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투어 1

버려진 예식장에 대한 상념

by 무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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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여기 로케 진짜 좋겠다."

잠깐 드라마 회사 세트팀으로 일한 적이 있었다. 그 때 연인과 여행을 갈 때마다 멋지고 아름다운 풍경을 보고 보낸 최고의 찬사가 이 따위 것이었다. 사람들이나 관광객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일수록 더 그랬다. 이제 영상에서도 비슷한 그림은 사람들의 눈길을 끌 수 없다. 소도시에 여행을 가면 버려진 공간들이 많았다. 앞으로 더 많아질 것이다. 버려진 집, 버려진 성당, 버려진 궁궐, 버려진 고층 건물들... 인구가 줄어들고 재해가 늘어나고, 지구도 결국엔 버려지게 될 것이다. 버려진 것들을 보면 내 안에 잠재된 또다른 감각이 일깨워진다. 이제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누군가의 열망, 소망, 하루하루를 힘차게 살아가던 흔적이 느껴졌다. 언젠가는 나도 육체를 버리고 떠나야 하기 때문일까?


홀투어를 시작하기에 앞서 집 근처에 작은 예식장이 있기에 가봤다. 꽤 오래된 예식장이었다. 그런데 가까이 가 보니 굳건히 잠겨 있고 건물은 거의 무너지기 직전인 것처럼 보였다. 여러가지 서양 양식을 짬뽕으로 섞어 만들고, 대리석 칠을 한 흔적으로 보아 80년대 지어졌음을 가늠케 했다. 이곳은 오로지 예식장으로 의도하고 만들어진 건물인 것 같았다. 건물 안에 들어가 보고 싶었지만 불가능했다. 바로 뒤편에 새로 지어진 예식장이 보였고, 아마 건물을 새로 지으면서 기존 건물은 여러 가지 문제로 철거하지 못한 것 같았다. 하객으로 참석한 사람들은 자칫하면 길을 잘못 들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지방에서 온 손님들도 있기에 그런 혼란을 줄이고자 이 예식장을 선택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돌아가는 길에 더 이상 아무런 식을 올리지 않는 공간에 대한 상념이 자꾸 들었다. 이곳은 한때 누군가가 새로운 가정을 만들고 젊은 희망과 환희로 가득했을 것이다. 여기서 결혼한 사람들은 어디론가 자리를 옮겨서 그때보단 조금은 흐릿해진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겠지만, 그래도 어디선가 행복한 순간들을 기억하며 살아갈 것이다. 내 결혼도, 결혼을 준비하는 이 마음도 언젠간 기억에서 차츰차츰 사라질 것이다.


아빠는 과거를 붙잡고 살지 말라고 하셨고, 엄마는 오래된 물건을 잘 버리셨다. 그러나 두 분은 과거를 쉬이 잊어버리지는 않으셨다. 그것에 매이지 않고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도 오래되고 버려진 것들에는 알 수 없는 힘이 느껴진다. 공간은 이미 버려진지 한참이지만, 인간의 열망이 아직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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