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인의 결혼식

다섯 날의 축제, 삶의 전환점

by 형형색색

인도에서 처음으로 결혼식에 초대받았을 때, 나는 단단히 착각하고 있었다.

‘결혼식이니까 하루면 끝나겠지.’

하지만 그건 시작에 불과했다.


초대장은 무려 5일짜리 일정표였고,

매일매일 드레스코드가 있었고,

그 어떤 축제보다 더 크고 화려했다.


인도에서의 결혼은 단순한 의례가 아니다.

한 사람의 인생이 새로운 궤도에 오르는, '삶의 전환점'이며 동시에 대대적인 공동체의 축제다.


결혼은 곧 '집안과 집안의 결합'

한국에서는 ‘사람과 사람’의 결합을 먼저 떠올리지만,

인도에서는 대부분 여전히 ‘가문과 가문’, ‘문화와 문화’의 결합이다.

사랑 결혼이 점차 늘고는 있지만,

배경, 종교, 카스트, 가문의 합이 여전히 중요한 기준이다.


그렇기에 결혼식은 단순히 연인 두 사람만의 행사가 아니다.

부모, 삼촌, 고모, 사촌, 이웃, 스승, 친구, 먼 친척까지 모두가 주인공이 되는 드라마가 펼쳐진다.


모두가 두 손을 걷고 준비하고, 함께 춤추고, 울고 웃는다.

처음엔 낯설었지만, 그 속엔 함께 어우러지는 진짜 공동체의 힘이 있었다.


Day 1 – 할디(Haldi), 황금색 기원의식

결혼식의 첫 시작은 ‘할디(Haldi)’라 불리는 의식이다.

강황 가루와 장미수, 우유, 기름 등을 섞어 만든 노란색 반죽을

신랑, 신부의 온몸에 바르며 축복을 비는 의식이다.


이 의식은 정말 놀라웠다.

다 큰 성인이 얼굴에 노란 반죽을 바르고,

친척들은 손에 강황을 묻혀 뺨에 살며시 찍어주고,

어린 조카들은 그걸 장난감처럼 갖고 놀았다.


그 광경을 보며 나는 생각했다.

인도에선 사랑과 웃음, 기원이 늘 함께 어우러진다.


노란빛이 얼굴에 번질수록,

결혼이라는 큰 순간을 앞둔 이들의 마음도 차분해지고,

가족들의 웃음소리는 점점 더 깊어졌다.


Day 2 – 메헨디(Mehendi), 손등 위의 축복

다음 날은 여성들을 위한 시간, ‘메헨디(Mehendi)’의 날이다.

신부를 비롯한 여성 친척, 친구들은 손등과 팔, 발목까지

정교한 헤나 무늬를 새긴다.


특히 신부의 메헨디는 하룻밤이 꼬박 걸릴 정도로 정교하고 길다.

꽃무늬와 상징들이 연결되어 손등을 덮고,

그 안에는 때로는 신랑의 이름 초성이 숨겨져 있다.


나는 옆에서 친구가 내 손등에도 작고 간단한 무늬를 그려주며

“메헨디가 진하게 나오면 사랑이 깊다는 뜻이야”라고 속삭였다.

그 말을 들으니 문득, 손등 위에 피어난 이 무늬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사랑의 증거처럼 느껴졌다.


Day 3 – 사인지(Sangeet), 노래와 춤의 밤

결혼식 전야는 ‘사인지(Sangeet)’다.

이날은 모든 가족들이 준비한 춤과 노래를 무대에서 펼친다.


가족 구성원별로 팀을 짜서 리허설을 하고,

댄스플로어에는 화려한 조명이 깔리고,

모두가 연예인이 된다.


나도 이때 처음으로 사리를 입고 무대에 섰다.

몸치였지만, 누구도 웃지 않았고

나의 춤보다 내가 함께 하고 있다는 사실에 더 큰 박수를 쳐줬다.

인도에선 결혼식을 준비하는 것도 '사랑의 훈련'이자 '공동체의 연습'이라는 걸 느꼈다.


Day 4 – 결혼식(Marriage Ceremony), 신성한 순간

드디어 본식 날.

결혼식은 힌두 사원에서 성스럽게 치러졌다.


신부는 붉은 사리를, 신랑은 전통 의상인 셰르와니(Sherwani)를 입고,

불 앞에서 일곱 바퀴를 돌며 맹세한다.

이 '사트 파헤(Saat Phere)'라는 전통 의식은

삶의 일곱 단계 – 건강, 충성, 번영, 사랑, 자녀, 존경, 영적 결합을 상징한다.


이때 모든 사람이 숨을 죽인다.

춤도, 음악도, 떠들썩한 웃음도 잠시 멈춘다.

그 순간만큼은 인생의 무게가 고요하게 내려앉는다.


신랑이 신부의 머리 위 이마 부분에 붉은 신두르를 찍는 순간,

그녀는 ‘부인’이 된다.

그 장면은 장엄하고, 아름답고, 조용한 감동이었다.


Day 5 – 비다이(Vidai), 눈물의 작별

축제 같던 결혼식의 마지막은 늘 눈물로 끝난다.

신부가 친정집 문을 나서며 ‘비다이(Vidai)’를 한다.

두 손을 모아 쌀을 흩뿌리며, 부모님께 마지막 인사를 드린다.


웃음만 가득했던 신부가 처음으로 울음을 터뜨리고,

아버지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고,

어머니는 손을 꼭 잡고 말없이 등을 쓸어준다.


나는 이 장면에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을 느꼈다.

기쁨과 이별이 함께 하는 장면,

인생의 가장 찬란한 문턱에 선 사람의 표정.


인도의 결혼식은, 결국 '삶을 나누는 의식'이다

5일 동안의 결혼식이 끝나고 돌아오는 길,

머릿속엔 화려한 천 조각보다

한 사람의 눈물, 두 사람의 미소, 수십 명의 어깨들이 떠올랐다.

인도의 결혼식은 단지 결혼을 축하하는 자리가 아니다.

그건 삶이 새롭게 시작되는 걸, 모두가 함께 살아주는 방식이었다.

함께 울고 웃으며, 누군가의 인생을 진심으로 맞이해주는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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