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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달글 Sep 29. 2020

[Parapluie] 6010-100

직업적 글쓰기

글을 시작하며


당신이 알 수도 있고, 모를 수도 있고, 궁금해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 있지만, 필자는 어느 회계법인의 감사팀에서 일하고 있다. 감사(audit)의 목적은 회사의 재무제표가 중요성의 관점에서 왜곡되지 않았다는 합리적인 확신(assurance)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감사팀 구성원은 감사보고서상 의견(적정의견, 한정의견, 의견거절)을 뒷받침하기 위한 조서를 작성한다. 이번 달은 내게 가장 친숙한 형태인 조서를 하나 쓸 것이다. 당신에게 생소한 용어는 주기(*) 등을 통하여 부연설명을 할 것이니, 너무 겁먹지 말고 편안하게 읽기를 바란다.
 
오늘 예시로 들 조서는 매출에 대한 조서 일부이다. 향수 또는 립스틱과 같이 당신이 좋아하는 소비재를 파는 회사 중 하나를 떠올려보라. 그리고 당신은 이제 나와 함께 그 회사가 한 해동안 재화를 판매하고 인식한 매출액에 대하여 감사인이 어떻게 감사를 수행하는지를 본 조서를 통해 따라가 볼 것이다.
 
본론에 앞서 사족을 하나만 더 달겠다. 조서 작성의 제1원칙은 "조서를 읽고 어느 정도 숙련된 감사인이 해당 조서에서 수행한 절차를 재수행할 수 있을 정도"로 작성하는 것이다. 다르게 표현하자면, 나는 당신이 내가 한 절차를 아래 조서를 통해 어느 정도 상상할 수 있도록 써야 할 의무를 지닌다. 당신이 이 글을 읽은 후에 내가 하는 업무에 대하여 여전히 어리둥절한 상태라면, 댓글로 가감 없이 비판을 달아주길 바란다. 피드백은 달게 받겠다. 형편없는 조서의 책임은 감사인 지는 게 당연하지 않겠는가.


조서 ref 6010-100


조서에는 reference number가 붙는다. Reference number는 그냥 꼬리표라고 보면 된다. 재무제표 계정 간에는 서로 연관성을 지니기 때문에 조서를 작성할 때에는 보통 다른 조서의 내용을 참조하거나 다른 조서로 이동하도록 안내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때 refer from 또는 refer to를 쓰고 해당 조서 번호를 기재한다. 요즘은 감사 프로그램에서 조서를 작성할 때는 해당 조서의 하이퍼링크를 ctrl c+v 한다. 예전과 같이 조서 번호를 한 땀 한 땀 “6010-100” 등으로 수기로 기재하는 경우는 드물다.


회사명: ABC
FSL(*1): 매출
Prepared by: Parapluie, 2021-02-15
Reviewed by: TBD, 2021-02-28


(*1) FSLI는 financial statement line item, 즉 재무제표상 한 줄로 들어가는 계정명을 말한다.

조서에는 누가, 어떤 회사의 어떤 계정을 검토했고 언제 작성했는지를 기재한다.


특히 조서 담당자, 리뷰어, 작성일자 및 리뷰 일자 작성은 매우 중요하다. 향후 외부 또는 내부 감리를 받을 경우 책임의 귀속을 명확히 하기 위해서이다. 참고로, 감사보고서는 관련 이해관계자가 채권자, 주주, 금융기관 등 다수이다. 따라서 보고서가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되기 전까지 팀 내 상급자에 의한 조서 리뷰절차 외에도 심리실 및 공시팀의 리뷰절차가 수행된다.


모든 일에는 마감기한이 있기 마련이다. 조서 완료 일자는 감사보고서일을 넘길 수 없다. 만약 감사보고서일자 이후에 조서가 수정되었다면, 반드시 누가, 언제, 무슨 사유로 수정하였는지 충실하게 작성하여야 한다. 감사 프로그램에 각 조서의 작성일자, 리뷰 일자, 수정 일자 및 해당 업무를 수행한 ID 등에 대한 log가 남기 때문에 이에 대한 허위기재는 시스템상 불가능하다. 또한 감사 프로그램에는 감사보고서일을 기재하도록 되어 있으므로 해당 일자 이후의 수정 역시 log가 남아 추적이 가능하다.


1. 테스트 목적: 매출의 발생사실(E/O(*2)), 정확성(A(*3))


조서에는 감사인이 확인하고자 하는 경영진주장을 기재한다. 이 주장을 검증하는 것이 조서의 목적이 된다. 경영진주장이란 어떠한 계정에 대하여 회사가 주장한 성질을 말한다.


