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경험한 IB 프로그램
첫 아이가 작년 8월부터 IBDP를 시작했다. Full IB를 처음 시작했다가도 너무 어려워 드롭하는 일도 많다는데 울 딸은 10학년때 과목 선정할 때만 나에게 의견을 구했을 뿐 혼자서 모든 걸 해내는 중이다.
11학년 2학기가 어느덧 반을 지났다. 이제부터 대학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물론 10학년 말 IBDP 과목선정을 할 때 어느 나라 어느 수준의 어느 대학의 어느 전공 정도를 브리프 하게 정해야 과목 선정에 유리하지만 11학년 2학기가 되면 구체적인 리서치가 필요하다. 예를 들면 원서 내는 시기, 대략적 점수, 대학특성 등등.
독립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미국식 국제학교에서 12년을 공부해서 인지, 아이의 타고난 성향도 있겠지만 지금껏 모든 걸 혼자 플랜하고 이끌어온 딸내미가 한편으로는 자랑스럽고 한편으로는 짠하다.
사실 IB 교육과는 거리가 먼 교육을 받고 자란 나는 사실 아이가 5학년쯤 되었을 때 손을 놓았다. 하하. 알려줄 수 있는 게 없었다. 공부 방식이 너무 다르기 때문에 도와주겠다고 나섰다가 오히려 아이에게 되묻게 되는 민망한 상황이 그때쯤 시작된다.
11학년이 될 때까지 학원은커녕 과외도 받지 않았다. 불안했냐고? 사실 첫 아이다 보니 1-2학년 때는 불안하기도 했으나 꾹 참았다. 아이가 MYP를 시작할 나이가 되자 공부하는 법을 터득한 듯했다.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혹시나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얘기해. 엄마가 과외 선생님을 찾아 줄수도 있어"가 전부였다.
초등학교 까지는 많이 놀고, 친구도 많이 사귀고, 운동도 많이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 나는 몸으로 배우는 거에는 꽤나 열성적으로 아이들을 보냈던 것 같다. 공부는 우선순위가 아니었다. 하고 싶으면 하고, 아니라면 일단 놀아라.
IB 라서가 아니라 공부는 사실 고등학교 때부터가 진짜다. 초등학교 때부터 너무 푸시하면 번아웃이 올 것 같았다. 공부를 할 놈이면 중학교 때 의지를 보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인생을 살아보니 학교 다닐 때 1등을 놓쳐본 적이 없다는 남편보다 공부에는 관심도 없었던 누군가가 더 성공한 경우가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공부만 잘하면 개천에서 용이 나던 우리 시대 사람들도 그러한데 하물며 아이들 세대는 더 하지 않겠는가?
대신 공부하는 학원은 보내지 않았지만 수영, 테니스, 축구, 발레, 터치럭비, 농구, 배구, 배드민턴을 포함한 학교에서 제공하는 모든 after school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스키를 가리키겠다는 집념으로 매 겨울 한국을 방문했다. 운동선수로 키우겠다는 건 아니었다. 오해 마시길 ㅎㅎ 단지 몸으로 배우는 건 어려서 배울수록 가성비가 좋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그리고 체력을 빌드업 시키고자 했다. 여기 국제학교에서는 고등학교에 가서 운동을 잘하는 아이가 공부도 잘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처음에는 타고난 유전자의 우월성인가 싶었지만 몸으로 운동을 하면서 인내심을 배우고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는 법을 배우는 게 결국 공부에도 도움이 되는 것이다.
아이가 미들에 들어가고 나서는 사실 손을 놨다 ㅎㅎ 작은 아이는 남자아이라 중학교에 가서도 운동을 많이 하긴 했는데 큰 아이는 미들에 들어가고 나서는 코로나가 오기도 했고 또 본인이 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 이상 푸시하지 않았다.
그때 딸아이는 친구랑 놀러 다니는데 한창 재미를 붙였던 것 같다. 공부에 욕심을 내기 시작한 건 9학년쯤부터로 기억한다. 10학년때는 진로를 어느 정도 결정했다.
나는 아이의 성적이 내 인생의 성적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 인생과 아이의 인생을 지나치게 결부시키지도 않는다.
나는 아이가 자신의 인생을 본인 의지대로 설계해 나가길 원하기에 되도록이면 관여하지 않으려 한다.
내가 해줄 수 있는 최대한의 정서적 물리적 경제적 서포트를 해주지만 내 인생을 희생하면서 까지는 아니다. 어떤 양육의 방식이 맞는 것인지는 모른다. 그저 나의 방식에 충실할 뿐이다. 나의 육아방식은 한마디로 아이의 인생을 뒤에서 밀어주되 앞에서 끌고 가고는 말자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