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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간기록 Oct 15. 2019

오늘 하루아침의 시작

조금은 다른 마음가짐으로 한 발짝 앞으로 나가기

하루가 시작되었다. 이른 아침, 알람이 울린다. 오늘은 딸아이가 동물원으로 당일치기 캠프를 다녀오는 날이다. 딸아이도 설레는지 7시가 되기 전 시간부터 눈을 뜨고 옷을 갈아입기 시작한다. 신나하는 딸아이를 보면서 마음이 조금은 놓인다. 어제 그리고 오늘은 학교가 쉬는 날. 솔직히 연속적으로 이틀을 온전히 나 혼자 딸아이를 보기 벅차서 신청한 캠프였다. 딸아이와 친한 친구가 간다고 해서 신청한 캠프이기도 하지만, 계속 걱정이 되긴 했다. 한 시간 정도 떨어진 동물원에 이렇게 어린아이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잘 다녀올 수 있을까? 그래도 리더 선생님이 지금 학교 애프터케어 담당 선생님이어서 또 한 번 걱정을 덜어보려고 한다. 무사히 잘 다녀올 수 있도록 기도하고 응원하는 중이다. 


딸아이가 킨더에 가기 시작하면서부터 나에겐 처음인 게 참 많다. 스쿨버스를 태워 보내는 첫날의 마음도 그러했고, 딸아이의 생활을 들으러 학교에 갔을 때도 그러했고, 애프터 픽업을 할 때 가끔씩 잠깐 둘러보는 딸아이의 락커와 교실의 모습이 아직은 나에겐 참 생소한 광경이다. 그런데도 너무 감사한 것은 딸아이가 늠름하게 변화된 환경에 잘 적응해나가고 생활해나가고 있는 모습이다. 어쩌면 나보다 더 담담하게 상황을 잘 받아들이는 거 같아서 기특하고 다시 한 번 참 감사하다. 


요즘은 나에겐 주어진 일들이 좀 버거운 상황이다. 연구주제를 발전시켜야 하는데 이게 참 속도가 더디다. 앞으로 나아가는 거 같으면서도 자꾸 정체하게 되는 거 같다. 일단 스스로 자신이 없는 게 가장 큰 문제인 거 같다. 내가 좀 더 소신 있게 진행시킬 수 있는 주제를 하고 싶으면서도 좀 더 쉽게 가고 싶은 마음의 갈등이 계속적으로 충돌한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좀 더 의미 있는 연구주제를 발전시켜나가기를 바라는데, 그게 참 마음처럼 쉽지 않다. 딸아이를 보내고 근처 카페에 와서 공부를 하려고 해도 쉽게 손에 잡히지 않는 날들이 나를 지치게 하는 거 같다. 그래도 10월 안에는 어떻게든 해보는 데 까지 해보려고 결심하는데 딸아이의 담대함처럼 소신 있게 나아가 봐야겠다.


이틀 뒤에는 어머님과 이모님이 잠깐 우리 동네에 방문하여 머물기로 하셨다. 집안을 청소해야 하고, 이불빨래도 해놔야 하고, 오셨을 때 일정을 생각하려면 머릿속이 복잡하다. 체력이 뒷받침해줄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그래도 주어진 하루하루 마음과 몸이 힘들지 않게 일과를 잘 소화했으면 좋겠다. 아무래도 시댁과의 관계는 결혼하고 시간이 흐르면서 더 어려워지는 관계인 거 같다. 처음엔 아무것도 모른다는 핑계로 좀 더 편한 마음으로 지냈던 거 같은데, 시간이 흐르면서 연차에 걸맞은 역할을 해야 할 거 같은 부담감이 생기는 거 같다. 아직 집안을 둘러보면 자취생 부부 같아서 마음이 좀 편치 않다. 청소를 해도 작은 짐들이 많아서 시각적으로 참 복잡하다. 수납공간이 더 있으면 좋으련만, 잠시 동안 거주하기로 한 집이기에 더 욕심을 부리진 않기로 한다.


어쩌면 내 마음속이 더 분주한 거 탓에 치워도 성에 차지 않는 거 같기도 한다. 앞으로 나아가고 싶지만 제자리에 머물며 마음만 복잡한 상황이었던 지난 몇 주간의 생활을 좀 청산하고 오늘은 새롭게 시작해보자고 결심해본다. 좀 더 담담하고 경쾌한 발걸음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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