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디자인> 2018년 2월호
고양이를 위한 건축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2010년 출범한 ‘아키텍처 포 애니멀스Architects for AnimalsⓇ’는 미국 LA 기반의 건축가와 디자이너로 구성된 집단이다. 이들은 고양이를 포획해 중성화 수술 후 돌려보내는 지역 고양이 단체를 돕기 위해 매년 길고양이를 위한 야외보금자리를 만들어 전시회를 열어서 기금을 모으고 있다. 아키텍처 포 애니멀스의 2017년 전시에서 건축가와 디자이너들의 고양이에 대한 따뜻한 관찰과 상상력을 엿본다. architectsforanimals.wordpress.com
낯선 공간에서 크게 불안감을 느끼는 고양이들은 아늑한 공간을 찾아 파고드는 습성이 있다. 안전한 곳을 찾아 숨어드는 습성과 동시에 주변을 살피고자 하는 고양이의 니즈도 챙긴 집. 대성당의 뾰족한 지붕 아래 안식처를 형상화한 콘셉트로 기하학 패턴과 스테인드글라스를 더했고, 아치 구조 틀의 바닥에는 부드러운 카펫을 여러 장 덧댔다.
고양이가 가장 갖고 놀기 좋아하는 털실 뭉치를 극대화해 아예 그 자체를 집으로 만들었다. 집 내부에도 외관을 장식한 털실의 자투리 부분을 어지럽게 풀어놓아 고양이에게 처음 겪는 공감각적 주거이자 놀이경험을 제공한다.
고양이의 균형 감각 놀이 기구이자 인간에게는 그래픽적 오브제로 활용할 수 있는 집이다. 스크랩우드와 펠트로 각각 촉감이 다른 안팎을 뒤집어 사용하거나, 길이와모양 또한 자유자재로 늘이거나 줄일 수 있다.
플라이우드로만든 돔 형태의 아치는 기지개를 켜며 몸을 쭉 늘이는 고양이의 모습에서 영감을 받았다. 빨간색 실을반복적으로 하프 처럼 연출해 열린 듯 닫힌 공간을 만들었고, 바닥에는 인조 퍼를 깔아 놀이가 끝난 뒤쉬는 공간으로 기획했다.
따뜻한 곳을 좋아하는 고양이의 습성에 주목해 낮에 품은 열을 밤까지 서서히 머금는 콘크리트를 소재로 사용했다. 배의 노처럼 생긴 나무 판은 날씨에 따라 접거나 열어둘 수 있는 구조이다. 타원형캡슐 모양의 중심부에는 낮잠을 위한 쿠션을 놓아뒀다.
재활용 플라스틱을 섬유로 뽑아낸 소재로 갈빗살 모양의 부품을 만들어 안과 통로이자 지붕이 있는 격자 구조물로조립했다. 틈새에 이끼와 잔디를 심어 그 자체로 살아 있는 생물체이자 인간을 위한 스툴로도 활용할 수있도록 구조적 견고함을 갖췄다.
거리에 흔히 보이는 폐기물 중 난방, 환기, 냉방에 쓰는 HVAC 배관 파이프를 활용해 집을 만들었다. 가로, 세로, 높이가각각 180cm인 프레임에 폐기된 에어컨과 파이프를 주렁주렁 달아 고양이에게 어둡고 모험적이지만 안전한공간을 선사한다.
글: 김은아 기자
사진: Meghan Bob Photography
ⓒ월간 <디자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