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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어PD May 09. 2024

저출산은 나쁜 것일까?

대한민국 망했다고 외치는 외국 교수가 있다.   

저출산 때문에 인구소멸로 국가가 사라질 거라는 논리였다.


전통적으로 국가를 이루는 3개의 요소를 국민, 영토, 주권으로 정의한다. 기본적으로 땅과 사람이 있어야 국가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은 곧 사람을 뜻한다.  

반려동물 문화가 넓게 퍼졌다 해도 인간 외의 동물을 국민으로 여기진 않는다 아직까지는…  

그렇다면 사람의 정의는 무엇일까? 현행법상 식물인간, 뇌사상태에 빠진 사람도 인구수에 카운팅이 된다. 하지만 뇌사상태에 빠진 사람은 본인의 감정이나 의사를 표현할 수가 없다. 어떤 사안에 대해 본인의 주장을 피력할 수도 없고 투표를 할 수도 없다. 하지만 심장이 뛰고 있다면 ‘인간’이라고 인정해 준다. 법적으로는 인간의 정의는 인간의 몸을 의미하는 것 같다. 하지만 심정적으로 우리는 뇌사에 빠진 ‘인간’을 인간이라고 하기 힘들다. 영혼이 없기 때문이다. 이때 영혼은 비장애인이든 장애인이든 지식이 뛰어나든 낮든, 돈이 많든 적든, 이타적이든 개인적이든,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를 가리지 않는다. 극악 무도한 범죄자도 인간의 영혼을 갖고 있기는 하다. (썩은 영혼도 영혼은 영혼이지 않는가…)  

그래서 정확하게는 맑은 영혼이 깃들어 있는 인간의 몸을 온전한 인간이라고 하는 것이 맞을 것 같지만,  

현행 법상으로는 맑은 영혼과 육체의 조화보다는 인간의 ‘육체’를 더 강조하고 있다.   

이런 논리에 의해 국가가 인구수를 늘리려고 한다면 ‘육체수’를 늘리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 같다.   

그렇다면 외국인 난민이나 노동자를 늘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 이러면 단시간에 인구수를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다.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튼튼한 시스템을 갖춘 한국은 외국인 노동자에게 매력적인 국가이다. 하지만 한국민들은 단일민족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이렇게 인구수를 늘리는 것을 대다수 국민들이 원하지 않는다. 전통적으로 혈통에 대한 집착이 강한 민족이기 때문이다. 4천 년을 한반도에서 살아오면서 얼마나 그 혈통이 지켜져 내려오고 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적어도 한민족에 대한 자부심만큼은 대단한 것 같다.


또 인구 소멸을 막는 방법으로 지금의 인구수를 유지하는 것도 방법이다. 즉 현재의 국민이 최대한 죽지 않게 하는 것인데… 한국의 높은 자살률을 낮추고 몇백 명씩 죽어나가는 비극적 사고를 막고 노동환경을 개선해 매년 2천 명 넘게 일하다 죽는 사람들이 없도록 해야 한다.


의료기술과 서비스의 질을 높여 기대수명을 늘린다면 급격한 인구감소를 막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인공장기 또는 로봇 팔다리를 통해 생명을 획기적으로 연장하는 것도 방법이다.   

영화 로보캅의 스토리는 테러로 뇌와 몸의 극히 일부만 남은 경관에게 로봇의 몸을 주면서 시작된다.  

우리는 영화상의 설정인 로보캅을 ‘인간’이라고 할 수 있을까? 뇌사에 빠진 인간을 인간으로 보기 어렵다는 논리로 접근하면 뇌는 살아있고 육체가 없는 사람은 인간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이런 경우엔 또 다른 문제가 생기게 된다. 죽지 않는 인간. 늙지 않고 병들지 않는 몸을 가진 사람들. 200년, 300년을 살게 된 인간사회는 어떤 세상이 될지 알 수 없다. 언젠가 그런 세상이 올날이 있을 텐데 그때는 인구소멸이라는 개념 자체가 무의미해질 수도 있겠다.   

아무튼 현재의 기술과 법체계에서는 죽지 않게는 못하지만 기대수명을 늘리는 쪽으로 정책을 펼쳐서 인구감소를 지연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방법들을 선행적으로 실천해 보고 다음에 해볼 수 있는 정책이 신생아 수를 늘리는 방법이 있다.   

신생아수를 늘리는 정책은 가장 마지막에 논의해야 하는 방법 이어야 한다. 지금 살고 있는 사람들의 행복을 우선적으로 돌보고 살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사회라면 출산율이 자연스럽게 높지 않을까…)  

하지만 사회 곳곳에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과 노력을 요구한다.   