(*2) Existence/occurrence: 거래의 발생사실을 의미한다. 매출채권과 같이 잔액(stock) 개념의 재무상태표 계정보다는, 매출과 같이 거래 흐름(flow) 개념의 손익계산서 계정에 적용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본 조서의 경우 매출이 보고기간에 실제로 발생하였는지 여부를 확인하고자 하는 것이 목적이 되겠다. 보통 매출과 관련하여 거래처로부터 수령한 PO(purchase order: 발주서), 거래처 날인된 거래명세서 및 invoice와 같이, 어떠한 재화가 실제로 판매되었다는 외부증거를 수령하여 확인한다. 단 국내 회사들은 invoice 대신 월합 세금계산서를 발행하는데, 세금계산서 자체는 증거의 위조가 용이하며 세금계산서상 발행일과 회계기준서(IFRS)에서 인정하는 매출의 발생시점은 일치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세금계산서만으로는 매출의 발생사실에 대한 적절한 증빙이 될 수 없음을 유의하여야 한다. 참고로, 상대방 날인 없이 ERP에서 바로 출력 가능한 거래명세서, 회사 내부 품의 등은 내부증거라고 불리며 이는 증거력이 외부증거에 비하여 현저히 낮다. 외부증거의 보완 목적으로 내부증거를 활용할 수는 있으나, 내부증거만을 활용하여서는 안 된다.


(*3) Accuracy: 거래의 정확성을 의미한다. 매출이 발생한 것이 확인되었더라도 증빙에서 확인한 매출액이 100원인데 전표상 금액이 130원이라면 이는 정확성의 측면에서 재무제표에 왜곡표시가 있음을 의미한다. 매출은 과대계상 유인이 높은 계정이다. 따라서 반드시 정확성에 대한 검증이 수행되어야 한다.


이 외에도 기간귀속(cutoff), 완전성(completeness), 표시및공시(presentation and disclosure), 평가(value), 권리와의무(right and obligation) 등의 경영진주장이 있다. 계정의 성격에 따라 감사인이 확인하는 경영진주장은 다르다.


2. 테스트 방법:
당기 발생한 매출 원장을 징구하여 원장 일부를 샘플링 수행하여 관련 증빙과 대사함.


감사의 목적은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회사의 재무제표가 중요성(materiality)의 관점에서 왜곡되지 않았다는 합리적인 확신을 제공하는 것이다. 중요성에 대한 개념은 다음 예시로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자산규모 1조짜리 회사에 어떤 회계처리가 1백만 원 정도 오류가 있다면, 이는 중요한 오류라고 보기 어렵다(다만 그것이 횡령 등, 경영진에 의한 부정으로 인한 오류라면 해당 오류는 질적으로 중요해진다). 하지만 자산규모 10백만 원짜리 회사에 1백만 원 오류가 발생한다면 이는 중요한 오류이다.


중요성은 회사 규모 및 성격에 따라 그 금액이 달라지며, 중요성을 초과하여 재무제표의 왜곡표시가 발생할 경우 감사인은 의견변형을 고려하여야 한다.


이 중요성으로 인하여 감사인은 회사의 모든 거래에 대하여 전수로 테스트하지 않는다. 감사인은 샘플링을 수행하고 각 샘플과 관련 증빙을 대사하며, 이를 통해 모집단에 확신을 투영(project)한다. 샘플링 방법은 아래에서 서술하겠다.


3. 테스트 모집단:
당기 발생한 매출 원장 (2020.01.01-2020.12.31)


샘플링을 위해서는 샘플을 추출할 모집단이 필요하다. 어떤 모집단을 수령해야 하는지 알기 위해서는 회사의 재무보고 프로세스와 관련된 이해가 필요하다. 재무상태표 잔액 계정인 경우에는 거래처별 명세서 등 기말 잔액이 모집단이 될 것이나, 본 조서는 손익계정인 매출을 테스트하므로 테스트 기간(감사대상기간) 동안 발생한 매출원장을 모집단으로 삼는다.


4. 모집단의 완전성 검토:
당기 매출액 원장의 합계금액을 최종재무제표상 매출액과 대사하여 일치함을 확인함.

