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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위 Aug 12. 2023

늘 거기 있는 산에 오르는 이유

  갖혀있는 기분이 들었다. 새장 속에 갖힌 새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열심히 발버둥치고 있는 기분이었다. SNS에는 모두 자기 일을 사랑하고 열심히 살고 있는 사람들 뿐이다. 모두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하고 이렇게 저렇게 하면 돈을 많이 벌 수 있을 거라고 한다. 요즘 생각하는 이상적인 삶은 덕업일치인 거 같다. 


  나만의 길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일로서 자아실현을 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는 반박할 필요없이 현대사회에서 가장 현명하게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인 거 같기도 하다. 스스로도 하루 중 가장 많이 시간을 보내는 ‘일’과 자아를 함께 실현해야한다고 생각했다. 천직과 사명이 함께하는 사람들, 흔히 의사, 변호사, 교사, 예술가 등 이들은 자신의 소명에 집중하면서 길을 찾을 뿐만 아니라 의료, 정의, 예술같은 더 높은 선을 추구한다. 이런 가치를 추구하면서 자아의 일부를 희생하고 자아의 일부는 더 큰 선을 위한 전체 속으로 녹아 들어간다. 난 이런 사람들을 부러워했고 그렇게 되고 싶었다. 그래서 몰입하는 사람들처럼 되고 싶었다.


  좋아하는 일을 찾으면 행복할 줄 알았다. 내가 말하는 행복이란 위에서 말한 것처럼 어떤 높은 선을 향해 앞으로 나아가는 여정이다. 이 여정은 아무것도 모르고 방황했던 이전과는 다를 줄 알았다. 마음에 와닿는, 하지 않으면 안될 거 같은 분야의 일을 시작했다. 하지만 시작의 길에는 여전히 ‘이전과는 다른’ 행복의 길은 없었다. 또 다른 질문과 모호함 투성이었다. 열심히 일하면서 회사가 끝나면 요가를 하고 책을 읽고 독서모임에 참여했고 습관적으로 글을 썼다. 또 주말이 되면 금요일 저녁부터 그 누구보다 열심히 놀았다. 빼곡히 채워진 스케줄 이후에는 새로운 실존적 공허함이 찾아왔다.


  걸으면서 생각했다. 순수하게 산발적으로 발생하는 생각들에 집중해보기로 했다. 그러다 나라는 사람을 다시 정의해야함을 느꼈다. 나는 낯선 것을 잘 받아들이는 사람이다. 포용력이 넓고 흡수력이 좋다. 여전히 글쓰는 것을 좋아한다. 순간 나에 대한 인식이 더 명확해짐을 느꼈다. 경험이 생기고 시간이 지나니 나에 대해 알았다고 생각했던 사실들이 더 생경하게 다가온다. 충분히 알았다고 생각했던 나의 오만함이었다. 


  1시간… 2시간… 계속 길을 걷다보면 마주하는 우연성에 해답을 찾곤했다. 걸으면서 무의식적으로 떠오르는 생각과 추억들, 마주하는 풍경, 그때 찾게 되는 음악과 책, 영상들… 오늘은 걸으면서 우연히 들어간 카페에서 ‘오늘의 답’을 찾을 거 같다. 인생의 답은 없어도 오늘의 답은 있겠지. 카페 창문에 빈자리가 눈에 띄었다. 카페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큰 책장에 취향을 자극하는 책들이 놓여있었다. 철학과 예술을 주제로한 인문학 서적, 디자인, 약간의 자기계발서 그리고 파리에 관한 책까지 말이다. 그 중 내가 구독하고 있는 계간지가 있었다. 구독하기 전에 발간된 잡지 중 특히 읽고 싶었던 호와 요즘 내 물음인 목표에 관한 호가 있어 그 잡지를 집어 자리에 앉았다. 제목은 부조리한 삶 속에서 목표를 갖는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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