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월간디자인 Aug 05. 2019

2019 부산디자인스폿
#3 디자이너의 베이스캠프

월간 <디자인> 2019년 8월호

부산 디자이너들의 이유 있는 정박

디자이너의 베이스캠프


부산이라는 도시를 한층 뜨겁게 달구는 것이 있으니, 바로 부산 디자이너들의 열정! 녹록지 않은 환경에서도 지역을 지키며 크리에이티브를 발현해나가는 이들의 공간은 더욱 특별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디자인과 공간 운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다양한 실험과 각고의 노력으로 트렌디한 감성과 로컬리티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려는 이들이야말로 부산 글로컬리즘의 열쇠라 할 수 있다.




덜어낼수록 아름답다

MMML

가구 디자이너 정재훈이 운영하는 브랜드 쇼룸 겸 카페다. MMML은 ‘Much More Much Less(조금 더, 더 적게)’의 약자. 미니멀리즘을 표방하는 디자이너의 철학을 반영한 곳이라는 사실을 이름에서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공간을 구성할 때는 ‘가구와 커피 외의 모든 것을 덜어낸다’는 생각으로 최소한의 것을 배치했고 대신 디테일에 충실했다. 특히 자체 제작한 원목 가구로 공간의 성격을 드러낸 점이 눈길을 끈다. 초기에는 가구 디자인 스튜디오를 겸했지만 지금은 주문 제작은 받지 않고 목제 소품만 판매한다. 공간 한편에는 편집매장을 마련해 MMML의 자체 소품과 커피용품 그리고 디자이너가 운영하는 브랜드의 제품을 판매한다. MMML은 오픈 6개월 만에 확장 공사를 해야 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달달한 크림과 고소한 라테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크림 레이어드 커피와 일부러 크고 못생기게 만든 어나더쿠키가 이곳의 시그너처 메뉴다.


공간 기획 및 운영, 브랜드 디자인 MMML(대표 정재훈)

공간 디자인 1차 공사 더퍼스트펭귄(대표 최재영), t-fp.kr / 2차 공사 MMML

오픈 시기 2017년 3월

운영 시간 매일 11:00~22:00

주소 부산시 강서구 명지국제11로 78 101호 & 2층

웹사이트 MMML.co.kr





해안 도시의 이미지를 반영한 수제 맥주 펍

테트라포드 브루잉

최근 몇 년 사이 부산에 새로운 수식어 하나가 더 생겼다. 바로 ‘수제 맥주의 성지’. 2017년 새롭게 이 대열에 합류한 테트라포드 브루잉은 플러스엑스와 박서준 대표가 공동 설립한 별도 법인 플러스 이(Plus E)가 운영하는 펍이다. 이곳의 가장 큰 특징은 역시 브랜딩. 방파제의 일종인 테트라포드를 모티프로 브랜드를 디자인했는데 각종 글로벌 디자인 어워드에서 수상할 만큼 좋은 성과를 거두었다. 디자인 베이스의 펍답게 슈퍼픽션, 펑크 버스터즈 등의 디자인 스튜디오와 활발히 협업도 하고 있다. 참고로 박서준 대표는 테트라포드 브루잉과 별개로 부산의 브랜드와 크리에이터를 소개하는 유튜브 채널 ‘로컬웨이브TV’를 운영 중이다.


