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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기억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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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영 Apr 15. 2023

청소해 주는 엄마

  오늘도 엄마는 내 방을 청소해 준다. 워낙 어질러 있는 방을 엄마는 정리해주고 싶은 마음이 드나 보다. 청소를 해준다 라는 말에서 보면 알다시피 우리 엄마는 어릴 적부터 집안일을 시키지 않았다. 엄마가 항상 하던 말이 있었다. ‘나중에 고생하지 마’ 성인이 되어서는 그런 엄마의 교육 방법이 주체성을 만드는데 방해가 된다고 생각했다. 그때부터 내 물건과 방을 청소하지 말라고 성을 냈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여전히 난 정리를 못한다. 방 안에 나만의 규칙만 있을 뿐이다. 그 사이 엄마를 미워한 적이 있었다. 엄마가 주기만 했던 사랑은 집착이 됐다. 둥지를 벗어나고 싶었던 나는 엄마의 사랑을 본채 만채 했다. 청소를 해준다고 하면 하지 마, 반찬을 준다고 하면 싫어, 안 먹어.


  2023년 3월 봄이 찾아오고, 엄마와 나 사이에도 봄이 왔다. 엄마는 여전히 틈만 나면 내 방을 청소하려고 기회를 엿본다. 마치 즐거운 행위를 하는 듯이 오늘도 엄마는 청소해 주고 갈게라고 한다. 지금의 나는 그래라고 대답한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우왕좌왕 이제는 엄마의 청소를 도와준다. 엄마와 내가 방을 함께 청소한다. 옷장에서 이것저것 빼고 다시 걸길 반복하면 나는 옷걸이를 치우고 청소기를 돌리며 모녀 합동 작전으로 청소를 한다. 그러다 잠시 침대에 누웠다.


  어릴 적 엄마가 나를 대신하는 일은 ‘나’에 대한 상실이었다. 선택권을 뺏긴 나는 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과거 엄마는 완벽한 선이었고 완벽한 악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이제는 엄마가 한 여자로, 한 사람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엄마는 청소를 마무리하려 바닥을 걸레로 닦고 있었다. 나는 그 모습을 빤히 바라봤다. 굵었던 주름 선은 더 굵어졌고 그 주변에는 얇은 주름이 여러 갈래 더 생겼다. 축 처진 얼굴 살과 통통해진 몸은 꽤 귀엽다. 아휴 먼지 봐하면서 바닥을 구석구석 닦는 그녀에게서 사랑이 느껴진다. 가슴이 몽글몽글 해졌다. 내 얼굴에는 은은하게 웃음이 지어졌다. 내가 엄마를 이렇게 바라보며 웃었던 적이 있던가. 태어나고 30년이 지나고 나서야 30년 동안 엄마가 내게 준 사랑의 감정이 슬며시 느껴진다.


  청소해 주는 엄마. 엄마는 내 방을 청소를 해주면서 살아있음을 느낀다. 자신은 아직 쓸모 있다고. 엄마는 자기 자신으로 살아온 시간보다 누군가의 엄마로 살아온 시간이 많았다. 엄마는 제대로 사랑을 받아본 적 없어, 자식에게 주는 사랑을 못 할까 그동안 열심히 사랑을 주었던 것이다. 그것이 자신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가끔 나는 생각한다. 누군가 하는 행동은 자신이 받고 싶은 행동이라고. 이제는 내가 사랑을 주어야지. 그리고 조금은 엄마의 사랑을 있는 그대로 받아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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