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다른 흐름
델리에서 기차를 타고, 다시 지프를 몇 시간 달린 후
가장 마지막엔 걷는 수밖에 없었다.
히말라야 산자락, 북인도 우타락핸드 주에 자리한 한 마을.
이곳엔 도로도 없고, 가게도 없고, 시간도 ‘없었다’.
처음 도착했을 땐 시계를 몇 번이나 확인했다.
"왜 이렇게 하루가 안 가지?"
그런데 이틀째 되던 날엔 문득,
"이렇게 하루가 많을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 5시 반.
해가 산등성이를 넘어오기 전,
마을 사람들은 이미 일어나 있었다.
닭이 울기도 전에 여자는 아궁이에 불을 지피고,
남자는 염소와 함께 언덕 너머로 사라졌다.
아이들은 나뭇가지를 모아오고,
나는 머뭇거리며 그들의 시간에 발끝을 담갔다.
이곳에선 ‘기다림’이 너무 자연스러웠다.
물은 산 아래서 퍼 와야 했고,
빵은 직접 반죽해야 했고,
전기는 매일 들어왔다 나갔다 했다.
누구도 재촉하지 않고,
누구도 불평하지 않았다.
대신 '하늘이 오늘은 어떤지'를 보고 움직였고,
'저 산 넘어 연기가 나면 누가 아프구나'를 짐작했다.
시간이란 건 시계가 아니라, 몸과 자연이 알려주는 거였다.
점심 무렵, 나는 다라(dhara)라 불리는
작은 계곡 물줄기 옆에 앉아 있었다.
흐르는 물 소리, 염소 방울 소리,
그리고 아주 먼 데서 들려오는 북소리.
사람이 드문 마을인데도 외롭지 않았다.
오히려 도시보다 사람이 '가깝다'고 느꼈다.
마지막 날 아침, 숙소 할머니가 내게 물었다.
“다시 올 거지?”
그 말은, “다음엔 뭘 기대할지 알고 오겠지?”란 의미였다.
다음엔 덜 조급하게, 덜 쫓기듯 걷고 싶었다.
산이 뿜는 안개 속에 그대로 서 있어도 되는, 그런 시간.
히말라야 마을에서의 3일은
내가 ‘무언가 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을 처음 배운 시간이었다.
길게 이어진 정적 속에서도 모든 게 살아 있었고,
내 마음은 조용히 제자리로 돌아오고 있었다.
그때 처음 알았다.
어쩌면 우리가 바쁘게 흘려보낸 날들 속에서
정말 잃어버린 건,
속도보다도 ‘느껴지는 하루’였다는 걸.
그래서 지금도 가끔은 생각한다.
그 마을의 이름 없는 바람과,
그곳의 느긋한 오후를.
그리고 그 3일의 시간이 내 안에 남긴,
아주 오랜 여운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