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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간디자인 Mar 05. 2019

2019 서울디자인스팟
#4 성수동일대

월간 <디자인> 2019년 2월호

2호선을 따라 변주되는 다채로운 감각

성수동 일대

조용한 주택단지가 모인 뚝섬역, 구두 공장과 피혁 거리에 둥지를 튼 재생 공간들이 빛나는 성수역, 활기가 가득한 건대입구역까지 2호선을 따라 변화무쌍한 기운이 감지되는 이 지역은 지난 몇 년 새 디자이너들의 손길이 분주하게 닿은 지역이다. 한강과 서울숲을 지척에 둔 뚝섬역 인근에는 호젓하고 모던한 공간이 들어섰다. 창고나 공장을 개조한 문화 공간들은 성수동의 아이덴티티를 구축한다. 여기에 크리에이터들의 작업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하며 새로운 지역 문화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한국형 티타임을 개척한 공간

맛차차

국내 유기농 야생 차의 매력을 담은 차 브랜드이자 티 카페 맛차차가 운영하는 이 공간은 이예니 대표가 개발한 높은 품질의 맛차와 큐레이션한 잎차를 경험하는 것뿐 아니라 서울숲을 바라보며 요가 프로그램까지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차를 두고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기 위해 좁은 폭으로 설계한 바 테이블과 자연을 향해 앉아 차를 즐기는 테라스가 이곳의 가장 큰 매력. 바깥 풍경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인 인테리어는 외부와 차단된 공간에서 차를 즐기는 일본식 다도와 구별되는 지점이다. 덕분에 티 마스터의 세리머니는 창을 배경으로 하나의 신을 만든다. 거기에 윤세호 작가와 웨이브 테이블웨어의 다기, 도잠의 가구 등 정갈한 소품과 가구는 공간의 완성도를 높인다. 공간에 가득 드리운 자연, 차분하고 모던한 분위기와 수준 높은 차 큐레이션은 호젓한 시간을 만드는 데 탁월하다. 

대표  이예니
브랜드 아이덴티티  맛차차(대표 이예니)
인테리어 디자인  맛차차, 정은미, 한현수 디렉터 
운영 시간  11:00~19:00(월요일 휴무)
주소  서울시 성동구 서울숲2길 18-11 2층
웹사이트  matchachaseoul.com  
인스타그램  matchacha_seoul
©이경옥





장르물 콘텐츠를 위한 안전지대

안전가옥

안전가옥은 창작자들을 위한 커뮤니티이자 콘텐츠 프로덕션이다. 오토바이 정비소, 공업사가 들어서 있던 공간을 장르 문학 3000여 권을 구비한 라이브러리 및 창작자들의 작업 공간으로 탈바꿈시킨 곳이다. 이곳은 SF, 호러, 미스터리 등 장르물에 관련된 강연과 워크숍 등으로 창작자들을 연결하고 작가를 양성,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에 무게를 둔다. 안전가옥 김홍익 대표가 “이곳은 공간 비즈니스가 아닌 콘텐츠 비즈니스를 지향하며, 공간은 콘텐츠의 일부”라고 말하는 이유다. 건물 입구에는 두꺼운 철문을 설치하고 무성한 억새풀을 심어 보행자들의 눈에 띄지 않도록 디자인했다. 이는 장르물 마니아들의 아지트이자 요새로 기능토록 하는 공간의 목적을 조경으로 표현한 것이다. 또한 라이브러리 안에는 이벤트를 진행하거나 작은 전시를 열 수 있는 ‘벙커’와 ‘웜홀’이라는 공간을 구성한 점도 특징이다. 책장과 거울을 밀고 들어갈 수 있도록 설계해 마치 책 속 세계로 들어가는 듯한 경험을 안겨준다. 입구부터 마당, 서가와 은밀한 공간까지 한 단계 한 단계 이야기 속으로 진입하는 과정을 녹여낸 이곳은 이야기에 열광하는 사람들이 어떤 이야기를 읽고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내든지 그들이 상상한 것을 오롯이 펼쳐낼 수 있는 안전지대다.

대표 김홍익
브랜드 아이덴티티 얼스 스튜디오(대표 조진현), helloearth.kr
인테리어 디자인 핏플레이스(대표 이호), fit-pl.com
운영 시간 11:00~23:00(월요일 휴무)
주소 서울시 성동구 연무장길 101-1
웹사이트 safehouse.kr
©이경옥





