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순간은 영원이 된다

by 무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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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정전>은 왕가위 감독의 초기 영화로 그의 감성과 의도가 잘 드러난다. 배경은 60년대 홍콩이다. 주요 출연진은 아비(장국영), 소려진(장만옥), 루루(유기령), 경찰(유덕화), 친구(장학우) 등이다.


순간이 오랜 시간이 될 때

어떤 순간은 짧지만 오랜 시간이 된다. 컵이 깨질 때, 시작과 과정, 끝이 언제인지 모를 정도로 짧은 순간이지만 그 시간은 이미 과거가 되고 과거는 바꿀 수 없고, 컵이 깨진 건 영원한 일이 된다. 삶에서도 그런 시간이 있다.

매일 3시, 아비(장국영)는 매점에서 일하는 소려진(장만옥)에게 콜라를 사며 작업을 건다.

" 오늘 밤 꿈에 날 보게 될 거예요"

"어젯밤 꿈에 당신을 본 적 없어요"라고 다음날 려진이 말한다.

"당연하죠. 한숨도 못 잤을 테니." "내 시계 좀 봐줘요." "60년 4월 16일 3시 1분 전, 당신과 여기 같이 있고, 당신 덕분에 난 항상 이 순간을 기억하겠군요. 이제 우린 친구예요. 이건 부인할 수 없는 엄연한 사실이죠. 이미 지나간 과거니까." 아비가 말한다.

그 순간부터, 려진은 아비를 사랑하게 된다. 어느 날 려진이 결혼하고 싶다고 말한다. 결혼이란 한순간이지만 그 후부터는 부부가 되어야 한다. 아비는 무심한 듯 거절한다. 려진은 다시 오지 않겠다며 떠난다. 아비는 "한 번 떠나면 다시는 돌아올 수 없다"라고 한다.

어떤 이별은 순간이지만, 돌이킬 수 없다. 그리고 계속 그리움으로 이어진다.

려진이 떠난 날, 아비는 양어머니를 찾아간다. 아비가 그날 양어머니를 찾아간 건, 어린 시절 친어머니가 그를 버린 상처가 다시 되살아 났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대상과 이별할 때마다 버림받았던 아픔이 밀려온다. 그 상처 때문에 아비는 평생 애정에 관한 문제를 안고 살아간다.

양어머니는 외로움에 젊은 남자를 만나고 술에 취해 있다. 아비는 그 남자를 찾아가 패주고, 그곳에서 미미라는 댄서를 만나 유혹한다.


헛된 기다림

아비는 엄마의 사랑을 기다리지만 헛된 소망이다. 상처받은 사람은 주위 사람도 똑같이 상처를 전염시키는 전파자다.

려진은 아비를 다시 찾아가지만, 그는 새 애인(미미)과 있다. 려진은 아비의 집 근처를 방황하다가, 그 구역을 순찰하는 경찰(유덕화)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경찰(유덕화)은 여진에게

"지금 이 순간부터 그를 잊어버려요."라고 하자,

"난 순간이란 정말 짧은 시간일 줄 알았는데 때로는 오랜 시간이 될 수도 있더군요"라고 려진은 말한다.

경찰은 "누군가 얘기할 사람이 필요하면 전화하라"고 하며 "난 매일 이 시간에 공중전화 앞에 있겠다"고 한다. 매일 그 시간에 공중전화 앞에 있었지만, 전화는 걸려오지 않는다.


채워질 수 없는 공백의 욕망

아비는 계속 여자들을 유혹한다. 하지만 처음부터 도착할 수 없는 사랑이다. 욕망하는 게 사랑이라면 채울 수 있지만, 아비가 욕망하는 건 결핍을 충족시키는 거다. 기본적으로 결핍이 전제니 충족시키는 건 불가능하다. 충족시키면 이미 결핍이 없다. 아비는 친어머니가 그를 버린 아이, 그 순간으로 남아 있다.

주인공 아비(장국영)는 입양되어 키워졌다. 양어머니는 아비가 친어머니를 만나게 되면 자기를 잊고 떠날까 봐 알려주지 않다. "미워하더라도 적어도 넌 날 기억하겠지"라고 하며, 잊히지 않기라도 바란다. 애증관계인 아비와 양어머니는 애정에 집착하지만 충족하지 못해 늘 힘들어한다. 지친 양어머니는 어느 날 새 애인과 다른 나라로 떠나면서 아비에게 필리핀에 있는 친어머니의 주소를 가르쳐 준다.


다리 없는 새

아비는 미미도 버리고 떠난다. 아비는 친어머니를 찾아가지만 만나 주지 않는다. 아비도 그가 버린 여자들을 다시 만나주지 않는다. 사랑하고 있어도... (이후 줄거리 생략...)

"새가 한 마리 있었다. 죽을 때까지 날아다니던 새다. 하지만 새는 그 어느 곳에도 가지 못했다. 왜냐하면 처음부터 그 새는 죽었기 때문이다."(아비의 내레이션 중에서) 그 새가 날아가려던 의도는 자기 존재를 사랑받고 싶어서다. 하지만 처음부터 스스로 사랑 받을 수 있는 자아는 없다. 죽어 있다. 아비는 스스로를 다리 없는 새라고 한다. 날개뿐인 새가 땅에 몸이 닿는 날은 생애 단 하루, 그가 죽는 날이다. 사랑을 찾아 날아다녀야 하지만 사랑에 내려앉을 다리가 없다.

혼자 추는 춤

이 영화에서 장국영이 집에서 속옷만 입고 혼자 춤추는 장면은 유명하다. 매력적인데 외로워 보인다. 사랑도 그렇게 한다. 어릴 때 애정 대상인 어머니가 공백이 되는 순간부터다. 아비(장국영)는 사랑하는 대상을 항상 갈망하지만 애초부터 상대의 자리는 공허하다. 아비는 매력적이고 여자들을 유혹하지만 텅 빈자리와 사랑한다. 상대만 바뀔 뿐 상황은 똑같다.


짧은 순간의 변주

주인공 아비(장국영)는 사랑하지 못하는 바람둥이다. 사랑을 믿지 못하는 남자다. 여러 여자를 만나지만 하나의 사랑에 정착하지 못한다. 상대에게 정착하는 순간, 잃어버릴 것 같은 두려움이 있다. 여자와 다투고 떠나면 엄마에 대한 미움만큼 용서할 수 없다. 여러 여자를 만나는 걸 자유롭다고 하지만 영원한 과거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어린 시절 버림받은 순간의 변주곡이다.

순간은 그냥 지나가기도 하고 짧게 반복되기도 하지만 영원처럼 느껴질 정도로 오래 지워지지 않는다. 순간이 영원으로 이어져도 좋을 만큼 아름다운 순간일 때도 있다. 때론 삶을 풍요롭게 만들기도 하지만 원치않는 기나긴 변주곡에 매여 평생을 보내는 경우도 많다. 기나긴 변주곡은 꿈일지도 모른다. 아비가 려진에게 자신을 꿈에서 보게 될 거라고 한 것처럼. 밤에 자면서 꾸는 꿈은 아닐지라도 마법처럼 한순간에 홀려 한평생을 변주곡의 꿈에서 헤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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