공간 운영 및 기획 박서준·변사범·신명섭

브랜드 디자인 플러스엑스(대표 신명섭·변사범), plus-ex.com

공간 디자인 더피(대표 배정환), duffii.com 

오픈 시기 2017년 6월

운영 시간 월~목요일·일요일 18:00~2:00, 금·토요일 18:00~3:00

주소 부산시 부산진구 중앙대로 680번가길 77

웹사이트 tetrapodbrewing.com





지역과 디자인계에 선물한 공간

프리젠트

강범규 동서대학교 겸임 교수가 운영하는 프리젠트는 자체 제품을 생산하는 브랜드이자 디자인 전문 회사다. 주방용품 브랜드 해피콜의 초창기 디자인을 맡아 지금의 성장을 이끄는 데 큰 공을 세운 강범규 대표는 잇따라 유아용품 브랜드를 론칭해 좋은 성과를 거뒀다. 2016년 남천동에 지은 사옥은 폐건물에서 나온 적벽돌을 활용한 점이 인상적이다. 유독 적벽돌 건물이 많은 주변 지역의 맥락을 고려한 결과다. 서울이 아닌 부산의 건축 사무소와 협업한 점도 눈에 띄는데, 서울 출신이지만 18년간 부산에 머물며 디자이너를 길러왔기에 지역 디자인 생태계 조성에 이바지한다는 생각으로 결정한 일이었다. 사실 그 자체만 보면 지극히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결정이지만 최근 부산의 로컬 매장들이 서울에서 활동하는 디자이너를 선호하는 현상을 감안하면 의식 있는 판단이었다고 볼 수 있다. 프리젠트는 오피스 공간과 더불어 카페와 서점도 운영한다. 콘셉트는 ‘책과 나무’. 특히 1층 입구 쪽에 마련한 서점에서는 오직 디자인 서적과 인문학 서적만 판매한다. “큰 수익은 나지 않더라도 디자인 전공 학생들과 시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공간을 선물하고 싶었다”는 것이 강범규 대표의 설명. 또한 건물 중간중간 단풍나무를 심는 등 자연을 적극 실내로 끌어들인 점도 눈길을 끈다. 지금은 잠시 휴식기를 갖고 있지만 본래 2층에서는 두 달에 한 번씩 클래식과 발레 등 다양한 공연을 진행했다. “이것이 바로 내가 지역사회에 기부하는 방식”이라는 강범규 대표의 말을 듣고 나니 이곳이 더욱 특별한 선물처럼 느껴졌다.


공간 운영 및 기획, 브랜드 디자인 프리젠트(대표 강범규)

건축 디자인 PDM파트너스(대표 고성호), pdm.co.kr / 프리젠트

오픈 시기 2016년 9월

운영 시간 매일 10:30~22:30

주소 부산시 수영구 황령산로 31

웹사이트 itspresent.co.kr





디자이너가 만든 서퍼스 파라다이스

그라핀

‘부산’ 하면 바다, ‘바다’ 하면 서핑 아닐까? 그라핀은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서퍼인 조성익 대표가 운영하는 브랜드다. 부산 출신이지만 영국 유학 시절 우연히 서핑을 배운 조성익은 이후 서프 문화에 관심을 갖게 됐고 2014년 아예 서핑과 해변을 주제로 한 브랜드를 론칭했다. 지난해에는 송정동에 오프라인 공간을 오픈했는데 스튜디오 겸 카페, 매장을 겸하고 있다. 여기에 터를 잡은 이유는 한 가지. 서핑할 수 있는 바다와 가까워서다. 실로 서핑 마니아다운 결정이다. 매장에서는 방수 숄더백과 파우치, 서핑 키링과 스티커, 포스터, 티셔츠 등 자체 제작한 제품만 판매한다. 제품을 구매하면 ‘바닷가 쓰레기를 가져오자’는 메시지가 쓰인 봉투에 담아주며 ‘해변가에서 담배를 피우지 말자’는 글귀가 들어간 라이터도 무료 배포한다. 매장 구석구석 대표의 개인 물건을 비치했는데, 특히 천장에 철제 랙을 설치해 2m가 넘는 긴 서프보드를 전시한 것이 인상적이다. 


공간 운영 및 기획, 브랜드 디자인 그라핀(대표 조성익)

공간 디자인 그라핀 / 콜COR(대표 최원호), corcorcor.com

오픈 시기 2018년 7월

운영 시간 매일 11:00~18:00(비정기 휴무)

주소 부산시 해운대우 송정중앙로 35-2

웹사이트 grapinworks.com, grapin.co.kr





책으로 우거진 디자이너의 서점

책방숲

1인 디자인 스튜디오 숲이 운영하는 독립 서점.  601비상의 아트북 프로젝트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이지영 대표는 책의 물성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고 그 고민의 결과로 책방숲을 오픈하게 됐다. 처음 서점을 연 2015년 당시만 하더라도 부산에 독립 서점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더욱 굳은 의지와 사명감을 갖고 시작할 수 있었다고. 현재 책방숲에서는 독립 서적을 포함해 자체 제작한 노트와 에코백을 판매하고 로컬 디자이너와 아티스트의 토크 프로그램도 비정기적으로 진행한다. 책방숲은 작은 서점에 불과하지만 곳곳에서 이러한 시도가 이어질 때 좋은 크리에이티브 생태계가 조성될 것이다. 묘목들이 자라 울창한 숲을 이루듯이 말이다.