부영이라는 기업에서는 직원이 아이를 낳으면 1억을 지급하겠다고 한다. 정부에서는 1억에 대한 세금을 깎아주기 위해서 종합소득세율이 아닌 증여세율을 적용해 주겠다고까지 한다. 자녀를 낳으면 세금을 깎아주기도 하고 교통비를 할인해 주거나 음식점에선 포인트를 더 쌓아주기도 한다. 아파트를 분양할 때도 특별 분양을 통해 다자녀 가구에 혜택을 준다. 육아휴직 제도도 계속 진화하고 있다.   

하지만 출산율은 계속 떨어지고 있고 높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현재의 사회시스템에 의하면 아이는 부모가 키워야 한다. 결국 아이를 낳고 키우는 주체는 부모인데, 이들이 아이 낳는 걸 꺼려하고 있다. 왜일까?  

아이를 낳고 키우는 주체가 부모라고 했지만 정확하게는 ‘여성’이 주도권을 갖고 있다. 저출산 문제는 결국 여성들의 인식 변화에서 빚어진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여성에게 자녀를 낳는다는 행위는 어떤 의미로 자신을 버리는 결과를 낳게 된다. 당장은 지금 갖고 있는 나의 젊음과 아름다움을 포기해야 하고 가까운 미래엔 나의 시간과 취향을 포기해야 한다. 먼 미래에는 나의 재산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이런 기회비용을 감수하고도 아기가 너무 예뻐서 ‘엄마’가 되고 싶은 여성이 있을 수도 있지만 나의 엄마 세대를 보면서 본인이 포기해야 하는 것들에 대한 두려움과 거부감은 극대화 됐다. 지금은 나의 행복이 더 소중한 시대이다.  

상대적으로 남성은 자녀가 있고 없음에 덜 영향을 받는다. 그런 꼴이 여성들은 더 보기 싫을 수도 있다.  

여성들이 아이 낳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거부감을 없애기 위해서는 앞에서 말한 내용을 해결해 주면 된다.  

당장의 젊음과 아름다움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하고 가까운 미래에도 나의 시간과 취향을 유지해야 한다. 또 먼 미래에도 나의 재산이 줄어들지 않아야 한다.  

이렇게 육아의 힘든 부분을 내가 아닌 누군가가 책임지고 아이를 키우면서 느낄 수 있는 행복만을 부모가 느낄 수 있게 해줘야 한다. 또 자녀가 성인이 됐을 때 부모의 지원 없이 온전히 독립시켜줄 수 있는 사회 분위기도 필요하다.


이걸 국가가 해줄 수 있을까?  

나의 결론은 국가는 해주지 않는다이다.   

지금 당장은 인구감소라는 사회적 문제가 향후 국가의 유지에 어떤 영향을 줄지 모르기 때문에 해결해야 할 문제처럼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과거 ‘머리수’가 많이 필요했던 시대는 지났다. 공장을 돌려서 국가의 부를 축적하던 시기엔 노동자의 숫자가 중요했다. 군대를 키우고 주변국가를 침략해 영토를 빼앗던 시대에도 군대의 규모가 중요했기 때문에 국민의 숫자가 중요했다. 그래서 국가는 더 많은 노동자와 군인을 만들어내기 위해 다양한 사회정책과 복지정책을 통해 인구수를 늘리는데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이제는 공장은 자동화되어 사람이 많이 필요 없는 시대이다. 전쟁도 육군의 숫자보다는 각종 첨단 장비와 로봇을 활용한 양상으로 넘어갈 것이다.   

결국 국가의 입장에서만 보면 굳이 인구수를 늘릴 필요가 없다.   

한 가지 이유를 꼽자면 내수 소비의 주체로서의 인간수가 필요할 수는 있겠다. 인간만큼 다양한 분야에서 소비를 일으키는 존재를 찾기 힘들다. 인간은 다양한 음식을 먹고 안경, 신발, 옷등을 반복적으로 구매하고 자동차, 가전, 주택도 산다. 또 질병을 고치기 위해 병원과 약을 소비한다. 이동의 욕구도 커서 다양한 교통수단도 필요하다. ‘종합 소비 주체’로서의 인간은 참으로 위대하다.   

이런 면을 고려한다 해도 저출산이 국가의 유지, 번영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는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외국의 한 교수가 놀랐던 것처럼 한국은 급격한 인구 감소의 길을 걷고 있다.   

5천만 명의 인구가 4천만 명, 3천만 명으로 줄어들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국가의 경쟁력을 낮추고 선진국에서 후진국으로 가게 하지는 않는다. 국가경쟁력에 인구수를 대입하는 시대는 사라지고 있다.


우리가 걱정할 것은 미래의 인구소멸이 아니라 현재를 살고 있는 인간들의 안전과 행복이 먼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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