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손맛, 그리고 존중
“숟가락 필요해요?”
인도 식당에 처음 갔을 때 직원이 내게 조심스레 물었다.
나는 얼떨결에 “네”라고 대답했지만, 그 순간 내 마음속엔 작은 물음이 하나 피어올랐다.
왜 인도 사람들은 손으로 먹을까?
그저 도구가 없어서일까? 아니면 그게 더 편해서?
하지만 인도에 오래 머물며 알게 된 건,
손으로 먹는 행위는 단순한 편리함이 아니라 '철학'이자 '존중'이라는 것이었다.
인도 사람들은 오른손으로 음식을 먹는다.
엄지와 세 손가락을 사용해 밥을 적당히 모으고, 커리나 달(콩수프)을 섞은 다음, 손끝으로 입에 옮긴다.
익숙하지 않은 내가 보기엔 처음엔 조금 불편해 보였지만,
그 손놀림 안엔 기술, 정성, 그리고 습관의 연속성이 담겨 있었다.
어느 날, 현지 친구가 내게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손으로 먹어야 진짜 음식을 느낄 수 있어요. 손끝으로 온기를 느끼고, 질감을 확인하고, 그다음에 입으로 가져가니까요.”
그 말은 단순히 감성적인 표현이 아니었다.
몸으로 음식을 체험하고, 음식과 나 사이의 거리를 좁히는 일이었다.
인도에서 '손맛'이라는 말은 실제로 손으로 요리하고, 손으로 먹는 데서 나온다.
엄마가 반죽한 차파티, 할머니가 직접 빻은 향신료, 손끝으로 만든 모양 그대로 튀긴 사모사.
이 모든 음식엔 기계가 대신할 수 없는 ‘체온’이 깃들어 있다.
한국에서처럼 ‘손맛’이라는 표현은 곧 ‘정성’을 의미한다.
그 정성이 마지막으로 완성되는 순간이 바로, 손으로 먹는 그 행위일 것이다.
누군가의 손으로 만들어진 음식을, 또다시 손으로 받아들이는 순간,
그건 단순한 섭취가 아니라 관계의 완성이었다.
식사 전 손을 씻는 행위는 단순한 위생을 넘어서, 인도에선 하나의 의식이다.
길거리 음식점에서도, 가정집에서도, 손을 씻을 수 있는 공간은 꼭 마련돼 있다.
왼손은 불결한 손으로 여겨지기에,
음식을 먹을 땐 반드시 오른손만 사용한다.
이는 힌두 문화 속 ‘청결’과 ‘존중’의 개념과도 연결된다.
어떤 이들은 손으로 밥을 집어들기 전,
두 손을 모아 짧은 기도를 올리기도 한다.
“이 음식이 내게 오는 데 얼마나 많은 손이 닿았을까”를 생각하며,
그 감사의 마음으로 식사를 시작한다.
한국에서 우리는 젓가락과 숟가락으로 익숙하게 먹는다.
그건 물론 편리하고 위생적이며, 누구에게나 익숙한 방식이다.
하지만 손으로 먹는 인도인의 모습을 오래 지켜보면서,
나는 문득 우리가 음식과 너무 멀리 떨어져 있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수저는 음식을 ‘집는 도구’이지만,
손은 음식을 ‘감싸는 행위’다.
뜨거운 커리의 열기를 손끝으로 살짝 느끼고,
밥알의 끈기를 조절하며, 그걸 입에 넣을 때
나는 지금 이 음식과 직접 연결돼 있다는 실감이 든다.
인도에서는 손으로 먹는 걸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랑스러워하고, 누군가가 도구를 쓰면
“그건 진짜 맛을 모르는 거야”라며 웃는다.
그 웃음은 결코 조롱이 아니라,
자기 삶의 방식에 대한 자부심이다.
도구 없이도 충분하다는 것,
있는 그대로의 삶을 그대로 마주하고,
그걸 손으로 감싸 안을 수 있다는 것.
손으로 음식을 먹는 그 장면을 곁에서 지켜볼 때마다,
나는 그들에게서 삶의 본질을 바로 접촉하는 사람들이라는 인상을 받는다.
처음엔 익숙하지 않아 손가락 사이로 커리가 흐르기도 했고,
밥알을 모아 입으로 넣는 데 시간이 걸리기도 했다.
하지만 몇 번이고 따라하다 보니, 어느새 나도 손으로 먹는 감각을 알게 됐다.
밥이 식었는지, 아직 뜨거운지
커리가 얼마나 걸쭉한지, 차파티가 얼마나 부드러운지
모든 걸 손끝이 먼저 말해주는 식사는
생각보다 훨씬 깊고 따뜻했다.
인도에서 나는 음식을 대하는 방식,
그리고 그보다 더 중요한 ‘사람을 대하는 방식’을 배웠다.
손으로 먹는다는 건 단지 음식의 선택이 아니라,
사람과 음식 사이의 거리, 사람과 삶 사이의 거리를 좁히는 일이었다.
그 속에는 예절이 있고, 사랑이 있고,
무언의 철학이 있고, 무엇보다 따뜻한 ‘손맛’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