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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간 도슨트 Jun 30. 2021

클림트 <키스>에 숨겨진 작지만 엄청난 비밀



누구나 한 번쯤은 봤을 이 작품.

보고 나면 좀처럼 잊기 힘들며

표현주의의 정수이자 대표작인 이 작품.



Gustav Klimt, <Der Kuss>



클림트, <키스>
1907-1908
상징주의, 표현주의
캔버스에 유채
180 x 180 cm
벨베데레 오스트리아 갤러리




(왼) 구스타프 클림트 (오) 빈 벨베데레 궁전 국립미술관



오스트리아의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의 <키스>라는 작품이죠.


오스트리아의 보물창고라고 불리는

빈 벨베데레 궁전 국립미술관에 전시되어 있습니다.


재밌는 사실은 오스트리아 당국이

이 작품을 절대 해외로 내보내지 않는다는 점인데요.


다른 나라에서 전시되는 작품은 모조품이고

진품은 언제나 오스트리아의 심장에 있습니다.



빈 벨베데레 궁전 국립미술관 내부



그림이 걸려있는 벽면 전체가 검은색이라

이 황금빛 그림이 더욱 돋보입니다.







실물은 생각보다 크고 훨씬 더 화려해서

그야말로 압도당하는 기분이라고.


금세공업자였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금을 다루는 능력이 뛰어났고

그의 작품세계 전반을 지배하고 있는 금빛 향연도

실제 금박이라고 합니다.


게다가 본래는 제목이 <연인>이었는데

어찌하다 보니 지금의 <키스>로 바뀌었다는 사실.

인간은 더 자극적인 것을 추구하니까요 !


그리하여 독어 원제는 <Der Kuss>,

다가가면 황홀감에 압도되어,

몇 분이고 하염없이

바라보고만 있었다고들 말합니다.




환상적인 느낌의 키스와 하이퍼리얼리즘 미술 비교



가장 큰 기법적 특징,

그러니까 그리는 방식에 있어 가장 큰 특징은

편평하다는 점이에요.


뒷배경도 없고 그림자, 옷 주름도 일절 없어

입체감이 없어요.


마치 인물의 얼굴만 어딘가에서 오려와서

금박 포장지에서 붙인 듯한 느낌을 줍니다.


그러니까 실제 같은 느낌(하이퍼리얼리즘)이 아니라

철저히 환상적인 느낌을 추구한 것이죠.






또한 *모자이크 기법으로 처리된 듯한 꽃과

옷의 기하학적 무늬가

금으로 도배된 화면의 비현실적인 느낌을 배가시킵니다.



*조각을 잘게 이어붙여 전체 그림을 표현하는 기법.









클림트의 작품은 대부분

이런 그림들이 많이 알려져서

일반적으로

그의 그림은 예쁘고 화려하다는 인식이 강하지만,





클림트, <베토벤 프리즈>



이렇게 아주 기괴하고 음침한
축축한 느낌을 주는 그림도
그의 작품세계 상당 부분을 차지합니다.



클림트, <여인의 세 시기>




이 포근한 그림도 사실 일부분인데 -
전체 그림은 이렇습니다.


클림트 하면 누구나
<키스> 같이 따뜻한 느낌의 작품을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그의 생과 예술세계 전반을 훑어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평생 어머니와 여동생들을 먹여 살려야 한다는
부담감으로 인해 클림트의 여성관은 비뚤어졌고

그에게 여성이란 두 가지 부류 -
요부/마녀 혹은 덧없음/죽음 으로 상징되었음이
그의 작품에서 드러납니다.








그리고 키스에도,

황홀한 황금빛 아름다움에서 조금만 눈을 돌리면

작품 전체의 분위기를 바꿔놓을 만한,

사소하지만 굉장히 영향력 있는 비밀이 숨어있습니다.


같이 볼까요.





여인의 발에 주목해 봅시다.


이 그림을 볼 때 우리는 주로

연인의 얼굴,

즉 그림의 위쪽과 전체적인 분위기에 취하는데요.


시선을 돌려 그림의 구석 아래를 보면

여인이 벼랑 바로 앞에

위태롭게 발 끝을 대고 있는 모양새죠.

그리고 발목에는 넝쿨이 감겨있습니다.


여인 발의 피부도 색이 칙칙한 것이,

그림의 전체적인 분위기와는 다르게

생기가 전혀 없어보입니다.


여인은 금방이라도 나락으로 떨어질 것만 같은데,

생각해보니 남성은 그녀에게 키스를 하고 있습니다.

절체절명의 순간에요.






여인의 얼굴도 옆으로 불편하게 꺾여있죠.

남자의 키스를 받고는 있지만

또 어떻게 보면 거부하는 것처럼도 보입니다.


말려 올라간 어깨와 바짝 세운 손가락들,

단호하게 다문 입술이

그녀의 긴장감과 불편함을 보여주는 듯 보입니다.


여인이 정말 남성의 키스를 반겼다면

남성과 얼굴을 마주하고

입술은 환희로 벌어졌어야 할 것입니다.


그림의 제목에 이끌려

두 남녀의 아름다운 입맞춤에 집중하던 때와 달리,

찬찬히 뜯어보니 전과 다르게 보이기도 합니다.









그림을 뜯어보고 나니 보통 얘기되는 것과 다르게 다가옵니다.


<키스>의 오른쪽 구석에

그림의 비밀이 숨어있듯,


마냥 아름다워 보이는 사랑에도

한켠에는 위태로움이 숨어있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것 같거든요.


물론 이 그림을

그저 아름답게 기억하고 싶은 분들도 계실 거예요.


그런 분들은 그 감정 그대로 가져가시면 됩니다.


설명을 듣고 나서 이 그림을 다시 봐도

고유의 황홀함은 여전하니까요.




글, 편집 | 김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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