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즈워너 갤러리의 온라인 예술 시장 프로젝트
The New York Times (2021년 5월 19일 자)
제목 즈워너, Click-to-Buy 사업으로 아트 갤러리 기반의 시장을 뒤엎을까
원제 Zwirner May Disrupt Art Gallery Model With Click-to-Buy Business
저자 로빈 포그레빈 (Robin Pogrebin) | 번역 조현주
*배너 이미지: 플랫폼 사업팀 구성원들과 팀의 리더 격인 루카스 즈워너 (왼쪽에서 두 번째)
(이미지 출처: The New York Times)
지난 21일에 첫 선을 보인 즈워너의 ‘플랫폼(Platform)’은
매월 소규모 갤러리들을 통해 선정된 100점의 작품을 온라인 상에서
2,500달러에서 50,000달러 이내의 가격으로 판매할 예정이다.
예술계는 이제 막 팬데믹으로 인해 제기된 의문들에 답을 하기 시작했다. 오프라인 아트 페어는 이제 구시대의 방식이고 다가올 미래는 가상 뷰잉룸들이 주도할 것인가? 박물관들은 사전예약 방문제를 유지하고 아트 옥션들은 글로벌 온라인 경매장을 계속 운영해나갈 것인가?
한 거물급 갤러리스트, 데이비드 즈워너(David Zwirner)는 작년 한 해 동안 자신이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새로운 길을 개척하기로 했다. 예술계가 click-to-buy, 즉, 소비자들이 클릭 한 번으로도 작품을 구매할 수 있는 온라인 시장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절감한 것이다. 그 결과 즈워너는 5월 21일부터 매월 열두 곳의 독립 갤러리들이 큐레이션 한 작품 100점을 2,500달러에서 50,000달러 이내의 가격대로 전세계에 선보이는 예술품 판매 웹사이트 ‘플랫폼’을 만들었다.
최근 진행된 전화 인터뷰에서 즈워너는 “우리는 전자 상거래가 예술계에도 실질적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배웠다”라고 말했다. “웹 상에는 우리가 존재하는지 몰랐던 관람객들이 있다. 그들은 굳이 갤러리를 방문하지도, 아트 페어에 가지도 않는다. 그들은 온라인으로 세상을 본다.” 즈워너는 인스타그램과 입소문을 통해 예술을 알게 되는 “거의 모든 밀레니얼 세대”가 이러한 새로운 유형의 관람객들에 해당한다며, “예술계는 아직까지 그들의 구미에 맞춘 것을 제공한 사례가 없다. 이 세대는 더 광범위하게 시장에 뛰어드는 참여자로 자라날 것”이라 덧붙였다.
즈워너는 지난해에 플랫폼의 초기 파일럿 버전을 선보였고, 브리짓 도나휴(Bridget Donahue)와 나이트 갤러리(Night Gallery) 등 그때 당시 참여했던 갤러리들 중 다수가 이번에 정식으로 론칭하는 플랫폼에 오른다. 새롭게 등장할 갤러리 파트너들에는 보르톨라미(Bortolami), 찰스 모펫(Charles Moffett), 그리고 제시카 실버만(Jessica Silverman)이 있다. 케니 리베로(Kenny Rivero), 제인 딕슨(Jane Dickson), 지바데-할릴 허프만(Jibade-Khalil Huffman) 등의 아티스트들도 처음으로 플랫폼을 통해 대중과 만난다.
사실, Artsy나 Artnet과 같은 웹사이트들은 이미 한참 전부터 예술 작품을 온라인으로 판매하고 있었다. 작년에는 경매 회사 소더비가 ‘갤러리 네트워크(Gallery Network)’를 통해 온라인으로 15만 달러 이하 가격의 작품들을 실시간으로 구매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대 예술 시장의 블루칩인 즈워너에게 이번 플랫폼 벤처는 물리적인 공간에서의 대면을 통한 거래를 바탕으로 하는 전통적인 갤러리 운영 모델을 파격적으로 탈피하는 계기를 상징한다. 플랫폼이 온라인 상으로도 작품에 대해 이해할 수 있게끔 고객들에게 추가적으로 제공하는 작품에 대한 정보는 더욱 방대해졌고, 많은 소속 작가들은 벌써 플랫폼만을 위한 작품을 만들고 있다.
