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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현주 Nov 07. 2021

어느 기회의 땅

NFT 다시보기 시리즈 01

Artnet News (2021년 11월 5일자)
제목  「지난 21개월간 발생한 NFT 판매의 여성 작가 비율, 16%에 불과해...」 다양성의 경종을 울린 보고서
원제  Depressing New Report Finds That Women Artists Accounted for Just 16 Percent of NFTSales Over the Past 21 Months
저자  사라 카스콘 (Sarah Cascone)  |  번역 및 편집  조현주

*배너 이미지: 현재 NFT 시장에서 각광받고 있는 여성 작가 겸 뮤지션 그라임스(Grimes)의 작품 'Gods in Hi-res'
(이미지 출처: Artnet News)


이 수치들은 나쁜 현실을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더욱 충격적인 것은 이것이
전통적인 예술 시장에서의 수치들 보다는 낫다는 것이죠.


NFT(Non-Fungible Token / 대체 불가 토큰)와 암호 화폐를 기반으로 한 예술 트렌드가 기세를 유지할 수 있을 지 아직 많은 이들이 주시하는 가운데, 이 새롭게 개척된 시장이 기존의 아트 옥션 시장 만큼이나 남성 중심적이라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예술 시장 조사 및 분석 전문 회사인 아트 택틱(ArtTactic)의 2021년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1개월간 니프티 게이트웨이(Nifty Gateway)[1]에서 판매된 NFT 작품 중 여성 작가들의 작품의 비율은 16%에 불과했다.


NFT 작품 시장이 예술과 테크놀로지, 남성이 압도적으로 우세한[2] 두 영역의 교차점에 놓여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통계는 그다지 놀라운 사실이 아닐지도 모른다. 더욱이 현실적으로, 통상적인 아트 옥션에서 일정 기간 동안 판매된 작품들의 여성 작가 비중이 16%에 다다르는 일이 일어난다면 그것이야말로 놀라운 일이 될 것이다. 아트넷(Artnet)의 보고서에 의하면 아트 옥션 기준, 2021년 상반기의 베스트셀러 작가 100인 중 여성 작가는 6명에 불과했고, 2008년과 2019년 6월 사이에 발생한 총 1,966억 달러의 옥션 매출 중 여성 작가의 작품들이 낸 수익은 단 2%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NFT 작품 시장이 다른 예술 시장에 비해 조금이나마 여성 작가들에게 호의적이라 해도, 시장이 갖춰야할 다양성은 다른 의미로도 매우 부족하다. 니프티 게이트웨이 플랫폼 한 곳만을 들여다 보더라도 미국, 영국, 캐나다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이 전체 소속 작가 345명 중 73%를 차지하고 있고, 그중 로스엔젤레스와 뉴욕에 각각 전체의 16%와 15.8%의 작가들이 포진하고 있다. 그에 반해 남아메리카와 아시아 출신 작가들은 각각 2.4%, 아프리카 출신은 1.2%에 불과하다. [중략]



[1] NFT 작품 판매를 중개하는 미국의 온라인 플랫폼. 비플(Beeple), 그라임스(Grimes) 등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판매한 이력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2021년 3월부터 세계적인 옥션 하우스 소더비(Sotheby’s)와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2] 남성 종사자가 압도적으로 다수이고, 사회적으로 인식되는 그 영역의 유명인 중 남성의 비율이 더 높다는 의미인 것으로 보여진다.



앞서 언급한 보고서를 작성한 회사 아트 택틱의 창립자 앤더스 페터슨(Anders Petterson)은 이번 조사로 밝혀진 사실이 “암울하다”고 인정하며, “메타버스로 우리 자신들을 내던지고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기 전에, 모든 걸 잠시 멈추고 스스로가 바라는 디지털 세계는 어떤 모습인지 되물어보는 시간이 필요한 지도 모르겠다”는 의견을 보고서 서문에 담았다. 


아트 택틱이 니프티 게이트웨이 뿐만 아니라 소더비(Sotheby’s), 크리스티(Christie’s), 필립스(Phillips)[3], 파운데이션(Foundation)[4], 수퍼레어(SuperRare)[5] 등 활발한 NFT 작품 거래 현황을 보이고 있는 옥션 하우스들과 온라인 판매 플랫폼들을 조사한 결과, 여태까지 판매된 NFT 작품 중 55%는 단 16명의 작가들이 만든 것임이 드러났다. 특히 니프티 게이트웨이에서 발생한 거의 대부분의—90%에 육박하는—작품 판매 수익은 플랫폼을 통해 작품을 민팅[6]한 작가들 중 25%에 해당하는 소가 갖게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중략]



[3] 1796년 런던에서 문을 연 옥션 하우스

[4] NFT 작품의 라이브 옥션을 진행하는 온라인 플랫

[5] ‘$RARE’라는 토큰, 즉, 가상화폐를 자체적으로 발행해 NFT 거래를 중개하는 온라인 플랫폼

[6] 작품을 NFT의 형태로 ‘주조’한다는 뜻의 업계 용어이다. 대다수의 플랫폼들은 작가들이 작품을 민팅하는 과정에서 수수료를 받아 비용을 충당하고 있다. 



NFT 시장이 진화를 거듭할수록 이미 유명세를 누리고 있는 소수가 차지하는 이득의 전체적인 비중은 점점 커질 것으로 아트 택틱은 전망하고 있다.


보고서는 말한다. “NFT가 당분간 우리의 곁을 떠나지 않을 이유는 그것을 기반으로 창조한 시스템이 디지털과 실물을 아울러 자산을 소유한다는 개념 자체를 혁명적으로 바꾸고 있고, 그럼으로 인해 예술 시장을 몇 십년 간 꼬리표처럼 따라다닌 저작권의 출처, 소유권과 계승, 진품 보증, 수익의 공정한 분배 등의 문제들이 새롭게 다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NFT 시장에 개입하고 있는 모든 이들은 자신의 모습을 한번쯤 거울에 비춰봐야하지 않을까. 자신이 예술 시장의 미래와 더 많은 작가들의 삶을 위해 필요한 의문을 품고 있는지. 현재의 이익과는 한 발짝 멀어지더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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