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12월 일반인들을 위한 시민연극학교에서 썼던 대본입니다.
연극발표회를 준비하는 시민연극학교 학생들의 이야기.
등장인물
* 남학생 – 철기 두석 민태
* 여학생 – 미숙 기옥 윤자
* 극단선배 - 1, 2
극단 연습실.
그룹 아바의 <Waterloo> 흐르며 요란한 조명과 괴성소리.
땀에 젖은 운동복 차림의 여학생들이 서툴지만 나름 열정적으로 안무 연습을 하고 있다.
뮤지컬 <맘마미아> 분위기.
한창 흥이 오를 때 남학생들 들어온다.
철 기 (정면 위를 향해) 꺼라! 끄라고!
(음악 꺼진다.) 뭐 하는데 지금?
미 숙 발표회 연습하잖아.
민 태 맘마미아? 그기 며칠 만에 되는 기가?
윤 자 (거친 호흡) 하긴.. 춤이 빡씨긴 빡씨네.
기 옥 야가 뭐라카노? 그라이 이렇게 연습하는 거 아이가?
두 석 (혼잣말이지만 들으라는 듯이) 니는 성형부터 먼저 해야 되는데..
기 옥 니 뭐라캤노?
민 태 됐고! 연극은 누가 뭐라 캐도 안톤 체홉 아이가?
<벚나무 동산> 중에서 한 장면 하자니까?
기 옥 니! 안톤 체홉이 어느 나라 사람인지는 아나?
민 태 (잠시 정적) 나라가 중요하나?
철 기 (민태를 노려보며) 쪽팔리구로.. 뭐 하는데 지금?
(여학생들 둘러보며) 남들 다 아는 뮤지컬 흉내 내는 거 너무 뻔하다 아이가? 신선한 맛도 없고..
두 석 그라이 요새 현실 풍자극이 딱 이라니까!
중동에.. 그 뭐고.. 그래. I.S. 그거 패러디해서 코미디 한번 만들어보자!
윤 자 I.S 가 무슨 뜻인지는 알고 카나?
두 석 야! 내가 그것도 모르고 하자 카겠나?
‘인터내쇼날 싸이코’ 아이가? (철기 & 민태, 두석을 말린다.)
미 숙 뭐 하는데 지금? 돌겠다. 진짜....
그라고 ‘싸이코’ 스펠링은 S가 아니고 P로 시작하거든요.
두 석 니 바보가? ‘싸이코’면 S지, 왜 P로 시작하는데?
민 태 (두석을 밀어내며) 니 나가서 담배 한 대 피우고 온나.
(두석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뒤로 빠진다.)
기 옥 (한심하다는 듯) 너거 위해서라도 넌버벌 해야 되겠다.
민 태 뭐? 무슨 벌? 역시 연극영화과 나온 사람들은 아는 것도 많아요.
미 숙 됐다! 듣기 싫고. 시간도 없는데 와 이카노?
철 기 우리가 태어나서 처음 서는 무대 아이가? 근데 춤추고 노래만 하다가 끝낼래?
기 옥 뮤지컬 배우는 배우 아이가?
(두석 뒤에서 듣고 있다가 참지 못하고 끼어든다. 답답함 때문에 말도 제대로 안 나온다.)
두 석 아니! 그기 아이고.. 뭔가 좀.. 진지하면서도 좀..
하고 나면.. 뭔가 좀 한 거 같은.. 그런 뭔가를..
윤 자 언어 장애 있나?
두 석 이 가시나가 진짜!!!
그룹 아바의 <Gimme Gimme Gimme> 흐르고 서로 뒤엉켜 싸우고 말리는 동작이
슬로비디오처럼 보이며 암전.
노래 흐르는 상태에서 조명 들어오면 여학생들 첫 장면처럼 안무 연습 중.
남학생들 들어온다. 두석은 한쪽 눈에 멍이 들어있다.
철 기 (정면 위를 향해) 꺼라! 끄라고! (음악 꺼진다.)
꼭 이거 해야 되겠나?
미 숙 뭐 하는데 지금? 어제 얘기 다 끝났잖아?
싫으면 딴 팀 가든가, 너거끼리 ‘삼총사’라도 해라!
두 석 야! 우리가 연극하러 왔지, 뮤지컬 하러 왔나?
기 옥 이틀뒤에 공연이다. 우리끼리 싸우는 거 보이줄라카나?
이때 극단 선배 1, 2 박카스 한 박스 들고 들어온다.
둘 다 튀는 옷에다 느끼하면서도 어색한 서울말 사용.