공간 운영 및 기획, 브랜드 디자인 스튜디오 숲(대표 이지영)

오픈 시기 2016년 3월

운영 시간 평일 13:00~18:00, 토요일 13:00~20:00(일·월요일 휴무, 토요일 격주 휴무)

주소 부산시 동래구 온천천로431번길 25-1 

웹사이트 inaforest.org





크리에이터들의 연대는 이곳으로부터

프롬샵

그린그림 스튜디오가 운영하는 이곳은 2011년 문을 연 ‘프롬더북스’라는 이름의 독립 서점이 그 시작이었다. 2015년 9월 장전동으로 이사하며 프롬샵으로 상호를 바꾸고 업종 또한 프린트 숍으로 변경했다. 전 세계 디자이너들이 만든 포스터와 카드, 엽서 등을 큐레이션하고 그린그림 스튜디오의 자체 제작 아트 프린트도 판매한다. 조만간 온라인 숍도 열 계획이다. 또한 샵메이커즈와 함께 아트북 페어 ‘프롬더메이커즈’를 3회째 기획, 운영하고 있다. 2010년 문을 연 샵메이커즈와 더불어 부산의 독립 출판물을 책임지는 1세대 공간이라 할 수 있는데 이들의 끈끈한 연대가 더욱 특별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공간 기획 및 운영, 브랜드·집기·공간 디자인 그린그림 스튜디오(대표 천지원·박성진), greengreem.co.kr

오픈 시기 2015년 10월

운영 시간 목~토요일 14:00~19:00(일~수요일 휴무) *임시 휴무가 잦으니 SNS 참고

주소 부산시 금정구 금정로 112

인스타그램 @fromshop.kr





부산의 1세대 독립 서점

샵메이커즈

샵메이커즈는 ‘부산의 대표 독립 서점’이라는 수식어가 늘 따르는 곳이다. 미술 비평지 <크래커 달지 않은>을 발행했던 구나연 대표와 구연경 대표는 부산에 이 같은 독립 출판물을 다루는 플랫폼이 요원하다는 생각에 직접 서점을 열었다. 인지도가 부족했던 초창기에 서점을 알리고자 토크 프로그램과 워크숍을 운영하기 시작했는데 일러스트레이터 듀오 키미앤일이가 이들이 주최한 워크숍에서 배출되었다. 지금도 자체적으로 전시를 열거나 북 토크, 원데이 클래스 등을 진행하기도 한다. 샵메이커즈라는 이름의 의미에 대해 묻는 질문에 구나연 대표는 “메이커즈라는 표현에는 프로듀서나 디렉터라는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판을 어떻게 구성하고 설계하느냐가 중요해진 시대라고 생각해서 붙인 이름이다”라고 했다. ‘프롬더메이커즈’는 이들이 프롬샵과 설계한 세 번째 판으로 8월 24일과 25일 이틀간 영도구 봉래나루로 창고군 일대에서 열릴 예정이다.


공간 기획 및 운영, 브랜드·공간디자인 샵메이커즈(대표 구나연·구연경)

집기 디자인 우드웍스 30(대표 김민), woodworks30.com 외

오픈 시기 2010년 8월

운영 시간 화~일요일 12:00~19:00(일요일 격주, 월요일 휴무)

주소 부산시 금정구 부산대학로64번길 120 

웹사이트 shopmakers.kr




글: 최명환, 유다미

©월간 <디자인>

매거진의 이전글 2019 부산디자인스폿 #2 부산의 레트로 공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