모집단을 수령하더라도 모집단에 하자가 있다면, 아무리 정교하게 샘플링을 하더라도 테스트 결과를 모집단에 투영할 수 없다. 모집단이 정말 전체를 반영하는지 여부를 완전성이라고 부른다. 감사인은 모집단의 완전성을 어떻게 검증하였는지 반드시 조서화하여야 한다. 매출과 같은 손익계정의 경우에는 매출원장의 합계액이 회사 제시 최종 재무제표상 손익계산서 매출액과 일치하는지 확인함으로써 모집단의 완전성에 대한 확신을 얻는다.


5. 샘플 단위:
회사의 매출은 출고 시점에 참조전표번호를 기준으로 전기되므로, 참조전표번호를 기준으로 샘플링 수행함.


매출원장 한 줄마다 하나의 증빙이 대응되면 얼마나 좋으랴. 하지만 원장상 확인되는 한 줄과 매출의 거래흐름에 따라 나오는 증빙상 금액은 다른 경우가 많다. 따라서 샘플링을 위해서는 매출이 어떻게 전기되는지에 대한 회사의 프로세스 및 회계정책에 대한 이해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조서의 단순화를 위하여 현재 우리가 감사하고 있는 회사는 거래처에 납품 시 재화에 대한 통제가 이전되어 회계기준서 제1115 호상 수익의 정의를 충족하며, 물류창고에서 재화가 출고될 때 자동으로 매출 전표가 ERP에서 전기된다고 가정하겠다. 1회의 출고 건마다 거래명세서가 생성되며, 하나의 거래명세서에 대응되는 꼬리표가 참조전표번호이다.


그러니까 고객이 PO를 통하여 주문을 하면, 회사는 가용재고를 확인한 후에 발주품목에 대한 출하지시를 한다. 출하요청된 품목은 거래명세서 단위로 묶여서 출고된다. 이때 물류시스템에 입력된 출고정보가 ERP에 전송되고, 해당 품목에 대한 매출이 원장에 기표된다. 재화가 고객에게 인도되면 고객은 인수하였다는 증거로 거래명세서에 서명하며, 이때부터 재화와 관련된 통제와 소유권은 고객에게 이전된다. 재화가 판매된 것이다.


위 거래는 이렇게 매출원장에서 확인된다:

소비재를 판매하는 회사에 대하여 거래명세서를 증빙으로 수령하는 경우는 도매점 또는 대리점에 납품하는 경우이다. 면세점/백화점/대형마트 등 위탁판매처를 통하여 최종소비자에게 납품하는 계약일 경우에는 매출을 인식하는 프로세스 및 수익인식시점이 상이하므로, 감사인이 확인하는 증빙도 다르다. 수출의 경우에도 B/L, 수출신고필증, CI/PI를 확인하는 등, 수출과 관련된 회사의 매출 프로세스가 다르므로 관련 매출증빙도 국내거래와 다르다. 혹시 해당 내용이 더 궁금하다면 댓글 질문은 언제든지 환영한다. 아는 것에 대하여 설명하는 것은 꽤나 즐거운 일이다.


6. 오류의 정의:
전표상 매출액 합계액이 회사제시 증빙(PO, 거래명세서, 및 invoice)과 불일치하거나, 증빙이 존재하지 않아 가공의 거래내역이 의심되는 경우. 또는 불일치사항이 존재하나 해당사항이 합리적으로 소명되지 아니할 경우.


조서에는 증빙과 샘플을 대사할 경우 감사인이 어떤 내용을 오류사항으로 파악할지 정의한다. 조서상 내용 자체가 부연설명이 필요가 없을 것 같아, 추가 설명은 생략한다.


7. 샘플링 수행: 감사인은 다음 기준에 따라 샘플링 수행함.
High value: 참조전표 건별로 1억 원을 상회하는 건
Risk: 당기 신규거래처 관련 거래 및 특수관계자에 대하여 발생한 거래
Unpredictability: 감사인 판단에 따라 임의의 5건을 추가 샘플링하여 테스트 수행함


샘플링 방법은 굉장히 다양하며, 감사인의 재량적인 영역에 속하는 편이다. 기본적으로 금액적 크기를 고려한 건, 감사인이 판단하기에 위험이 높은 거래유형, 그리고 그 외 임의적인 샘플링을 수행하도록 회사의 내부 가이드가 마련되어 있다. 그러나 해당 금액적 크기의 수준 및, 위험이 높은 거래유형에 대한 판단은 감사인이 수행한다.


샘플링을 수행한 후에는 해당 리스트를 회사 담당자에게 전달하여 증빙을 요청한다. 증빙 요청 메일은 보통 아래와 같이 작성한다:


안녕하세요 대리님, Parapluie입니다.

당기 매출과 관련하여 일부 건을 샘플링하였습니다.

