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먹은 브런치 이야기 아닙니다.
50번, 아니 50년 넘게 겪어오고 있지만 그 시작은 아직도 예상할 수 없고, 적응도 되지 않는 대구의 무더위.
그 대프리카의 서막을 잠시나마 피해보려고 도피처 삼아 찾았던 도서관에서 운명(?)처럼
류귀복 작가의 <돈 버는 브런치 글쓰기>를 발견한 것이 지난 5월의 마지막주.
글쓴이의 생각과 경험을 카페에서 파는 브런치처럼 아름답게 담아준다는 브런치스토리의
홈페이지를 찾아간 것이 6월 1일.
류작가가 책 속에서 '브런치 고시생'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어렵다는 '브런치 작가'에 도전한 게 그다음 날.
브런치스토리로부터 진심으로 축하한다면서 그 뒤에 소중한 글 기대한다는 압력을 꽉 채운 이메일을 받은 게
6월 4일.
'연극배우'로서 겪는 직업병 후유증 병치레마다 낙서하듯 써놨던 유치 찬란한 쪽지 대본 몇 편 중에
세편을 다듬어서 '발행' 클릭해 놓고 이제 이틀째 숨 고르기 중이다.
글 도배사가 되기보단 일주일에 하나 정도 발행하는 게 적당하다는 브런치 레전드 류작가의 조언도 있었지만
공식적으로 새로운 창작의 출발선에서 준비 땅! 했는데 여름에 맥을 못 추는 닭띠라 그런지
아니면 고등학교 문예부 일 년 반이 전부인 글쓰기 경력 때문인지 힘차게 달릴 엄두가 나질 않는다.
언젠가 역할분석(사실 대사외우기)을 위해서 대본 보려고 오전 일찍 동네 카페에 갔었는데
알바생이 브런치 메뉴를 권했다.
메뉴 사진상으로는 그저 빵 한 조각에 아메리카노 한잔뿐이었으나 첫 손님이라는 부담감과 함께
이때 아니면 언제 브런치 분위기를 느껴보겠나 싶어 과감하게 "음.. 그럴까요?' 했다.
실제 내뱉은 대사는 "그라입시다."
카페 안에 가득 퍼지는 빵 굽는 냄새와 커피 향.
그리고 고등학교 때 썼던 연습장 표지사진과 거의 비슷하게 담겨 나온 브런치 세트.
그 옆에다 대본을 꺼내놓으니 마침 작품제목도 안톤 체홉의 <갈매기>여서 엄청 근사하게 보였다.
물론 초딩 입맛인 내게 밥 태운 솥 헹군 물 같은 커피와 말랑말랑한 쥐포 같은 베이컨이 드러누워있는
토스트가 뭔 맛이 있었겠냐마는..
브런치와의 그 짧은 첫 만남의 순간엔 '그렇지. 배우의 아침 밥상은 이래야 맞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돌아와서..
난 이제 글로 이루어진 브런치스토리 주방을 선물 받았다.
메뉴, 재료,조리법을 내 맘대로 할 수 있고 유통기한 걱정 없이 보관도 가능한 글 냉장고도 있다.
며칠 동안 브런치 선배님들의 요리(?)들을 슬쩍슬쩍 살펴봤는데..
모두가 교보문고에 책 몇 권씩 꽂아두신 분들 같았다.
한우보다 냉동 대패삼겹살을, 스파게티보다 컵라면을 즐기는 사람이 있지 않은가?
난 무글이 다운 글을 써나가겠다.
<무>식 하지만 <글> 쓰기를 좋아하는 인간이 쓰는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