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참 내 마음대로 되는 거 하나 없다. 야속하게도 29살이 돼서야 이 사실을 깨달았다. 몇 번의 큰 슬픔이 지나고 드디어 평안을 찾은 줄 알았다. 나름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의지를 붙잡고 더 나아질 거라며 지친 몸과 마음을 이끌었다. 하지만 슬프게도 인생은 맘대로 되는 게 하나 없었다. 간신히 붙잡은 마음이 타의에 의해서 무너져 내렸다. 가장 믿었던 사람에게 느끼는 배신감은 감정을 느낄 틈새도 만들지 않고 눈가에 눈물을 만들어 냈다. 눈물이 와르르 쏟아졌다. 무조건적인 믿음이 만든 일말의 희망마저 놓게 만들었다.
작은 안식처가 필요했다. 집 안에 굴러다니는 요가 매트를 폈다. 옛날에 얼핏 배웠던 수리야나마스카라(태양경배자세)를 반복했다. 어설펐지만 기억이 나는 데로, 아무 생각하지 않고 계속했다. 그때 그 행위를 한 이유는 알 수 없다. 복잡한 생각과 슬픈 마음을 멈추고 싶었다. 우주를 향해 기도하는 듯도 했다. 누군가 이 마음 거두어 가주길 바랐다. 1시간 동안 매트 위에서 계속 움직였다. 마음의 울음이 멈출 때까지. 그동안 고통을 이겨내려 애썼고 벗어났다고 생각했지만 슬픔이나 고통 따위는 언제든지 찾아올 수 있는 거였다. 피하고 이겨내려 하면 할수록 자신은 어떤 늪에서 계속 헤엄치고, 간신히 빠져나왔더라도 밖의 상황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굳은 마음을 휘두른다. 누군가의 죽음, 누군가의 배신, 누군가의 아픔, 누군가의 질투, 누군가의 날카로움으로 나는 휘둘렸다.
요가를 끝마치고 매트 위에 누웠을 때, 그때만큼은 평화로웠다. 작은 매트 세계 안에서 나는 편히 쉴 수 있었다. 마음의 슬픔을 움직임에 흘려보냈다. 살면서 참 다양한 문제를 맞이한다. 그런 낯섦을 맞이할 때마다 흔들린다. 지금까지는 흔들림에 금방이라도 부서질 듯이 연약해졌다. 하지만 요가를 하고 나서는 흔들리지만 작은 심지를 가진 사람이 됐다. 고통을 느끼지만 흡수하고 승화시키는 시간이 짧아졌다. 이런 경험을 통해서 요가는 인생에 일부가 됐다. 단순한 움직임과 고요함에 대한 인상은 중독적이고 들숨과 날숨은 현재에 집중할 수 있게 해 줬다.
요가를 하겠다고 마음먹고 3군데 정도 원데이 클래스를 하고 난 뒤, 지금의 요가원을 등록했다. 매트 안에서 그리고 요가원이라는 공간 안에서 나를 달랬고 나와 싸웠다. 지난 1년 동안 카페 알바를 하며 요가를 했다. 덕분에 새로운 삶의 자세를 만들어 가고 있다. 앞으로 요가는 인생과 함께 할 거 같다. 지금 생각해 보면 지난 1년은 절대 잊지 못할 시간이다. 인생에 진짜 멈춤을 행동으로 실천했고 그동안 살아오면서 선택해 가지고 있던 모든 허물을 내려놓았다. 온전한 나를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놓지 않기를, 끊임없이 싸우기를. 그때 그 시간을 잊지 않기를. 어느 순간 다시 그때처럼 요가에 집중할 날을 맞이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