책과 포스터 그리고 커피가 공존하는 서점

인덱스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땡스북스 대표 이기섭, 계간 <그래픽> 발행인 김광철, 글자연구소장 김태헌, 기획자 유주연이 공동 운영하는 서점이다. 각자 다른 본업을 가진 이들이 모여 만든 서점이라는 특성에 맞게 다양한 실험이 끊임없이 일어난다. 포스터를 제작하고 판매한다거나 책과 출판, 디자인 관련 세미나와 전시도 연다. 덕분에 상업 공간은 많지만 상대적으로 문화 콘텐츠는 부족했던 건대 주변의 갈증을 해소시키는 공간이 됐다. 알파벳을 키워드로 큐레이션한 서가를 중심으로 아래층은 포스터를 전시하고 판매하는 공간으로, 위층은 커피와 전시를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나눈 것이 특징. 공간에 힘이 있어야 콘텐츠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는 생각을 반영한 결과다. 별다른 감흥을 느낄 수 없는 ‘색인index’이라는 단어에 특별한 정체성을 부여한 인덱스체 또한 공간에 개성을 더한다. 2700여 종의 서적을 35개의 카테고리로 나눠 강력한 큐레이션을 보여주는 인덱스는 출판사와 편집자를 주목하는 ‘This is publishers’ 코너와 이벤트로 책과 그래픽 디자인의 매력을 알리고 있다. 

운영  김광철, 김태헌, 유주연, 이기섭
브랜드 아이덴티티  글자연구소(대표 김태헌), gulza.com
인테리어 디자인  송전동
운영 시간  11:00~22:00 
주소  서울시 광진구 아차산로 200 커먼그라운드 3층
인스타그램  indexshop.kr





신진 브랜드를 위한 오프라인 창구

프로젝트 렌트

브랜드 컨설팅 기업 필라멘트앤코는 지난 5월 성수동으로 사무실을 이전하며 팝업 플랫폼 프로젝트 렌트를 함께 열었다. 이곳은 소규모 브랜드나 신진 브랜드의 프로젝트를 오프라인을 통해 프로모션하는 마케팅 플랫폼이다. 상업성보다는 브랜드 스토리를 입체적으로 소개할 의지를 보이는 프로젝트에 한해 저렴한 가격으로 공간을 대여하는 점이 특징. 독립 서점 스토리지북앤필름의 팝업 스토어와 지역 커피 종사자들의 연합 행사를 연 바 있다. 또한 프로젝션으로 24시간 영상을 돌려 밤에는 광고판으로 기능하도록 기획한 것이 인상적인데 브랜드 컨설팅 기업이 운영하는 공간답다는 생각이 든다. 또 이곳에서는 필라멘트앤코의 자체 프로젝트를 선보이기도 하는데, 지난해 첫선을 보여 큰 화제를 모은 평양슈퍼마케트가 대표적이다. 2월에는 국내 전통미를 개발하는 우보농장의 팝업 전시가 열리는 등 다채로운 콘텐츠가 지속적으로 공간을 채울 예정이다.

운영  필라멘트앤코(대표 최원석)
브랜드 아이덴티티·공간 디자인  필라멘트앤코
주소  서울시 성동구 서울숲길 43
운영 시간  10:00~18:00(일요일 휴무)
인스타드램  project_rent





시간을 반영한 공간과 물건

오르에르

1층은 카페 오르에르, 2층은 라운지와 문구점 ‘포인트 오브 뷰’, 3층은 아카이빙 편집숍 ‘오르에르 아카이브’가 들어선 오르에르는 상업 공간과 공장, 주거 공간이 함께 있던 1970년대 건물을 고쳐 만든 곳이다. 3층 오르에르 아카이브를 보더라도 옛날 가정집 거실 천장에서 볼 수 있던 나무 조각이 남아 있어 할머니집에 방문한 듯한 기분이 든다. 이곳에서는 김재원 대표가 모은 수집품과 크리에이터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판매하는데 용도나 기능보다는 아름다움에 가치를 둔 물건이 주를 이룬다. 물건의 자태를 면밀히 감상하도록 진열하고 배치한 구성 자체도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다. 2층에 있는 문구점 ‘포인트 오브 뷰’는 블랙과 베이지를 키 컬러로 맞춘 가구들이 눈길을 끈다. 영화 <팬텀 스레드>를 모티프로 디자인해 오래된 영국의 실내 분위기를 그대로 살린 것. 아르누보 장식의 계산대와 테이블이 또한 인상적인데 이 앤티크 가구를 중심으로 제작한 진열대가 조화를 이룬다. 여기에 놓인 연필과 종이 같은 문구는 김재원 대표가 세계 곳곳에서 구입한 제품이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물건들은 어릴 적 문방구를 서성이던 기억을 상기시킨다. “연필이나 종이 같은 실용적인 도구뿐 아니라 창작을 위해 감각을 자극하는 물건을 모았다”는 김재원 대표의 말에서 물건을 대하는 그의 태도를 엿볼 수 있다. 

대표  김재원
인테리어 디자인  스튜디오 Zgmc(대표 김재원)
브랜드 아이덴티티 디자인  Dogs(대표 조중현·권기영)
포인트 오브 뷰 브랜드 아이덴티티  아라비(대표 이혜원), araby.kr
오르에르 아카이브 브랜드 아이덴티티  스튜디오 Zgmc 
운영시간  포인트 오브 뷰 13:00~20:00, 오르에르 아카이브 13:00~20:00(월요일 휴무)
주소  서울시 성동구 연무장길 18
인스타그램  orer.archive / pointofview.seoul



글  유다미 기자

©월간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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