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경험한 IB 프로그램
제가 경험한 IB 프로그램인 PYP, MYP, IBDP에 대한 이야기를 에피소드 형식으로 풀어보고자 합니다.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내가 아이들을 IB 프로그램으로 12년 이상 교육 시키며 학부형으로 느낀 점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사실 우리 아이들 학교가 미국식 교육을 베이스로 둔 IB 프로그램 학교이기 때문에 처음에는 이게 미국식 교육인지 IB 교육인지 학부형으로 구분하기가 어려웠다.
미국식 학교의 분위기는 자유롭다. 이전 포스팅에도 한번 이야기한 적이 있지만 초등교육의 목적은 학업이라기보다는 사회성 발달과 독립성 발달에 그 목적성을 두는 것 같아 보인다.
학부형 참여도가 많은 초등교육 때는 참 학교에 자주 갔었던 것 같다. 아이들이 어떤 식으로 공부를 하고 어울리는지 눈앞에서 볼 일이 많다 보니 자연스럽게 우리의 교육과정과 비교가 되었다.
사실 첫 아이 때는 정신이 없어서 뭐가 뭔지 잘 몰랐고 둘째 아이가 초등학생이 되니 마음의 여유가 생겨 모든 것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둘째 아이가 1학년때의 일이다. 방학이 막 지나고 시작된 수업에서 선생님은 바닥에 아이들과 둘러앉아 방학을 뭐 하며 보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우리 학교에서 저학년 아이들은 카펫에 둘러앉아 서로 앉아 이야기하는 시간이 있다. 우리 시대의 조회시간 정도로 이해하면 되겠다.
아이들이 저마다 손을 들고 무엇을 했는지 이야기를 시작했고 둘째 아이도 손을 번쩍 들었다. 무슨 이야기를 하려나 엄마로서 호기심 있게 듣고 있었는데 아이는 오늘의 주제인 "방학 동안 무엇을 했느냐" 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이야기를 시작한다. 푸훕, 엄마인 나는 적잖이 당황했다. 다른 아이들과는 다르게 엉뚱한 이야기를 시작하는 둘째 아이에게 선생님은 흥미로운 눈빛으로 아이를 쳐다보며 "그거 참 재미있는 이야기구나" 라면서 둘째 아이의 이야기를 끝까지 경청해주었다. 둘째 아이가 엉뚱한 이야기를 하는 도중에도 누구 하나 주제에 맞지 않는 이야기라며 눈치를 주는 아이는 없었다. 모두가 그냥 서로의 잡소리에 귀를 기울여 주었을 뿐.
그것을 보면서 느꼈다. 아.... 선생님이 원하는 건 오늘의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닌 자신의 생각을 입이라는 도구를 이용해 표현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중이구나.
IB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critical thinking (비판적 사고)와 Creativity (창의성)의 기초를 이렇게 아주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가르친다는 걸 후에 두 아이가 중고등 학생이 되고서야 깨달았다.
다른 학교에 아이를 보내는 학부형이나 아이들이 우리 학교를 바라보는 시선은 제각각이다. 모든 학교는 장단점이 분명하고 나의 아이의 성향에 따라 "좋은 학교"는 다 다를 수 있다. 그러나 한 가지 모든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은 "그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은 말을 잘해요"라고 한다. 그 말이라는 건 단순히 영어를 잘한다는 개념을 넘어서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이야기할 줄 아는 일종의 스킬이라는 것을 나는 안다.
참으로 부러운 스킬이 아닐 수 없다. 주입식 교육을 받고 자란 나는 영어를 할 줄 알지만 여전히 외국엄마들 사이에서 꿀먹은 벙어리가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머리속의 복잡한 나의 생각을 어떻게 말이라는 도구로 표현해 내는지 그 스킬을 아직 터득하지 못한 나는 여전히 단답형의 대답과 단순한 문장으로 이루어어진 대화를 할 뿐이다. 진정한 language Barrier는 영어를 못해서가 아니라 내생각을 표현할 줄 모르기 때문이라는걸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