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공휴일은 축제다

달력 위에 피어난 색과 빛, 그리고 사람

by 형형색색

한국에서 공휴일은 ‘쉴 수 있어서 반가운 날’이다.

하지만 인도에서의 공휴일은 조금 다르다.

그건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거리 전체가 들썩이는 축제,

온 마을이 한 사람처럼 살아 움직이는 생생한 공동체의 시간이다.

그 나라의 진짜 얼굴은, 어쩌면 공휴일에 드러난다.

나는 인도에 머무는 동안, 세 번의 아주 다른 공휴일을 경험했다.

색의 축제 ‘홀리’,

빛의 축제 ‘디왈리’,

그리고 신이 거리를 걷는 날 ‘간파티’.

그 세 날은 내게 인도의 감정, 신앙, 그리고 사람들에 대한 가장 깊은 교과서였다.


홀리(Holi) – 색으로 웃고, 색으로 용서하는 날

처음 경험한 홀리는 마치 꿈처럼 시작됐다.

이른 아침, 거리로 나서자 사람들 손에 무지갯빛 가루가 들려 있었다.

피부색도, 옷 색도, 심지어 얼굴 표정까지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색이 모든 것을 덮고, 다시 태어나게 하는 하루.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서로의 얼굴에 색을 칠하고

“Happy Holi!”를 외치며 웃는다.

물총에 물감을 타서 뿌리고,

전혀 모르는 이에게도 얼굴에 가루를 뿌린다.

그 순간 만큼은

모든 미움, 서운함, 신분, 거리감이 색 아래에서 지워진다.

친구가 내게 말했다.

“홀리는 그냥 장난이 아니야.

이건 한 해의 감정을 씻어내고, 새로운 관계를 시작하는 날이야.”

나는 그 말이 마음에 오래 남았다.

그날은 색으로 싸우고, 색으로 사과하며,

진심으로 다시 웃을 수 있는 용서의 날이었다.


디왈리(Diwali) – 빛으로 집을 비우고, 마음을 채우는 날

디왈리는 힌두력으로 가장 어두운 날,

어둠 속에 빛을 초대하는 축제다.

한 달 전부터 집집마다 대청소가 시작되고,

시장에는 전등과 초롱, 기름등불인 '디야'가 쌓인다.

그날 밤, 사방에서 불꽃놀이가 터지고,

하늘은 마치 사람들이 빛으로 쓴 편지처럼 밝아진다.

하지만 디왈리의 진짜 핵심은,

바로 신을 맞이할 준비다.

락슈미 여신이 청결하고 정돈된 공간을 찾기 때문에

집 안 구석까지 반짝이게 청소하고,

대문 앞에는 쌀가루로 만든 아름다운 '랑골리'를 그린다.

그 위로 신이 걸어 들어오길 바라며,

가족 모두가 초를 켜고 기도를 올린다.

그날 밤, 나는 한 가정의 거실에서 초를 하나씩 켜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이 빛은 내가 켜는 게 아니라, 나를 채우는 빛이구나.”


간파티(Ganpati) – 신이 진짜 거리로 내려오는 날

간파티는 코끼리 머리를 한 신, 가네샤(Ganesh)를 위한 축제다.

가네샤는 시작과 장애물 제거의 신으로,

모든 일의 시작을 그에게 맡긴다.

축제는 무려 10일 동안 이어진다.

각 마을, 학교, 회사마다

가네샤 신상을 모셔와 사원처럼 꾸며두고,

매일 꽃을 바치고, 노래와 춤으로 경배한다.

그리고 마지막 날,

신상을 강이나 바다에 띄워 보내는 ‘비사르잔’이 열린다.

수천 명이 행진을 하며

“Ganpati Bappa Morya!”를 외치고,

북소리와 함께 신이 거리 한복판을 지나간다.

나는 그 장면을 보며

인도인들에게 신은 단지 경배의 대상이 아니라

함께 걷고, 함께 살아주는 존재임을 느꼈다.

간파티의 마지막 날은,

모두가 '작별 인사'를 하며 눈물을 글썽인다.

"올해도 와줘서 고마워요.

내년에도 꼭 다시 와요."


세 날이 알려준 것 – ‘공휴일’은 삶의 언어다

인도에서 공휴일은

달력의 붉은 숫자가 아니라,

공기 중의 온기, 사람들 얼굴의 표정, 가족이 되는 시간이다.

홀리에서는 색으로 감정을 덮고,

디왈리에서는 빛으로 어둠을 몰아내고,

간파티에서는 신과 함께 거리를 걷는다.

이 세 날을 경험한 뒤,

나는 인도 사람들의 삶이

어쩌면 축제 그 자체일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게 되었다.

“인도에서는 쉰다는 건, 함께 웃고, 함께 노래하고,

함께 기억에 남는 하루를 만든다는 뜻이다.”

공휴일조차 사람을 더 가깝게 하는 나라,

그게 내가 사랑한 인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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