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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간디자인 Mar 05. 2019

2019 서울디자인스팟
#3 이태원로

월간 <디자인> 2019년 2월호

상반된 매력이 공존하는 동네

이태원로


삼각지역과 이태원역, 한강진역을 잇는 이태원로는 각기 전혀 다른 매력이 공존하는 곳이다. 아파트 단지가 모여 있는 삼각지역을 지나 다다른 이태원역 인근은 혼재된 다국적 문화 특유의 자유로움이 느껴진다. 신사동 방면으로 조금 더 걸으면 나오는 한남동은 강남과 강북의 중간 다리 역할을 하는 유리한 입지 조건 때문에 각종 상업 공간과 디자인 스튜디오가 밀집해 있다. 곳곳에 숨겨진 ‘핫플레이스’를 찾는 힙스터들의 발걸음이 연일 이어지는 동네이지만 골목 주택단지의 정서가 남아 있어 이태원만큼 소란스럽거나 유별나진 않다. 다양한 문화를 폭넓게 수용하는 관용성과 골목의 정서가 함께 깃들어 있는 이태원로의 디자인 스폿을 소개한다. 




오리엔탈 수제 양갱 카페

오리앙떼

수제 양갱 카페 오리앙떼는 한남동 중심 거리에서 한 블록 떨어져 있는 데다 입구는 숨겨놓은 듯 건물을 반 바퀴 끼고 돌아야 찾을 수 있어 조금은 비밀스러운 인상마저 풍긴다. 동양의 의미를 내포한 오리엔트orient를 불어식 발음으로 표현한 이름처럼 이곳에는 한국적 정서와 이국적 정서가 공존한다. 본래 낡은 철물점이었던 공간을 ‘절제된 현대의 한국적 아름다움’을 콘셉트로 리모델링했는데 안뜰을 품고 있는 ㄷ자 구조와 지붕에서 처마 끝까지 뻗어 내려오는 기와지붕의 유려함, 실내와 실외의 중간 다리 역할을 하는 툇마루의 확장성, 정원의 평온함, 나무와 한지의 온화함 등 전통 한옥의 요소를 재해석한 점이 돋보인다. 특히 ㄷ자 형태를 동선과 커피 바, 툇마루 형태의 좌석 등 카페 곳곳에 적극적으로 반영한 것이 인상적. 테이블 수에 욕심 내지 않고 벽면을 둘러싼 좌석으로만 구성해 마당과 툇마루가 보이는 좌석에서 감성적 분위기를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인테리어 전반에 원목을 사용해 부드럽고 따뜻한 느낌을 주며 반지하임에도 공간 안에 머무는 빛의 모양과 크기가 풍부하면서 드라마틱하다. 여기에 디자인 스튜디오 픽트의 자개 미니 트레이가 화룡점정이다. 할머니의 옷 주머니에서나 나올 것 같은 양갱을 세련된 감성으로 재해석하고 이를 공간까지 일관되게 확장했다는 점이 오리앙떼의 가장 큰 장점이다.

대표  이현식·김소영
브랜드 아이덴티티  제로 미터(대표 이혜현)
인테리어 디렉팅 및 총괄  라보토리(대표 박기민·정진호), labotory.com
설계 및 시공 강지연·유슬기(라보토리)
스타일링  강지연(라보토리)
운영 시간  12:00~21:00
주소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로54길 16-9 지하 1층
인스타그램  cafeoriente_





20세기 모던 디자인의 집결지

콜렉트

몰스킨과 로모카메라를 처음 국내에 정식 수입했던 허수돌 대표가 5년 넘게 가구를 수집해 2017년 6월 한남 오거리 인근에 오픈한 빈티지 가구 숍이다. 임스 부부의 LCW, 미하엘 토네트Michael Tohnet의 토넷 체어 같은 유명 작품부터 입 코포드라르센Ib Kofod-Larsen의 펭귄 체어, 샤를로트 페리앙Charlotte Perriand이 한 리조트를 위해 디자인한 옷장, 한스 베그네르Hans Wegner의 바느질 전용 서랍장 등 그간 국내에서 찾아보기 어려웠던 가구나 오리지널 포스터 액자를 만나볼 수 있다. 주로 유럽과 미국의 20세기 모던 디자인 피스를 소개하는 콜렉트에는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찾아온다. 연령대별로 선호하는 디자인이 다른 점이 흥미로운데, 20~30대는 조지 넬슨George Nelson이나 마르셀 브로이어Marcel Breuer가 디자인한 강철 소재와 매끈한 라인이 두드러진 의자를 선호한다. 반면 그 이상의 연령대 사이에서는 따뜻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는 덴마크의 목가구가 인기라고. 한국인뿐 아니라 디자인 투어를 즐기는 외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서도 입소문 난 콜렉트는 여러 젊은 디자이너 브랜드와 팝업 형식으로 진행하는 ‘스폿 인 스폿Spot in Spot’, ‘콜렉터스 마인드Collector’s Mind’ 등 다양한 프로젝트도 기획한다. 클래식과 현대 디자인의 조화를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대표  허수돌
브랜드 아이덴티티  위클리 캐비넷(대표 채정민)
인테리어 디자인  씨즈 아틀리에(대표 김한승), ssizz.com
운영 시간  방문 예약(월·화요일 휴무)
주소  서울시 용산구 한남대로10길 60
인스타그램  kollekt.seoul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의 영역 확장

