텍 대학 등에선 아직도 내연기관차 정비학과를 운영해요. 전기차 보급은 대기업에 지원금을 주는 식으로 진행되고 있고, 결국 이런 전환의 이익이 대기업 중심으로 가고 있는 거예요. 누구를 위한 전환일까요? 내연기관차 정비학과를 나온 청소년들이 앞으로 제주에서 일자리를 찾을 수 있을까요? 결국 가장 아래에 있는 이들이 계속해서 희생당하는 구조인 거죠. 이것은 정의로운 전환이 아닙니다. 국가적 전략 없이는 이런 불평등한 전환이 파편적으로 일어나게 되고 결국 많은 노동자, 사회적 약자가 안전망 밖으로 탈락하게 될 거예요. 저는 이것이 진짜 파국이라고 생각합니다.”     


70만 명이 사는 제주도의 등록 차량만 55만대. 이렇게 많은 차량 증가의 이유 중 하나로 전기차 보급 정책을 꼽은 고은영 대책위원장은 제주의 이런 상황이 ‘전환’이라는 큰 틀에서 기후 위기를 고민하지 않은 결과라고 지적했다. 온실가스 저감이 아닌 ‘전기차 보급’에만 치중한  정책이었다는 것. 이 과정에서 배를 불린 것은 전기차를 생산하는 대기업 뿐이다.     


고은영 대책위원장은 에너지 전환의 문제, 삶의 방식의 변화가 지금의 기후 위기를 막을 수 있는 방법임을 강조했다. “온난화를 막기 위해 핵발전을 해야 한다는 담론이 한국 사회에 여전히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안전하지도, 지속가능하지도 않은 방향이에요. 우리는 온실가스  저감이라는 분명한 목표를 두고 에너지 사용량 자체를 줄여야 합니다. 2030년까지 각 국가에서 구체적으로 이행할 로드맵이 전 지구적 차원에서 논의돼야 할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텀블러를 들고 다니고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는 개인의 노력과 실천, 물론 중요합니다. 그러나  기후 위기 대책은 개인의 몫이 아니예요. 이것을 개인적 차원으로 돌려서는 기후 위기를 막을 수 없습니다. 우리는 기업과 정부가 움직이도록 계속 요구해야 합니다.”     



참고 자료

호주 국립기후복원센터 정책보고서 - 실존적인 기후관련 안보위기

- 모심과살림연구소·생태적지혜연구소       


참고 영상

과학자들이 아무리 말해도 당신이 현실 부정하는 10년 후 팩트

(https://youtu.be/H-SJ3eKdhSA) - 씨리얼



월간 옥이네 VOL.28

2019년 10월 호

글 사진 박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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