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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간디자인 Feb 13. 2018

힙노시스(Hipgnosis)의
바이닐.앨범.커버.아트

월간 <디자인> 2018년 2월호


핑크 플로이드의 (1975) 앨범 커버를 사용한 책 표지.앨범 커버 사진은 오브리 파월이 찍은 것으로 스턴트맨을 고용해 실제로 촬영했다.



책의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고 나면 마치 대단한 비밀을 알게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전설의 디자인 그룹이 진행한 거의 모든 작업의 기획 의도와 프로세스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듣고 평소 궁금했던것들에 대한 답도 얻었다고 할까. <바이닐. 앨범. 커버. 아트>는영국의 디자인 그룹 힙노시스Hipgnosis가 1967년부터 1984년까지 작업한 373장의 음반 디자인 커버와 그에 관한 다채로운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핑크 플로이드의 (1970),  사진: 스톰 소거슨


힙노시스의 창립 멤버 오브리 파월AubreyPowell이 저자로, 작품 탄생에 얽힌 비화와 실제로 음반 커버를 디자인한 모든 과정을자세히 풀어냈다. 예를 들면 핑크 플로이드의 <AtomHeart Mother>(1970) 앨범 커버에는 왜 하필 젖소가 등장하며, 어디서 어떻게 촬영했는지, 또 이를 위해 몇 통의 필름을 사용했는지까지 상세히 밝히는 식이다. 





레드 제플린 (1973), 사진: 오브리 파월, 수작업 채색: 필 크레넬


더 나이스The Nice (1971), 사진: 오브리 파월·스톰 소거슨


벌거벗은 아이들이 팔각형 모양의 바위에 오르는 장면으로 세기말적 분위기를 연출한 레드 제플린의 <Houses of the Holy>(1973) 앨범 커버도 마찬가지다. 어디에서 영감받았으며 어떻게 구현했는지, 포토샵이 없던 시절에 완성할수 있었던 비밀은 무엇인지 모두 확인할 수 있다. 


스톰 소거슨StormThorgerson과 오브리 파월, 피터 크리스토퍼슨PeterChristopherson으로 구성된 힙노시스는 핑크 플로이드, 폴 매카트니, 10cc, AC/DC 등 유명 록 그룹의 앨범 커버를 디자인하며 자신들만의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했다. 이들은 음악만큼이나 매혹적인 시각적 해석으로 단순히 뮤지션의 얼굴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 그 이상의 새롭고 특이한이미지를 내놓았다. 오브리 파월은 “그것이 노랫말이나 밴드이미지 또는 음악 자체와 어떤 상관이 있든 없든 좋은 디자인은 항상 흥미를 불러일으킨다는 게 우리의 모토였다”고말한다. 






핑크 플로이드 (1973), 그래픽: 조지 하디



실제로 핑크 플로이드의 <The Dark Side ofthe Moon>(1973) 앨범에는 프리즘, 빛,심장 박동, 피라미드, 삼각형이 등장하는데 도대체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며,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는지 알 수 없으나 매우 독창적인 디자인이며 완전히 적절하고대단히 효과적이라는 것만은 사실이다. 


이 외에도 토펫의 <ToeFat>(1970) 커버에 등장하는 발가락 사람 같은 기이한 이미지는 만 레이와 빌 브랜트의 초현실주의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이러한 유희와 실험은 힙노시스가 작업한 앨범 곳곳에서(밴드나 음악과 관계없이) 발견된다. 특히 피터 가브리엘의<Peter Gabriel(3)>(1980) 앨범 커버에는 얼굴이 녹아내린 파격적인 이미지가 등장하는데 이는 폴라로이드사진을 현상 과정에서 마구 망가뜨린 것으로, 스톰의 꿈에서 영감받았을 뿐 음악과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다. 





비밥 딜럭스Be-Bop Deluxe (1978), 사진: 오브리 파월, 그래픽: 제프 핼핀


10cc (1977), 사진: 오브리 파월·스톰 소거슨·피터 크리스토퍼슨, 그래픽: 조지 하디, 리터치: 리처드 매닝


한편 거친 콜라주가 인상적인 시드 배럿의 <The MadcapLaughs>(1970)나 세 종류의 이미지를 합성한 10cc의 <Deceptive Bends>(1977) 등은 포토샵은커녕 컴퓨터도 없던 시절, 이들이 가위와 접착제로 만들어낸 앨범 커버로 파격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힙노시스의일원이었던 마커스 브래드버리의 말대로 “힙노시스는 아트워크 인쇄에 새로운 편집 기법을 시도한 어도비포토샵의 선구자”였으며 “새롭고 특이한 이미지를 창조하기위해 사진을 자르고 일그러뜨리고 구부리고 태우고 가리고 이중 노출을 하고 오븐에서 굽고 그 위에 낙서를 하거나 함께 콜라주를 하기도 했다.” 모든 것은 실험이었다.


 



레드 제플린 (1976), 커버 디자인: 힙노시스·조지 하디, 사진: 오브리 파월


1960~1970년대에 음악 산업의 호황과 더불어 앨범 디자인은 음악을시각적으로 표현하는 유일한 매체라는 점에서 각광받을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오브리 파월의 말에 따르면당시 앨범 커버는 그것을 소유한 사람을 정의해주는 역할을 했다. 즉 어떤 음반을 구매해 집 안에 두는것은 곧 그의 취향을 전시하는 것으로, 얼마나 유행에 밝고 세련되었는지를 짐작하게 했으며, 앨범 커버는 이를 시각적으로 증명하는 역할을 한 셈이다. 그 결과어떤 음악은 12인치 정사각형 또는 12×24인치 게이트폴드gatefold 형태의 이미지로 기억되기도 한다. 힙노시스의 디자인은기꺼이 따르고 싶은, 매혹적인 취향임이 분명했다.




글: 김민정 기자  월간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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