첨부된 파일을 확인하시어 각 건에 대한 PO, 거래명세서(거래상대방 서명 필) 및 세금계산서를 전달 부탁드립니다.

증빙 준비하시면서 문의사항 있으시면 언제든지 연락 주세요~

감사합니다.
Parapluie 드림.


마지막 물결이 다소 가식적으로 보여도 어쩔 수 없다. Audit은 au(듣다)와 dit(말하다) 두 단어의 합성어이다. 회사가 말하면 감사인은 듣고 이를 문서화한다. 사람이 사람에게 요청하여 문서를 수령하여 확인한다. 두 사람의 소통창구인 메일과 전화는 유연하게 진행되어야 한다. 감사인이 검사도 아니고, 딱딱하고 포멀하기만 한 글은 소통효과가 낮아 결국 업무비효율을 초래한다.


8. 테스트 내역: 본 글에서는 생략.


테스트 내역은 일반적으로 표 형태로 문서화한다.

표의 좌측에는 감사인이 샘플링한 회사의 전표 내역이 기재되어 있고, 우측에는 감사인이 수령한 증빙의 고유번호(거래명세표상 번호 등) 및 증빙상 확인되는 매출일자 및 매출액이 문서화되어 회사제시 내역과 비교된다.


증빙상 확인되는 금액이 회사제시 매출액과 상이하거나, 거래일자가 상이한 경우에는 회사 담당자에게 차이내역에 대하여 인터뷰하고 관련 소명가능한 자료가 있는지 질문한다. 대부분 각 차이에는 각각의 사연이 있기 마련이다. 이에 대한 사연이 감사인 검토 결과 타당하다고 생각된다면, 회사와의 커뮤니케이션 내용 및 이와 관련하여 후속적으로 수령한 자료를 모두 조서화하면 된다.


조서화(documentation)라는 단어는 낯설지만 생각보다 쉬운 개념이다. 감사인이 누구와 이야기하여 뭘 확인했는지 조서에 구구절절 쓰는 것이 조서화이다. 필자가 예전에 어떤 차이를 소명하면서 쓴 내용을 보면 이해에 도움이 될 것 같아 첨부한다:

2020 년 2월 25일, 거래명세서상 금액과 전표상 금액이 상이하여 담당자인 금잔디 대리님 인터뷰 결과, 월말에 거래처와 단가를 재협상하여 소급적용함에 따라 거래명세서상 단가가 후속적으로 변경되었다는 답변을 득함. 이와 관련하여 감사인은 단가변경합의서 및 승인된 품의서(ref. 2019_02_1103)를 수령하였으며, 거래명세서상 각 품목별 수량에 후속적으로 변경된 단가를 곱한 결과값이 전표상 금액과 일치함을 확인함.


만약 위와 같이 개별 차이에 대한 사유를 검토한 후에도 회사가 제시한 후속증빙 등이 충분하지 않아 명백한 오류로 판단된다면, 해당 오류는 우선 집계해두자. 뒤에서 이와 관련하여 부연설명을 하겠다.


9. 테스트 결과:
회사 제시 증빙과 전표 대사 결과 특이사항 발견되지 아니함.


본 조서에서는 회사가 제공한 증빙과 원장상 매출액의 대사한 결과 오류사항이 없다고 가정했다. 이 경우 위와 같이 담백하게 결과를 기술하면 된다.


다만 오류가 발견되었다면, 이 오류와 관련하여 어떤 감사절차를 추가로 수행할 것인지 고민하여야 한다. 해당 오류가 발생한 사유를 파악하고, 이것이 만약 경영진에 의한 통제무력화 등, 회계부정이슈와 관련된 건인지 검토하여야 한다.


만약 회계부정이슈와 관련된 오류라면 매출 외에도 이와 관련된 계정에 걸쳐 감사절차전략을 다시 고려하여야 한다. 단순 인적 오류 등에 기인한 오류라면 이와 관련된 거래유형에 대하여 집중적으로 샘플링을 추가로 수행하여 테스트를 수행하는 방법을 고려한다.


이 과정에서 회사와 충분한 소통이 수행되어야 한다. 단순 실수로 인한 오류라면 회사가 수정사항을 제시하고, 감사인이 해당 수정사항을 검토하여 타당한지 여부를 확인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수정되지 않은 오류(미수정왜곡표시)가 있는 경우, 감사인은 오류금액을 모집단에 투영하는 과정을 수행하여야 한다. 만약 2,000원 중에 100원을 샘플링하고, 이 중 10원의 오류가 발견되었다면, 왜곡표시 투영 시 2,000원 중 200원에 오류가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이 200원이 중요성과 비교할 때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고민하여야 한다. 최종적인 미수정왜곡표시는 감사종결절차 시 집계되어 감사의견 형성 시 고려된다.


