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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간디자인 Feb 13. 2018

2017 코리아디자인어워드 수상작
Space 부문

월간 <디자인> 2017년 12월호

1983년 월간 <디자인>이 선정한 ‘올해의 디자이너’를모태로 출발한 코리아디자인어워드는 매해 가장 우수한 디자인 프로젝트를 선별한다. 그래픽, 아이덴티티, 디지털 미디어, 제품, 리빙, 공간 총 6개부문에서 각 분야 전문가들의 엄격한 심사를 통해 수상자를 결정하며, 2011년부터는 클라이언트도 함께시상하고 있다. 좋은 디자인은 디자이너와 클라이언트의 탄탄한 신뢰를 기반으로 탄생한다는 것을 알리기위해서다.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0월까지 약 1년간 진행한 디자인 프로젝트 중 가장 우수하다는 평을받은 수상작들을 소개한다.




Space


올해 공간·건축 디자인 부문에서는 그 분야와 범위가 점차 넓어지고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공공·환경 영역의 프로젝트가예년에 비해 많아졌고, 아난티 펜트하우스 같은 대규모 건축부터 닥터자르트의 플래그십 스토어, 아디다스 전시 공간 노 세컨드 게싱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완성도높은 프로젝트가 주목을 받았다. 최종 후보작은 서울로의 공공 프로젝트 윤슬(SoA)과 하나은행의 레노베이션 프로젝트 플레이스원(더시스템랩)으로 좁혀졌고, 격론 끝에 테크놀로지 측면으로 진일보한 결과물을 보여준플레이스원(PLACE 1)을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심사위원들은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건축적 실험성을 높이 평가했고, “공공재이자 실험재로서 건축의 역할과, 앞으로 더욱 활발해질 도시 건축 레노베이션의 방향성을 제시했다”는심사평을 더했다. 




<Space 수상작>

플레이스 원

클라이언트: KEB하나은행 

디자인: 더시스템랩(대표 김찬중), www.thesystemlab.com

디자이너: 김찬중, 이충렬, 최진철, 박창권, 김소진, 한동수

발표 시기: 2017년 4월





작은 울림을 위한 거대한 실험실 

온라인 뱅킹을 넘어 비트코인이 도래하는 시대, 은행의 객장은 어떤 기능을 할 수 있을까? KEB하나은행 역시 많은 객장이 높은 임대료에 비해 효율적으로 운영되지 못하는 문제를 안고 있었다. 심지어 대부분의 사람들은 오후 4시 이후에도 은행 건물이 계속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본 적은 더더욱 없었다. KEB하나은행은 이에 삼성동, 역삼동, 대치동 지역에 분산되어 있는 지점을 통합해 운영하는 동시에 랜드마크로서 지역의 구심점이 될 건물을 계획했다. 이 프로젝트를 맡은 더시스템랩의 김찬중 대표는 ‘슬로 코어’라는 개념을 도입, 은행이나 임대 공간 외에 오픈 공간을 통해 24시간 방문할 수 있는 복합 문화 공간을 구성했다. 여기에 여러 성격의 자연 요소가 모인 지구처럼 성컨이나 계단, 루프톱 등의 여러 요소를 통해 건물 전체를 완성한다는 ‘하이퍼 네이처’를 콘셉트로 삼았다. 무엇보다 이 건물은 문어 빨판을 연상케 하는 외관이 시선을 사로잡는다.6개 다른 형태의 모듈 350개가 건물 전체를 감싸고 있는데, 여기에는 UHPC(초고성능 콘크리트)라는 새로운 소재를 사용했다. 그 어떤 재료보다 단단하고 두께가 얇다. 김찬중 대표는“UHPC는 외관 두께를 줄이기 위한 아이디어였는데, 이를 위해 여러 차례 목업을 만들어 테스트해야 했지요”라며 그 치열한 개발 과정을 설명했다. UHPC를 3차원으로 모듈화한 경우는 해외에서도 사례가 없었기 때문에 성형을 위한 거푸집까지 새로 개발했다고. 더시스템랩은 이미 전통적 건축 소재를 넘어 폴리카보네이트나 섬유 강화 플라스틱 등 과감한 소재 선택을 시도해왔고, 건축에서 산업적인 시스템을 찾아내 구현하는 것으로 이름나 있다. 여기에 대해 김찬중 대표는 ‘비용이나 시간적 리스크를 우려하는 소리도 있죠. 하지만 기존의 방식을 답습하는 일은 무언가를 새롭게 시도하지 않는 것보다 오히려 무책임한게 아닐까요’라는 말을 덧붙였다. “건축은 혁신이나 혁명적인 결과물이기보다는 작은 울림이라고 생각해요. 그건 낯설지만 싫지 않은 경험에서 시작되는 것이라고 믿습니다. 이로 인해 전에는 하지 못했던 다양한 생각과 정서가 파생되는 것이죠.” 더시스템랩이 힘들지만 지속적인 실험을 멈추지 않는 이유다. 이는 플레이스원 외관을 활용한 전시 방식에서도 드러난다. 구멍이 송송 뚫린 건축 입면에는 2m 지름의 아트 디스크 178개를 설치했다. 디스크는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통해 시간대별로 회전하며 움직인다. 작품은 2년마다 교체하며, 전시했던 아트 디스크는 178개의 각 은행 지점으로 옮겨가 다양한 오브제로 활용한다. 이를 통해 지역 주민, 방문객과 문화적 정서를 나누는 동시에 은행의 아이덴티티를 세련되게 전달하는 것이다. 앞으로 플레이스원은 은행 통합 점포로 자리하며 갤러리, 북 카페, 클럽, 디자인 라이브러리 등 다양한 콘텐츠를 함께 선보일 예정이다. 이는 플레이스원이 단순한 은행 건물이 아니라 은행 또한 하나의 콘텐츠로 기능하게 만드는 관점의 변화이기도 하다. 더시스템랩은 이러한 방식으로 현재KEB하나은행 부산 서면IPC(International Private Banking Center)와 제주 IPC 건물 레노베이션도 진행하고 있다. 물론 내부를 어떻게 채우고 활용해나갈지는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일 것이다. 하지만 플레이스원은 건축적, 기능적 측면에서 한 단계 진일보한 복합 건물이자 상징적 장소로, 앞으로 은행의 생태계뿐 아니라 공간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요구되는 이 시대에 의미 있는 레퍼런스가 될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더시스템랩(대표 김찬중)



글: 오상희 기자

인물 사진: 박순애(스튜디오 수달)

월간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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