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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간 도슨트 May 08. 2021

나의 중심이 되어주는 힘 | 뮤지컬 '위키드'




  오늘날 우리는 많은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다. 수많은 사람들, 수많은 관계 속에서 우리는 스스로를 쉽게 잃어버리고 이리저리 휘둘린다. 타인과의 관계에 연연하고 쉽게 불안해하기도 한다. 반대로 어떤 관계는, 우리가 우리 자신을 붙들 수 있는 힘이 되어주기도 한다. 마치 뮤지컬 <위키드>의 엘파바가 글린다를 붙들어주었듯 말이다.
 



©pinterest

 



  위키드의 주인공 글린다와 엘파바는 같으면서도 다른 사람이다. 글린다도 엘파바도 모두 사람들의 쏟아지는 시선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다만 엘파바는 부정적이고 차별 어린 시선 속에서, 글린다는 애정과 흠모의 시선 속에서 살아간다. 위키드의 주인공 글린다는 모두가 사랑하는 인기인이다. 모두가 그녀에게 ‘착한’ 글린다라고 말한다. 글린다는 모두의 사랑을 받는 만큼 타인과의 관계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타인의 시선, 반응, 그리고 자신의 평판까지. 그리고 '착한' 글린다로서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렇기에 결정적인 순간에서 글린다는 엘파바와 다른 선택을 한다. 훌륭한 마법사가 되기를 꿈꾸던 엘파바와 글린다는 이 세상을 지키는 '위대한 오즈의 마법사'가 사실은 마법을 쓸 줄 모르는 사기꾼이었음을 알게 된다. 마법사는 비밀을 지키는 대가로 명예를 약속한다. 둘은 마법사의 편에 설 것인지, 아니면 떠날 것인지의 기로에 놓인다. 엘파바는 고민 끝에 마법사 손을 뿌리치고 떠나지만, 글린다는 마법사의 곁에 남는다. 그렇게 엘파바는 '사악하고 못된 마녀'가 되고, 글린다는 '착한' 글린다가 된다.
 


 

©Toledo Blade



  사실 마법사와 글린다는 굉장히 닮은 사람이다. 마법사 역시 다른 사람들의 애정과 사랑을 갈구한다. 그는 사람들에게 원더풀한 오즈의 마법사로 남기 위해 거짓말로 모두를 속인다. 그리고 자신의 입지를 공고히 하기 위해 동물 실험을 자행하고 동물들의 언어과 권리를 빼앗기까지 한다. 그러면서도 '나쁜 뜻'은 없었다고 말한다. 그에게 이 모든 것은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것일 뿐이다. 글린다 역시 그렇다. 오즈 전체가 엘파바를 사악한 마녀로 몰아가는 것에 괴로워하면서도 자신의 자리를 놓지 못한다. 자신은 모두가 사랑하는 '착한' 글린다이기 때문이다.
 
  글린다는 마법사의 비밀과 악행을 알면서도 그의 곁에 남는다. 양심에 찔려 괴로워하고 혼란스러워하면서도 말이다. 어쩌면 글린다도 마법사와 같은 사람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거짓말을 하고 악행을 저지르면서도 어쩔 수 없다고 말하는 사람. 사람들의 기대와 애정에 부응하기 위해 결국 스스로를 잃어버리는 사람 말이다. 하지만 글린다는 마법사와는 다른 길로 나아간다. 그녀에게는 엘파바라는 친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Forbes




  글린다는 엘파바를 처음 만난 순간부터 부딪히기만 했다. 하지만 그 둘은 서로로 인해 조금씩 달라졌고, 가장 친한 친구가 되었다. 엘파바와 글린다는 아주 다른 사람이었다. 하지만 또 비슷한 사람이기도 했다. 엘파바와 글린다 모두 사람들의 쏟아지는 시선 속에서 자꾸 흔들리는 사람들이었다. 그렇기에 서로가 다른 선택을 했을 때도 서로를 이해할 수 있었다. 글린다가 모든 사실을 밝히고 자신의 모든 것을 포기하려는 순간, 엘파바는 그녀를 붙잡는다. 엘파바는 글린다가 '선한' 글린다로서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고자 하는 마음을 이해했다. 그래서 글린다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녀를 바꾸려 들지 않았다. 그런 엘파바가 곁에 있었기에 글린다는 조금씩 변화할 수 있었던 것이다.
 



©Thought Catalog




너라는 중력이 손을 내밀어 나는 너로 인하여, 달라졌어 내가.

- 위키드 <for good> 中
 




  엘파바가 떠난 후 혼자 남겨진 글린다는 엘파바가 자신의 삶에 남겨준 흔적을 돌아본다. 그리고 오즈의 마법사를 몰아내고 오즈를 정비하고자 한다. 그리고 오즈민들에게 자신이 '선한' 글린다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한다. 글린다는 마법사와 같은 삶을 살아갈 수 있었다. 자기 자신은 잃어버린 채 타인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 다른 누군가를 배척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그녀는 엘파바가 자신에게 남기고 간 흔적을 지표 삼아 변화하고자 한다. 어제보다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자 첫 발을 내딛는 것이다.


 


©New York Theatre Guide



  이처럼 누군가와의 관계는 내 삶을 변화시키고, 그것은 삶의 구심점이 되어 내가 보다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만든다. 수많은 관계 속에서 우리는 자꾸만 흔들린다. 나를 배척하는 누군가에 의해 상처받기도 하고, 남들에게 사랑받기 위해 안간힘을 쓰기도 한다. 하지만 돌아보면, 분명 그렇게 흔들리는 당신을 잡아주는 누군가가 있을 것이다. 사랑은 자꾸만 궤도 밖으로 튕겨져 나가는 우리를 붙잡아준다. 그리고 우리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또 이 자리로 다시 돌아올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글 | 김채원

편집 | 김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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