플랫폼과 협업 관계인 갤러리 모펫은 “모두가 이 새로운 지형을 파악하려 애쓰고 있다. 여기서는 디지털 컨텐츠에 대한 높은 의존도와 무언가를 직접 보지 않고도 그것을 팔 수 있어야 한다는 압박감을 이겨내야 한다”라고 말했다. “우리는 이미 여러 플랫폼들을 통해 온라인 시장에의 진출을 시도했지만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데이비드 즈워너가 가진 브랜드는 분명 존경받고 있고, 우리 갤러리의 소속 작가들도 즈워너가 이끄는 플랫폼에서 작품을 선보인다는 것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도전해보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회의론자들은 아마 즈워너가 이 새로운 사업을 통해 세간의 주목을 받고 보호자적이고 의로운 행보라는 프레임 뒤에 숨어 궁극적으로는 작품당 20%의 수수료를 챙기는 것만을 노린다고 말할 것이다. 예술계의 또 다른 일각에서는 플랫폼이 즈워너의 ‘2군 팀’ 일뿐이라며, 신진 작가를 발굴해서 그들을 소규모 갤러리들로부터 빼돌리고, 그 갤러리들의 고객들에 대한 정보까지 쉽게 얻으려는 것이 아닌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나라면 그러한 일을 벌이지 않을 것이다—늑대가 양의 탈을 쓴 꼴이 아닌가?” 또 다른 거물급 아트 딜러 래리 가고시안(Larry Gagosian)은 말했다. “소형 갤러리들에 대한 나의 조언은 그들 자신만의 정체성과 브랜드를 보존하라는 것이다. 비록 대형 갤러리 수준의 일을 할 수 없을지라도 그들만의 리그를 지키고, 또 언젠가 자신들을 이용할지도 모르는 누군가에게 아티스트와 고객 목록을 넘겨주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즈워너는 그가 소형 갤러리들의 위치를 빼앗거나 이용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들과 협력하고자 한다고 반박했다. 최근에 즈워너와 계약했지만 소형 갤러리 라미켄 크루시블(Ramiken Crucible)에서 계속 작품을 선보이기로 한 루마니아 태생 조각가 안드라 우르스타(Andra Ursuta)와 그보다 더 작은 규모의 갤러리인 클리어링(Clearing)과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화가 겸 조각가 하롤드 앙카르트(Harold Ancart)가 그 증거였다.
플랫폼의 창설을 주도한 데이비드 즈워너의 아들, 루카스 즈워너(Lucas Zwirner)는 즈워너 갤러리가 플랫폼의 웹사이트 상에서 아티스트들이 대중에게 더 많이 알려질 수 있도록 인터뷰와 동영상 등의 자료 제작에 투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단순히 작품을 가져다 팔려는 것이 아니다,” 루카스 즈워너는 덧붙였다. “우리는 커리어를 위한 길을 닦고 작가들을 홍보하고 있다.”
모펫은 클릭 한 번으로 소비자들이 곧바로 작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한 플랫폼의 파격이 갤러리와의 컨설팅부터 시작하는 "문의" 시스템을 대체하는 것이 다소 불안하다고 말했다. “나는 우리 갤러리 소속 작가들의 작품을 신중하게 배치하고 선보이는 것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우리가 이 작품들을 세상 누구라도 살 수 있도록 플랫폼에 내놓는다는 사실은 약간의 스트레스로 다가온다”고 밝혔다. “‘구매’와 ‘문의’ 중 나의 선호를 묻는다면 ‘문의’ 버튼이겠지만, 신뢰를 바탕으로 한 단계 도약하는 것은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아트 딜러들이 신중을 기해 유수의 박물관과 명망 있는 전문 콜렉터들에게 작품을 우선적으로 보이기 위해 노력하는 예술 시장과는 달리 즈워너의 플랫폼은 흉악범만 아니라면 구매 의사가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작품을 가질 수 있도록 허용한다. 그러나 데이비드 즈워너는 현재 갤러리에서 이루어지는 통상적인 거래의 불투명성과는 대조되는 이러한 시장의 ‘민주화’는 게시된 작품 가격의 투명성과 더불어 새로운 사업을 위한 청사진에 필수적이라고 한다. "우리는 거기에 앉아서 '당신은 살 수 있고 당신은 사지 못한다’고 결정하듯 말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즈워너는 말했다. “모든 구매는 선착순이다.”