선 배 1 오우- 열띤 토론 좋습니다. 연습 잘 돼 가시죠?
(학생들 모두 긴장하며 한 줄로 서서 신인 아이돌 그룹처럼 큰 목소리로 90도 인사.)
전 체 안녕하십니까?
선배 2 (박카스 나눠주며) 이야- 다들 복식발성 좋은데요?
전 체 감사합니다!
선배 2 발표회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마세요. 저희들도 여러분들처럼 시작했으니까요.
전 체 열심히 하겠습니다!
선배 1 저희들이 뭐 도와드릴 거 없을까요?
전 체 괜찮습니다! 감사합니다!
선배 1 오우~ 좋습니다!
그럼 공연 때 뵙죠. 파이팅! (선배 1,2 나간다.)
전 체 안녕히 가십쇼!
(선배들 사라지면 다들 긴장 풀린다.)
철 기 이야~ 봤재? 말 한마디, 한마디가 다 대사아이가?
얼마나 멋있노? 역시 배우는 대사로 승부해야 돼.
기 옥 뭐가 멋있는데? 겉멋만 들어갔고.. 저런 배우들, 대학로 가면 쌔비맀다.
민 태 니 무슨 말을 그래 하노? 저분들이 어때서?
기 옥 공연하는 거 몇 번 봤는데 연기에 진실성이 없더라.
두 석 니 얼굴은 진실성 있나?
기 옥 저기 진짜??
(미숙, 대드는 기옥 말리며 나선다.)
미 숙 야! 배우가 얼굴로만 연기하나?
철 기 아! 맞다! 발로 연기하는 배우도 있더라.
(지금까지 지켜만 보고 있던 윤자 감정 폭발)
윤 자 그만해라! 안 할란다. 못하겠다.
(제자리에 털썩 주저앉으면 슬픈 음악 깔린다.)
윤 자 뮤지컬을 하든, 안톤 .. 뭐를 하든 우리 다 배우 하고 싶어서 모인 거 아이가?
근데 이기 뭐고? 몇 분짜리 발표회도 같이 못 만들면서 무슨 배우를 한단 말이고?
연기가 이래 힘들다카마 안 하는 게 낫겠다.
(잠시 사이)
철 기 저기 발연기다! (슬픈 음악 뚝!)
기 옥 이것들이 진짜!!
그룹 아바의 <Voulez Vous> 흐르며 슬로비디오로 엉켜 싸우고 말리면서 암전.
음악 줄어들고 조명 들어오면 여학생들 다들 힘없이 주저앉아있다. 미숙 한쪽 발목에 깁스하고 있다.
남학생들 등장.
남자 셋 모두 한쪽 눈 멍들어있다.
철 기 뭐 하는데 지금? 연습 안 하나?
기 옥 한쪽 눈 마저 안 보이게 해 주까? 미숙이 발목 다친 거 안 보이나?
윤 자 그리 하기 싫어하디마는 잘 됐재? 내일이 공연인데 우얄래?
I.S 사이코라도 하까?
(남자 셋 기죽는다.)
미 숙 내 빼고 대타 구하자니까..
어차피 조명, 음향 볼 사람 있어야 되는데 잘 됐다.
철 기 뭐라카노? (정면 위를 향해) 음향은 니가 하기로 했재?
(위에서 “그래!” 대답소리 들린다.)
그라고 조명은.. 내가 보께. 난 연기보다 조명이 더 소질 있다.
기 옥 (벌떡 일어서며) 야 이 자슥아야! 그칼꺼면 왜 자꾸 태클 걸었는데?
철 기 그거는.. 뮤지컬은.. 조명이 빡씨니까 그렇지.
우리 첫 작품인데.. 내가 망치뿔까봐 겁도 나고..
기 옥 뭐? (철기에게 다가가서) 니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나?
누구는 발목 나가도록 연습하다가 공연도 못하게 됐는데 그기 할 말이가?
민 태 (눈치 보며) 너무 그카지 마라.
인마가 그래도 너거 연습하는 거 핸드폰으로 몰래 다 찍어가 조명 플랜까지 다 짜 놨는데....
두 석 그래. 우리가 너거 쓸 소품도 만들어가..
(철기 & 민태, 급하게 두석 입을 막으며 저지한다.)
윤 자 진짜가? 그라마 그 소품 어딨는데?
( 철기 & 민태, 두석 노려보다가 철기 힘들게 입을 연다.)
철 기 그기.. 갖고 오다가.. 버스에 놔두고 내리뿟다.
윤 자 이 인간들이 진짜!!!
