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렴한 가격 = 좋은 결혼?
박람회 상담 테이블에 앉은 우리는 생각치 못한 대답에 멍해졌다. 하얗고 햇살이 들어오는 식장에서 예식을 하고 싶다고 했을 뿐이었다. 그러자 플래너가 내 말을 칼로 자르듯 단호히 말했다. 결혼식을 하기로 마음먹은 이후로 그전까진 생각해보지 못한 단어가 뇌리를 쳤다. 결혼식에서 가성비란 뭐지? 아마 내게는 [결혼식을 하지 않을 옵션]도 존재했기 때문이었다. 사실 결혼식이라는 건 어떻게 해도 그냥 돈이 많이 든다고 생각했을 뿐 결혼의 세계로 발 디딛는 그 순간까지, 프리미엄과 저렴한 예식의 격차가 얼마나 나는지 전혀 감도 못 잡고 있었다. 밝은 예식장은 관리가 까다롭기 때문에 2~3배 더 비싸다는 것이다. 그리고 요즘 신혼부부들은 밝은 예식장을 선호해서 주말이나 밀리는 시간은 더 비싸다고 한다. 밝은 예식장에 대한 진실(?)을 듣자 마자 또다시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내가 그렇게 가난해 보이나...?"
참 꼬여있는 생각 회로였지만, 나도 여자로써, 인생에 한 번 뿐인 아름다운 예식을 하고 싶었던 욕망을 무산시켜 버린 플래너한테 실망감을 느꼈다. 물론 특별하게 신경쓴 차림으로 간 건 아니고, 실제로도 비싸게 할 생각은 없었지만 저 한마디에 나의 로망이 와장창 부서지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집에 와서 예비 남편에게 비뚤어진 마음을 마구 쏟아냈다. "가성비라니? 내가 그렇게 추레해 보였어?" 어쩌면, 그 말을 납득할 수 밖에 없었던 나 자신에게 화를 낸 걸지도 모르겠다. 남편도 그 플래너의 무례함에 대해 공감해 주었지만, 괜시리 비싼 가격의 홀이나 옵션들을 강매하지 않은 것은 잘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남편의 양가적임 감정은 신경쓰지 않은 채로 다짐했다. 앞으로 웨딩 관련 페어나 상담을 받으러 갈 땐 차림에 신경써서 나가야지. 그러나 나는 그 이후에도 멋 부리고 나간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결혼식 산업에 관련해 알아보면 알아볼수록 가성비 있게 하는 게 맞다는 것을 깨달아버렸기 때문이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