10. 잔여 항목에 대한 테스트 여부:
테스트하지 않은 항목의 합계액이 PM(*4)을 초과하므로, 감사인은 추가적으로 잔여 항목에 대한 추가 절차를 수행함.


(*4) Performance materiality: 위에서 말한 중요성은 크게 세 가지 층위로 구성된다. 이 중 테스트 시 고려하는 중요성을 수행중요성이라고 부른다. 감사기준서상 의미는 “재무제표의 미수정 왜곡표시와 미발견 왜곡표시의 합계가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중요성을 초과할 가능성을 적절히 낮은 수준으로 감소시키기 위한 중요성”이지만, 감사인이 테스트 시 판단하는 기준 중 하나 정도라고만 편하게 생각해두자.


감사인은 샘플링을 통하여 테스트를 수행하므로, 모집단에 대한 합리적인 확신을 얻기 위해서는 테스트하지 않은 잔여 항목을 고려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매출채권 등 잔액계정의 경우 테스트하지 않은 잔여 항목이 PM금액을 하회하도록 샘플링을 수행할 수 있지만, 손익계정은 거래금액이 훨씬 크므로 잔여항목을 PM금액 아래로 떨어뜨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에 대응하기 위하여 감사기준서는 잔여 항목에 대하여 임의 샘플링 등 추가 테스트를 수행하거나, 계정의 고유위험 등의 성격을 고려하여 테스트를 수행하지 않는 방법 등을 제시한다. 이와 관련된 감사인의 판단은 조서화되어야 한다.

본 조서에서 감사인은 잔여 항목에 대하여 추가적인 테스트를 수행하였으나, 이와 관련하여는 기술하지 않겠다.


11. 테스트 결론: 당기 발생 매출의 발생사실 및 정확성에 대하여 중요성의 관점에서 합리적인 확신을 득함


글에 기승전결이 있듯, 조서에도 기승전결이 있다. 이 중 결에 해당하는 내용이 테스트 결론이다. 테스트 결론에는 감사인이 해당 조서에서 명시한 테스트 수행한 결과 내린 결론을 작성한다. 결론 작성 시에는 “회사의 매출은 정확함” 등 절대적인 수준의 확신을 암시하는 내용을 기술하지 않는다. 감사 자체가 중요성의 관점에서 확신을 제공하는 업무이기 때문이다. 책임지지 못할 표현은 조서에 남겨두지 않는다.


글을 마무리하며


입사 후 가장 많이 듣는 말 중 하나는 “요즘 연말정산하느라 바쁘지?”로 시작하는 위로다. 하지만 사실 나도 연말정산을 법인 내 총무팀 및 인사팀에서 해주는 근로소득자이다. 그러나 감사라는 업무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생소하기에, 이런 어설픈 안부는 보통 악의 따윈 실오라기만큼도 없는 선의에 발로한다. 굳이 “나는 연말정산을 하느라 겨울에 야근을 하고 주말근무를 하는 것이 아니며, 사실 연말정산을 위해 직원들이 제출하는 영수증을 만져본 적도 없다”라고 반박하며 감사에 대해 논하는 것은 분위기만 어색하게 만들 뿐이다. 그러니 그냥 “연말정산은 아니지만… 바쁘죠 뭐”하고 허허, 하며 얼버무리는 것이 고작이자 최선 것이다. 이 글을 통해 당신이 내가 어떤 일을 하는지에 대해 조금이나마 이해했다면, 나는 내 목적을 충분히 달성했다.


읽기를 기능적으로만 해석하는 것은 그 자체가 주는 재미를 떨어뜨리지만, 그래도 글의 중요한 기능 중 하나는 대리경험을 통한 삶의 확장이라고 생각한다. 각자의 세계를 사는 개인이 타인이 사는 세계를 보기에는 그 사이에 놓인 담벼락이 너무나도 견고하고 높다.


어지간한 까치발로는 보기 어려운 그 담벼락 너머를 볼 수 있도록 놓인 플랫폼이 글인 셈이다. 나의 글을 통해 당신이 짧게나마 활자로 만든 플랫폼에 발을 디디고 나의 세계로 향하는, 당신의 담벼락 너머를 구경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나도 깥세계를 보여줄, 다른 글들을 이 곳에서 기다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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