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남의 시선을 의식한 선택

by 무근지

5화.jpg

길지 않은 인생을 살았지만, 인생이 선택의 연속이며, 내가 선택을 통해서 만들어져나가는 것을 깨달은 후부터는 선택이 어려웠다. 결혼식은 내 삶의 중요한 순간들에 비하면 그렇게까지 민감하게 생각할 건 아니었는데도, 플래너나 엽업 담당자들이 자신의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이런 저런 장점을 나열하는 시간은 항상 혼란스럽고 괴로웠다. 이미 결혼 한 사람들이 모두 "별 거 아니야." 또는 "아무도 기억 못 해."라고 조언했지만, 나는 '혹시 만약에...' 라는 말도 안되는 상상력을 펼치면서 누군가가 나의 시덥지 않은 선택을 통해 느낄 불편함을 억지로 찾아냈다. 불행히도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선택은 없었다. 그 시기에 내가 많이 예민했던 것도 한몫 했다. 결혼식을 하고 나서야 깨달았지만, 나는 누군가의 시선을 잘 견딜 수 있는 사람은 아니었다.


어느 날은 결혼식을 파토내고 싶었다. 그렇게 남의 눈치를 보며 쓸데없는 시간과 돈을 쓸 바에 안 하는게 더 나은 것 같기도 했다. 그러나 결혼식을 하는 것 자체도 결국엔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했기에 시작된 일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내 결혼식의 모든 선택은 다른 이의 사소한 시선과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왜 그렇게 전전긍긍 했는지 모르겠다. 엄마는 항상 내게 '대충 해.'라고 말했고, 하나뿐인 딸의 결혼식을 대충 하라는 성의 없는 대답이 서운했다. 지금? 당연히 내가 뭘 골랐는지도 잘 기억나지 않는다. 결혼식에 무슨 감정이 들었는지 흐릿하게 남아 있을 뿐이다. 몇몇 결혼 부산품들은 분실되고 없다. 나는 왜 이렇게 꼭 겪어 봐야만 깨닫는 불편한 삶을 살아야 하는 걸까? 지금은 과거의 나에게 가서 얘기하고 싶다.


"나 조차도 기억나지 않는 선택들이야, 대충 해도 괜찮아."


그럼에도, 허례적이고 형식적인 1시간짜리 무대를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노력했던 시간을 쓸데없는 시간이었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이 컨텐츠를 만들 결심을 한 건, 결코 내 결혼식이 자랑스럽거나 결혼식에 관련한 유용한 정보를 전파하기 위해서가 아닌, 그 시간이 나에게 어떤 시간이었는지, 그리고 마침내 결혼식이 내게 무엇을 남겼는지 나는 확실히 알게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5화 브런치용.jpeg



월요일 연재
이전 04화가성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