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몽여사 Mar 18. 2024

때때로 무너지지만 잘 살고 있다고

40춘기

딸아이가 입시생이다.


해외에서 국제학교에 다니고 있는 딸은 두 달 후면 졸업을 한다. 그리고 졸업을 하면 다른 나라에 가서 대학을 다닐 예정이다.


딸내미와 헤어질 생각에 센티해지는 걸까? 아니면 그냥 갱년기가 오는 걸까?

이놈에 호르몬과의 전쟁은 언제나 끝이 날까?


오늘 딸내미와 한바탕 했다.

웬만해서는 잔소리를 하지 않고 입시생이라는 명목하에 참고 넘어가는 일이 다반사였는데 오늘은 할 말은 해야겠다 싶었다.


하지만 결국 하고 싶은 말을 다 하지도 못했는데 내가 먼저 눈물을 터트리고 말았다. 우리 둘 중 사랑을 갈구하는 십 대 소녀 같은 건 딸이 아닌 내 모습이었다. 창피했다.


"저 정도면 참 잘 키웠지. 독립적이고 자기 생각이 뚜렷하고, 마음가짐이 건강한 아이들" 엄마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낸 내가 자랑스럽고 참 잘했어요 라며 스스로의 어깨를 토닥거리던 게 엊그제 같은데 오늘은 또 정반대의 세상에 놓인 기분이다.


우리 세대 사람들은 참 감정을 이야기하는데 서툴다. 내가 느낀 감정이 섭섭함인지, 불안함인지, 궁금함인지 잘 구분하지 못한다. 40년을 넘게 살았지만 여전히 내 감정을 오롯이 말이라는 도구로 담아내는데 서툴고 그 시도는 번번이 실패하고 만다. 머릿속에 감정의 색깔이 정리되지 않으니 나오는 말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그러니 대화는 번번이 끝맺음이 없는 찝찝함으로 남는다.


40춘기다. 사춘기보다 더한 40춘기를 보내는 중이다.

인생의 반을 살았지만 여전히 분명한 건 하나도 없다.

아이들이 나이를 먹으면서 엄마로서의 역할도 변화가 생기고 그래서 늘 처음이다.

아기엄마, 초등생 엄마, 중고딩 엄마, 입시생 엄마, 대학생 엄마.... 끝도 없는 과제 속에 무엇이 정답인지 모르고 헤매는 열등생 같은 기분이다.


잘 살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무너진다. 생각보다 꽤 자주.


아니, 때때로 무너지지만 잘 살고 있다고 해두자.

잘 할수 있다고 어깨를 토닥이고 내일도 잘 살아내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현타와 메타인지 사이 그 어디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