한데 엉켜 싸우고 말리는 느린 동작과 함께 암전.
그룹 아바의 <I have a Dream> 흐른다.
노래 흐르는 중에 조명 들어오면 학생들 모두 몇 장 짜리 대본 들고 혼자 혹은 짝지어 대사 연습 중.
극단 선배 1,2 등장.
선배 1,2 안녕하세요?
( 전체, 앞의 선배들 장면과 똑같이 인사.)
전 체 안녕하십니까?
선배 1 (정면 위를 향해) 저기..
(어쩔 수 없이 섞여 나오는 사투리) 음악 좀 줄아 주실래요?
(음악 꺼진다.) 감사해요~.
선배 2 (남자 셋 멍든 눈 발견) 오~! 벌써 분장까지 하셨네요?
철 기 예? 아.. 예.. (셋 서로 쳐다보며 억지웃음.) 하하하하!
선배 2 누가 다치셨다던데.. 작품도 바꾸셨다면서요?
미 숙 아! 예. 너무 걱정 안 하셔도 돼요.
제가 연출하고 어제 다들 밤샘해서 새 작품 만들었어요.
선배 1 하룻밤 만에 콩트 한편을 ? 와우! 어메이징! 어떤 내용이죠?
윤 자 뭐 거창한건 아니고요. 그냥 저희들 있는 그대로 보여 드리려고요.
선배 2 오- 멋지다. 제목이 뭔가요?
기 옥 (정색해서 선배들을 보며) 뭐 하는데 지금?
선배들 예?
윤 자 (더 큰 목소리로) 뭐 하는데 지금?
선배 1 저희가.. 무슨 실수라도?
철 기 (웃으며) 아닙니다. 저희 공연 제목이 <뭐 하는데 지금?>입니다.
선배 2 제목이 왜?
두 석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철기에게) 봐라! 썰렁하다 캤재? 그냥 I.S 하자니까....
철 기 (두석 때리려다가 참으며)그기.. 그냥 막연하게 ‘배우’하고 싶다고 모이다 보니까
콩트 하나 만드는데도 우리가 진짜 뭘 하고 싶은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미 숙 그냥 유명한 배우들 연기하는 거 보니까 멋있고,
유명한 작품이니까 우리도 무조건 좋아하고 따라 해보고 싶고..
민 태 그카다가 어제 답을 쪼메 찾았습니다.
기 옥 우리 무대니까 우리 모습을 보여주자!
맘마미아나 안톤 체홉은 나중에 언제든지 할 수 있다.
시작하는 우리 모습을 첫 무대에서 보여주자! 괜찮지예?
(선배 1,2 제대로 이해 못 한 듯 영혼 없는 박수.)
선 배 1 아.. 예.. 와우! 좋은데요? 브라보!
하룻밤 사이에 다들 스타니슬랍스키가 되셨네요?
두 석 (부끄러워하며) 에이- 아닙니다. 스타는 무슨......
(철기 & 민태, 두석을 뒤로 빼돌린다.)
선배 2 예? 아! 예. 하하하! 개그도 잘하시고.. 기대되는데요?
그럼 이따 공연장에서 뵙겠습니다. 공연장 위치는 아시죠?
전 체 예!
선배 1 그럼 저희들 먼저 가서 준비하겠습니다. 파이팅! (선배들 나간다.)
전 체 감사합니다!
미 숙 자- 그럼 우리도 준비하자! 아참!
(두석에게) 교통편 알아봤나?
두 석 그래! 우리 누나야 회사 차 빌리 왔다.
( 다들 “오~~!” 한 건 했다는 반응 )
윤 자 이야~ 진짜가? 너거 누나야 뭐 하시는데 ?
두 석 초록 꿈나무 어린이집.
( 잠깐의 정적.)
미 숙 좋네! 우리도 연기 꿈나무들 아이가?
(정면 위 보고) 음향 CD 확실히 챙기래이!
(위에서 “벌써 챙기놨다!” 대답.)
철 기 연출님! 우리 엔딩곡 한 번만 더 맞춰보고 가면 안 되겠나?
(다들 불안한지 웅성웅성 동의한다.)
미 숙 (웃으며) 하여튼 전부 대단타. 그라까? 알았다.
(정면 위 보고) 음향감독! 엔딩곡 한 번만 더 맞차보잔다!
위에서 “그래!” 대답하고 배우들은 춤 대형 갖춘다.
위에서 “준비됐재? 고~!” 하면 싸이의 <Daddy> 나오면서 요란한 조명.
다들 신나게 춤추다가 커튼콜로 이어진다.
- The en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