콜라주

한남동 골목에 자리 잡은 콜라주는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 엘리펀트가 기획, 디자인한 공간이다. 1층은 국내 일러스트레이터, 그래픽 디자이너, 사진가의 리미티드 에디션 포스터와 서적을 판매하는 숍으로, 지하 1층은 카페로 운영한다. 시각 예술 분야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의 플랫폼이자 사람들이 작품을 쉽게 접하고 구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만든 공간이다. 회색 콘크리트와 검은색 철재로 절제된 분위기를 연출한 공간은 온전히 작품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해준다. 20대와 신혼부부가 즐겨 찾는다는 이곳에서 특히 일러스트레이터 김참새와 헨 킴, 사진가 강인기와 하시시박의 작품이 인기다. 엘리펀트는 지난 1월 21일까지 이곳에서 새로운 프로젝트 ‘시트 앤드Sit &’를 선보이기도 했다. 매번 하나의 브랜드를 선정해 디자이너의 철학이 담긴 의자를 집중 조명하는 일종의 팝업 매장인데 첫 주자로 임스 부부가 미국의 가구 회사 허먼 밀러를 위해 디자인한 의자를 꼽았다(엘리펀트는 이 프로젝트를 ‘의자 브랜드 셀렉트 숍’이라고 표현한다). 행사 기간 중 시트 앤드가 선정한 브랜드 의자를 콜라주 카페에 배치해 사람들이 직접 경험해보고 구입할 수 있도록 했다.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의 영역 확장과 주체적인 움직임으로 흥미를 유도하는 이들의 활동은 앞으로도 눈여겨봐야 할 것이다.

대표  김원선
브랜드 아이덴티티·인테리어 디자인  엘리펀트(대표 김원선), elephants.co.kr
운영 시간  12:00~23:00 
주소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로54가길 12
웹사이트  thecollage.co.kr
인스타그램  _collage_officia
©손영주




베를린의 자유분방함을 닮은 문화 공간

Mtl

복합 문화 공간 mtl은 여러모로 ‘힙스터의 도시’ 베를린을 닮아 있다. 디자인 스튜디오 ‘모어댄레스More Than Less’가 한남동에 문을 연 이곳(당연하게도 mtl은 모어댄레스의 준말이다)은 미니멀 라이프스타일을 지향하는 이들의 문화적 감성을 충족시키는 공간이다. mtl은 크게 베를린의 3대 로스터리 카페로 알려진 보난자 커피Bonanza Coffee의 한국 지점과 편집매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주말이면 두 공간 사이의 경계가 흐려지고 공예가 또는 디자이너의 전시장이나 디제잉 파티 공간으로 활용된다. mtl은 베를린 특유의 자유분방함과 자연스러움을 십분 살린 인테리어가 눈길을 끄는데 콘크리트 벽면의 거친 마감을 그대로 드러내고 한쪽 벽면에 큰 창문을 낸 것이 특징. 계단 형식의 의자와 공유형 테이블 등 가구는 공간 구성에 다양성을 더한다. 편집매장에서는 국내외 브랜드 가운데 선별한 데스크용품 중심의 제품과 서적, 모어댄레스가 자체 제작한 파우치, 머플러, 향수 등을 판매한다.

