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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아상 Mar 09. 2024

식물을 기르며 보낸 시간들

내가 길러봤던 식물들...


그 짙고 윤기 나는 세련된 초록 잎 동백은 도도해 보여 자존감을 높여주고 

겨울 즈음엔 빨간 꽃을 피워 생활에 활기와 만족감을 줬다.

나태하지 않고 그렇게 멋스럽게 살아야지!

장미나 모란은 베란다에서 키우기 어렵지만, 동백은 거짓말처럼 싱싱했다.

하얀 눈송이가 솜처럼 펑펑 내리는 날은 

베란다에 동백이 핀 것을 바라보며 차를 마셨다.

연분홍 꽃들이 여리게 피면 향기가 나던 만리향은

벚꽃이 만발한 어느 봄 날 섬진강과 화개사를 여행하다가 친구가 사줬다.

보고 있으면 중국 노래 <월양대표아적심>이 들리는 듯했다.

보랏빛 꽃들이 매달려 하늘거리던 삭소롬,

무늬 아이비, 청아이비, 백설공주 아이비

아이비는 이름도 매력적이지만 약간 늘어지는 모습이 운치 있었다.

남들은 아이비가 키우기 쉬운 식물이라는데 매번 실패했다. 

지금은 하트 아이비가 몇 달째 잘 자라고 있어 

이제는 아이비를 키울 있을 같아, 다른 종류 아이비를 더 키우고 싶다.

꽃도 잎도 색이 그때그때 변해서 다른 모습으로 매혹하던

묘한 매력의 여인 같던 신밧드, 꼭 그려보고 싶었지만 그전에 냉해를 입었다. 

장엄하던 베고니아 라나, 트리안, 동양란, 서양란,

....


생각해 보니 여기 다 적을 수 없을 만큼 많지만,

기억이 다 난다. 

성의껏 키워도 실패했던 식물은 

다음에 실패할까 봐 잠시 주저하게 되지만

꼭 다시 키워보고 싶은 식물들이 있다.

무심히 키웠어도 잘 자라다가 한 순간에 시든 것도 있다.

지금은 기억 속에만 있고 환영처럼 사라졌지만,

식물을 키우며 보냈던 시간이 아깝지는 않다.

어떤 시간을 보냈고,

어떤 생각을 하며 보냈느냐가 

그 사람을 만들고 향기를 만들기 때문이다.


일에 있어서도, 사람과의 이별과도 마찬가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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