예술 시장을 연구하는 댈러스의 경제학자 데이비드 쿠신(David Kusin)은 플랫폼의 “21세기에 걸맞은 기술의 활용”을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즈워너가 이 벤처 사업을 통해 그동안은 쉽게 파악하지 못했던 예술품 가격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중략]
즈워너의 벤처 사업을 더욱 부추긴 것은 갤러리가 진행했던 모금 행사 '바이든을 위한 아티스트들(Artists for Biden)[1]'에서의 경험이었다고 한다. 이 행사에서 즈워너는 제프 쿤스(Jeff Koons), 케힌데 와일리(Kehinde Wiley), 카르멘 헤레라(Carmen Herrera) 등의 작품을 “buy now” 옵션으로 판매해 250만 달러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다. 그는 개당 1만 달러로 가격이 책정되었던 제프 쿤스의 부푸는 성조기 40개가 7분 만에 완판 되었다고 덧붙였다. 루카스 즈워너는 “이러한 기록들은 갤러리로서는 전례 없는 규모”라며, “구매자들의 90%가 즈워너와 처음으로 거래한 것이었다”고 밝혔다.
즈워너의 플랫폼은 아트 딜러들이 이끄는 대로 결정하기보다는 스스로 판단해서 구매하는 것에 더 편안함을 느끼는 새로운 부류의 예술 소비자를 길러내고자 하는 것이다. 뉴욕의 콜렉터 도리안 그린스판(Dorian Grinspan)은 “직접 모든 신진 갤러리들을 방문하는 것은 시간상 불가능하다”며 “예술 시장에 어떤 작품들이 등장했는지 구경할 수 있는 어느 정도의 큐레이션을 거치는 창구가 생겨서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중략]
플랫폼 웹사이트의 메커니즘을 구축하는 것도 즈워너의 주요한 과제 중 하나였다. 즈워너 갤러리는 예술품 운송 전문 회사인 Dietl International과 파트너십을 맺고 구매자가 결제를 진행할 때 운송료의 견적을 산출해주는 맞춤식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 시스템에 의하면 인보이스, 포장과 운송 비용의 사후 청구 등 여러 번거로운 절차를 생략할 수 있고, 구매자는 산출된 운송료를 부담하고 즈워너 갤러리는 작품이 발송되고 난 후에 대금을 받게 된다.
데이비드 즈워너는 플랫폼의 웹사이트가 높은 퀄리티로 효과적이고 깔끔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만드는 데에 “수만 달러”를 투자했다고 전했다. 이러한 온라인 벤처 사업에 대한 즈워너의 열정은 팬데믹으로 인해 연기되었던 뉴욕 첼시에 5천만 달러를 투입해 갤러리를 확장하고자 했던 그의 계획의 유효성을 의심하게 한다. 즈워너는 “펜데믹은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스스로에게 물을 수 있는 황금과도 같은 기회를 주었다”며 “4년 전만큼 [갤러리 확장에 대해]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플랫폼 사업을 통해 즈워너 갤러리, 그리고 그와 협력 관계에 있는 더 많은 소규모 갤러리들이 매년 아트 페어에 나가기 위해 지출해야 하는 엄청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게 흡족하다고 말했다. “우리는 절대 과거의 방식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거대한 예술계를 만났다. 만약 이것이 탄탄한 제1시장이 될 수 있음을 확인한다면 더 이상의 한계는 없을 것이다.”
[1] "Artists for Biden" 모금 행사는 미국이 대선을 앞두었던 작년 10월, 당시 파일럿 론칭 중이었던 즈워너의 '플랫폼'을 통해 100여 명의 현대 예술가들이 작품을 기부하여 그것을 판매한 수익을 조 바이든(당시 대선 후보)의 선거 캠페인을 지원하는 "Biden Victory Fund"에 양도했던 파격적인 이벤트였다. (출처: David Zwirner Gallery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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