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화.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는 백수의 삶
2025년 새해가 밝았다.
목표는 명확했다.
올해 3월 안에 재취업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취업준비는 어떻게 하는 거였지??
돌이켜보면 나는 첫 취업준비생의 기간이 애초에 짧았었다.
내가 취업을 처음 했던 때는 2010년이었는데, 대학교를 졸업하기 전에 취업을 확정했다.
그리고 몇 군데 지원을 하지도 않았었지만, 처음 지원했던 회사에 최종합격까지 이루어졌기 때문에 굉장히 빠른 시간에 취업을 할 수 있었다.
그 회사가 바로 나의 전직장이며, 1화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이 업계의 세 손가락 안에 드는 회사였기에 가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그렇게 나는 초,중,고,대,직장에 이르기까지 하루의 쉼도 없이 인생을 살아오고 있었다.
누군가는 평탄한 인생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인생의 굴곡이 없었다고는 말할 수 없다.
다만, 인생의 굴곡을 만들지 않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다고 자부한다. 노력하지 않았다면 타이밍 적절하게 스텝을 넘어갈 수 없었을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동안 내가 걸어왔던 인생의 스텝은 대부분 로드맵이 있었다.
대학교를 가기 위한 방법,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준비하는 과정은 모두가 그렇게 해오던 길이었기 때문에 의심하지 않았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맞이한 퇴직은 나에게 불안감을 크게 안겨주었다.
쉼의 기간을 어떻게 보내는지조차 나는 알지 못했다. 쉬어본 적이 없었다.
이직을 많이 해보지 않았기에, 재취업을 하기 위한 방법도 잘 떠오르지 않았다.
그냥 무작정 지원을 하는 수밖에 없었다.
나는 마인드컨트롤을 하고자 노력했다.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하자고 다짐했다.
블로그 글쓰기, 캔바 디자인 클래스 수강, 자기 계발을 위한 독서, 하루 30분 영어공부를 시작하기로 했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 보면, 공허하고 불안한 마음을 달래기에는 너무나도 역부족이었던 것 같다.
왜냐하면 퇴직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경제적인 불확실성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제적 문제가 뒷받침되어있지 않는 이상, 불안감은 절대로 해소되지 않는다.
내 기준으로, 퇴사를 즐거워하는 사람들은 경제적 자유가 있거나, 미혼으로 책임질 가족이 없는 경우다.
경제적 자유라는 것은 개인마다 다르기에 돈이 많고 적고를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1인가구라면 아르바이트만으로도 생계유지는 가능할 것이기에 별다른 걱정을 안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책임질 가족이 있다. 그리고 곧 태어날 아기도 있다.
불안한 것이 당연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만 가고 있었다.
경제적인 문제는 아무도 나에게 답을 주는 이가 없었다.
결국 나 스스로 해결해야만 하는 것이고, 모든 사람이 그럴 것이다.
Note. 최근 미지의 서울이라는 드라마를 보고있다. 극 중 호수는 국내 최고 수준의 로펌 회사를 그만두고 백수가 되었는데, 그가 겪고 있는 감정이 내가 겪었던 모습과 매우 비슷해서 공감이 많이 되었다. 미지가 해준 위로의 말까지 모두 내가 들었던 말이라서 더욱 공감이 많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