대표 우상규·김효빈
디자인 기획 및 총괄  모어댄레스(대표 우상규·김효빈)
운영 시간  10:00~22:00
주소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로49길 24
웹사이트  morethanless.kr
인스타그램  more.than.less





관점 있는 소비를 안내하는 서점

스틸북스

매거진 <B>를 발행하는 카카오IX(구 JOH&Company)가 지난해 문을 연 사운즈한남은 미로처럼 짜여 있는 도심 복합 공간이다. 이 중 한 건물을 차지한 스틸북스는 ‘관점 있는 중형 서점’을 모토로 한다. 지상 1층부터 4층까지 총 330m² 규모로 각 층마다 ‘생활과 일’, ‘예술과 디자인’, ‘사유와 사람’ 등 명확한 테마를 부여한 점이 눈에 띈다. 책뿐만 아니라 생활용품과 각종 제품을 선보이며 자신만의 관점을 찾고자 하는 이들을 위한 거점 기지로 자리매김 중이다. 특히 ‘일상, 아름다움, 통찰’을 키워드로 한 ‘스틸클럽’은 저자와 독자 사이의 간극을 줄이고 생각을 공유해보고자 기획한 강연 프로그램으로 꾸준히 스틸북스에 관심을 갖도록 유도한다. 예술 노동자 이랑, 디자이너 김형진, 뮤지션 김목인 등 장르 구분 없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볼 수 있다. 최근에는 스틸북스 지하에 ‘그림책클럽 스틸로’를 오픈했다. 어린이뿐 아니라 그림책에 관심있는 모두에게 열린 공간으로 생활, 세상, 예술 등을 주제로 책을 소개한다. 단, 스틸로는 일일 티켓(어른, 아이 가격 동일 1만 3000원)을 구입해야 한다. 자신만의 관점을 찾고 싶은 사람이라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 함께하는 스틸북스의 소식을 ‘팔로’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대표  권승조
브랜드 아이덴티티·인테리어·가구 디자인카카오IX(대표 권승조) 
시스템 선반 디자인  레어로우(대표 양윤선), rareraw.com
운영 시간  12:00~21:30
주소  서울시 용산구 대사관로35  사운즈한남 
인스타그램  still.books





동남아의 고급 리조트 같은 베트남 음식점

꾸잉

꾸잉은 ‘베트남 음식점은 뻔하다’는 고정관념을 멋지게 깬 공간이다. 민트색과 흰색, 회색의 컬러 조화, 라탄 등받이 의자와 나무 가구를 적절히 배치한 구성은 카페라고 해도 믿을 정도. 노란색, 녹색, 붉은색 등 강렬한 원색의 오리엔탈리즘을 강조하는 여느 베트남 음식점과 달리 꾸잉의 인테리어는 동남아의 고급 리조트를 연상시킨다. 에모이, 분짜라붐 등 이미 선발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비슷한 콘셉트로는 차별화될 수 없을 것이라는 김종현 꾸잉 대표의 큰 그림이 있었기에 가능한 연출이었다. 디자이너에 대한 절대적 신뢰도 이 같은 디자인이 탄생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처음에는 눈에 띄는 색감에 끌려 들어왔다가 한국에서는 쉽게 맛볼 수 없는 ‘진짜 베트남 현지 메뉴’에 매료돼 단골이 되는 손님이 많다고. 한국인 다음으로 베트남 손님이 많다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베트남에서 해장용 쌀국수로 알려진 ‘분지우’와 전통 월남쌈 ‘넴루이’가 인기 음식. 24시간 운영하기 때문에 이태원 클러버들의 해장 맛집으로도 유명하다. 

대표  김종현
브랜드 아이덴티티·인테리어·가구디자인  최중호스튜디오(대표 최중호), joonghochoi.com
운영 시간  24시간
주소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로 189 
인스타그램  quynh_official





취향 뚜렷한 여성들이 좋아하는 브랜드

누니주얼리

2011년 삼청동 한옥에서 시작한 웨딩 전문 주얼리 브랜드 누니주얼리는 자연에서 영감을 얻은 간결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명품보다 ‘나만의 특별한 반지’를 찾는 예비 신혼부부가 주로 찾는 이곳은 화이트 골드부터 짙은 브라운까지 여섯 가지 골드 컬러를 준비해 자신의 피부 톤과 어울리는 주얼리를 찾는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한옥을 벗어나 좀 더 젊은 감각의 브랜드 이미지로 어필하고자 2017년 한남동에 두 번째 매장을 오픈했는데 이곳은 삼청동과 전혀 다른 콘셉트의 공간을 선보인다. 베이지색 대리석을 바탕으로 금색 철제 프레임과 구조물을 적절히 더해 부드러우면서도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연출했다. 나무와 금속, 대리석으로 디자인한 단순한 형태의 쇼케이스는 주얼리의 가치를 돋보이게 하고 아치형 창문과 독특한 패턴의 유리 창틀이 유럽의 성당 같은 우아함을 전한다.

대표  손누니
인테리어·가구 디자인 최중호스튜디오(대표 최중호), joonghochoi.com
운영 시간  예약제
주소  서울시 이태원로54가길 18
웹사이트  nooneejewelry.com




글: 박은영

©월간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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