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것을 사랑하며 살기
나는 벌레를 못 잡는다. 어쩌다 벌레가 집에서 발견되면 비상사태다. 며칠 전 옥수수를 껍질째 샀더니 부엌 바닥에 기다란 초록색 벌레 한 마리가 있었다. 일단 그릇으로 덮어 놓았다. 멸치요리를 하면서 '멸치나 벌레나 똑같다'는 말을 확언처럼 대뇌이며 일주일 만에야 치워 시체와의 동거를 끝냈다.
하지만 딱 하나 잡는 벌레가 있다. '모기'다. 파리나 다른 벌레는 몸이 두꺼워 시체가 터진 게 끔찍하다. 그에 비해 모기는 몸이 가늘어 시체가 그다지 자세히 보이지 않는다. 잡고 나면 피가 낭자하지만 그건 방금 물고 간 내 피라 그리 끔찍할 건 없다.
나는 불면증이 있어 잠자는 것에 예민한데, 여름철 무더위로 겨우 잠이 들려고 하면 모기가 귀를 어떻게 찾는지 몰라도 바짝 다가와 "앵~"하고 잠을 깨운다. 그냥 조용히 피 좀 빨아먹고 간다면 베풀 생각이 있는데, 놀리듯 꼭 깨운다.
모기는 시각의 사각지대라도 아는지 집요한 시선으로 모기를 쫓아도 한순간 시야에서 사라진다. 하지만 나는 나름 모기 잡는 법을 터득했다. 일단 나를 문 모기는 둔해진다. 배가 불러 멀리 도망가지 못한다. 몸이 가렵고고, '앵~'소리가 나면 스탠드를 켜고 침대 주변을 잘 살핀다. 반드시 주변에 모기가 앉아서 쉬고 있다. 그때 얇은 책으로 직각 방향에서 잡으면 된다. 모기와 싸우던 나는 통쾌함을 느끼며, 모기를 비웃는다.
"미련한 것!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먹어서 금방 잡혀 죽다니."
비웃음이 지나면 죄스러움에 축복의 말도 덧붙인다.
"좋은 곳에 다시 태어나라. 모기로 사느니 빨리 죽고 더 좋은 몸으로 다시 태어나는 게 좋을 수도 있지"라고 살생한 나를 위로한다.
언제부턴가 나도 밥을 먹고 나면 정신이 혼미해져 움직이지 못한다. 살생의 기운이 가득한 침대 주의에 모기 귀신이라도 살고 있는지 침대로 몸이 끌려간다. 모기 때문에 밤새 시달린 날은 낮잠을 깊이 잔다. 푹 자고 깨면 짧은 순간, 지금이 몇 시인지 어느 곳인지 모르겠고, 곧 내 방임을 인지하고 나도 "내가 왜 이곳에서 이렇게 살고 있지?" 하는 생각에 내 삶이 낯설다. 그 순간은 평소혼미하던 정신이 맑아진 것 같다.
가끔은 '삶을 낯설게 보기'가 필요하다. 그것은 죽음이나 태어나기 과정을 통해 가장 잘 볼 수 있다. 그렇다고 모기처럼 짧고 가벼운 생명이 대수는 아니다. 너무 짧게 산다면 기술과 지식, 경험의 축적도 안되고, 매번 기초적인 것만 하다가 끝난다. 나도 가끔 죽고 싶을 때가 있다. 하지만 아직도 나는 공부하고 배워야 할 것이 너무 많다. 실수, 실패한 경험도 이대로 죽고 나면 쓸모없고 창피한 고생이 될 뿐이다. 반드시 승화시키고 가야 한다
오래 산다고 해도 반복된 삶이라면 의미가 없다. 변화려고 노력하지만 쉽게 변하지 않는다. 그래도 내 삶을 낯설게 보고 오래 살려고 노력하고 있다. 깊은 잠을 자고, 맑은 정신에서도 내가 버려야 할 것, 새로운 것 받아들이기도 한다. '나'라고 생각했던 거짓 자아들의 죽음도 받아들인다. 오래 살며 성장한다면 어떤 내가 될까? 그런 모습을 보기 위해 오래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